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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횡포'에 피멍드는 아웃소싱 업체들

로스부담·도급혼재근무 등…"경영 리스크 방패막이로 전락"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11.25 11:48:16

[프라임경제] 아웃소싱이란 비핵심업무를 전문업체에 맡겨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전략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일명 '갑질'로 불리는 사용기업의 횡포는 유통업계에서 자주 발생된다. 이에 따라 아웃소싱 기업들의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아웃소싱이 공공과 민간, 산업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아웃소싱 기업들은 사업파트너가 아닌 '을'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사용기업의 갑질은 유통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낮은 단가는 차치하더라도 시스템 미비로 인한 로스부담, 도급혼재근무, 퇴직금 미반영 견적서, 장애인고용 부담금 등 각종 불합리가 만연하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도 아웃소싱을 비용절감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입찰 시 아무리 프레젠테이션을 잘해도 결국 낙찰되는 곳은 낮은 가격을 적어낸 곳"이라며 "운영 노하우나, 전문성은 비중이 낮아 가격 경쟁만 이뤄지다 보니 제 살만 깎아먹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제품 로스는 무조건 아웃소싱 업체 탓?

매장 내 제품을 잃어버리는 로스현상에 대해서도 아웃소싱 업체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아웃소싱이 아닌 직영으로 운영할 때 유통업체는 기본적인 수익구조에 일정한 예비비용을 잡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직영에서 아웃소싱으로 전환했을 경우 최소한의 예비비용에 대한 별도항목이나 수수료를 일정부분 올려 로스에 대한 대비를 하게 해주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매장 제품 로스를 모두 아웃소싱 업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네이버 블로그 캡쳐

아울러 "어느 곳이든 한두 개의 로스가 발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난이나 본사와 물류기업 간 시스템 호환 문제로 인한 약간의 로스는 발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를 도급이라는 이유로 전부 부담시키는 것은 도급기업의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식품업체인 D기업의 경우 물류기업과 본사 간 다른 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로스발생을 전적으로 도급업체에 전가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결국 D사에서 시스템 오류임을 자인하며 일단락됐다.

당시 도급기업 관계자는 "한두 개도 아닌 수백 개의 로스가 발생됐으면 당연히 본사 시스템이나 물류과정에서의 오류를 점검했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모든 비용을 아웃소싱 기업에게 전가시켰다"고 하소연했다.

제품 입고 시 부정확한 물품 검수로 인한 로스발생 역시 빈번하다는 것. 매장 오픈 물량에 대한 확인이 어렵고, 타 매장으로 물품 회전이나 물류센터로 반품을 보내도 물류센터에서 반품 승인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로스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패션 및 식음료 업체인 E사의 경우 매장의 실사제고 검수 시 매장을 운영하는 도급업체 관리자를 제외하고 본사 담당자들이 제고검수를 하고 발생되는 로스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부당 난무…못 미덥지만 싸니까?

유통기업들은 도급계약 견적서를 작성할 때 퇴직금 미반영과 혼재근무 등 불법적인 아웃소싱 운영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급기업 관계자는 "퇴직금을 견적서에 반영하지 말라는 것은 도급직원을 1년 안에 퇴사시키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퇴직금 미적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퇴직적립금이 매월 포함돼 눈으로 보이는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과 1년 미만 퇴사자가 빈번할 시 이를 업체 수익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대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유통분야가 퇴사가 잦은 곳이지만 기본적으로 퇴직금은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고 도급업체가 인력관리를 못해 퇴사가 빈번하면 다음 재계약 시기에 논의해서 조정하면 될 일"이라며 "초기 계약 때부터 퇴직금을 견적서에 미포함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위장도급 판단 기준인 도급혼재근무도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도급 운영은 갑과 을이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도급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점장이나 매니저 등의 책임자를 본사 사람으로 두고 직원은 도급으로 운영하는 도급혼재근무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장애인고용부담금 폐해…"산업특성 고려해야"

정부는 장애인고용 활성화를 위해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공공 3%, 민간 2.7%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했고, 이를 위반 시 고용 비율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국내 100대기업 중 장애인고용을 지킨 곳은 7곳 중 1곳으로 대부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낸 것으로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밝혀진 바 있다.

민간기업과 수익구조가 다른 아웃소싱 기업은 이런 장애인고용부담금이 매우 큰 손실로 다가온다. 어떤 이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업체 한 관계자는 "유통분야에서의 장애인 고용은 특히나 어렵다. 대부분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 업종인데 장애인 고용을 사용사에서도 달가워하지 않고, 본인들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지불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그렇게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전체 매출이 아닌 수수료 형식으로 많아야 3%의 이익을 가져가는 아웃소싱 기업이 장애인고용부담금까지 반강제로 부담하니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웃소싱 기업은 사용기업의 사업장에서 매장을 운영하지만 장애인고용은 사용기업과 아웃소싱 기업 간 따로 산정하기 때문에 부담금에 대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면 해당 사업장의 도급기업과 사용기업이 모두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장애인 고용 일원화를 통해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상생을 통한 경영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아웃소싱이다. 경영 리스크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아웃소싱 활용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이뤄져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의 관계로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개선이 이뤄지고, 파견 및 도급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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