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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파견근로자 차별, 원청기업도 책임' 첫 판결

일시·간헐적 예외조항 악용에 경종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11.23 11:00:28

[프라임경제] 기존 파견근로자 차별 시 파견기업이 차별에 대한 책임을 진 것에 반해 원청기업도 책임을 져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 근로자가 입은 손해액의 두 배를 보상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는 원청기업 모베이스와 파견업체 위드인, 리드잡넷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현저히 적은 상여금을 지급받은 파견노동자들에게 손해액 두 배의 배상을 명령한 중노위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파견업체뿐 아니라 원청기업에게도 차별금지의무가 있는 만큼 (모베이스 측은) 배상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모베이스는 인천에서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 조립 작업을 위해 파견업체 6곳과 계약을 맺고 근로자를 파견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모베이스는 정규직에게 400%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유사업무를 한 파견근로자에게는 200%만 지급했다. 또 이들에게 연차휴가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상여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파견노동자 8명의 차별처우시정 신청에 대해 파견업체의 책임만 인정했지만 중노위는 같은해 7월의 재심에서 원청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중노위는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자 불가하지만 일지·간헐적 사유의 경우 최대 6개월까지 파견근로가 사용가능하다는 것을 악용해 이들 파견근로자 8명이 6개월 단위로 파견업체를 바꿔가며 일명 ‘쪼개기 계약’이 체결된 점을 들었다. 이에 고의적인 차별이 인정된다며 사용자가 손해액의 2배를 보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고의적·반복적일 경우 사업주에게 징벌적 차원에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 의무를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도를 적용한 결과다.

원청기업인 모베이스와 파견업체인 위드인·리드잡넷은 중노위의 이 같은 재심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는 사실상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파견법은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에 비해 차별적으로 대우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며 "파견법은 또 파견사업주(파견업체)와 사용사업주(원청기업) 모두를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임금 등의 근로조건 규정 적용의 경우에는 파견업체를 사용자로 본다는 단서가 (해당 법률 조항에) 있지만 그 문언의 범위를 차별처우 시정의무까지 유추해 적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원청기업에게도 차별금지 의무가 동일하게 부과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또 배액배상제도의 적용 역시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파견노동자 8인이) 6개월이 넘는 기간 근무한 것을 알면서도 (원청기업은) 6개월 이상 근무한 정규직 근로자에 상응하는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같은 내용의 파견계약을 반복체결했다"고 짚었다.

여기 더해 "명백한 고의가 있었으며 이 같은 차별처우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 8개월의 장기간 동안 계속된 이상 차별이 반복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손해액 2배의 배상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파견노동자들이 지급받지 못한 연차휴가수당에 대한 책임은 파견업체에게만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상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영역은 파견법 및 기간제법이 규정한 차별처우 금지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언급했다.

이에 파견업계 관계자는 "그간 생산제조 현장에서 일시·간헐적 예외조항의 악용을 종용하면서 뒤에서 나몰라라하던 사용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 사례"라며 "파견기업도 합법운영을 통해 파견산업의 양성화에 힘쓰고, 근로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번 판결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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