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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사드에 휘청" 롯데…'춘래불사춘' 톈진 1호점

2011년 개관 '백화점 톈진점'…사드 문제 겹쳐 7년만에 폐점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6.17 09:05:25
[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소유하던 경상북도 소재 성주 골프장을 2016년 한국 정부에 사드배치 부지로 제공한 이후, 롯데 유통은 중국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됩니다. 이에 버티기 어려웠던 롯데는 중국 출자 사업을 모두 철수하는데요. 그 틈에 사라진 롯데백화점 톈진(天津, 천진) 1호점이 10년 전 오늘에는 100% 자기자본으로 중국 현지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2011년 6월11일 중국 톈진시에 개관한 롯데백화점 톈진 1호점은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되며 폐점했다. ⓒ 연합뉴스


2011년 6월17일 롯데백화점은 중국 톈진시에 톈진 1호점(동마로점)을 열었습니다.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점,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점(北京, 북경) 개관에 이은 3번째 행보였습니다. 톈진점은 앞서 50 대 50 으로 현지기업과 합자 출자한 북경점과는 달랐습니다.

당시 이철우 롯데백화점 대표(2007~2012 재직)는 "대도시뿐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 도시에 점포를 여는 '다점포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백화점만 단독으로 있는 점포 형태보다는 복합단지에 진출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중국 사업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은 톈진 2호점(문화중심점), 산둥성 웨이하이점, 쓰촨성 청두점, 랴오닝성 선양점 등을 차례로 열고 호텔·롯데월드도 갖춘 롯데 타운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기반을 다졌습니다.

합자회사와 불화…북경점 개관 첫해부터 위기 

"롯데와 인타이가 운영 방식·고객 관리·원가 계산 방법 등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합의가 어려웠고, 경영층 갈등이 매장 직원에게 퍼지며 통일된 전략을 신속하게 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기업이 장사하기에 순탄한 시장은 아니었습니다. 톈진점에 앞서 2008년 베이징 최대 번화가 왕푸징(王府井) 88번지에 거금을 들여 세운 백화점(르티엔인타이, 樂天銀泰)은 개점 1년 만에 위기를 맞습니다. 

롯데와 중국 인타이백화점이 50 대 50 합작으로 세운 이 백화점은 개관 첫해 손실만 1억200만위안(약 170억원) 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 백화점을 동방신천지·신동안시장 등 경쟁 쇼핑몰과 비교하며 쇼핑객이 극히 적음을 밝혔습니다.

합작 회사인 인타이 측과 마찰로 인한 잡음도 나왔습니다. 롯데와 합작을 추진했던 저우밍하이(周明海) 인타이의 전(前) CEO가 (일신상의 이유로) 경질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어 인타이는 개관 1년만에 르티엔인타이 베이징점 지분 절반과 1억4500만 위안 부채를 1 위안(CNY)에 중국인타이투자유한회사에 넘깁니다. 계속된 베이징점 적자로 인한 부담 때문에 비상장회사인 중국인타이투자유한회사에 이를 넘기며 지분 '손바꿈' 결정을 한 것입니다.

개관 2년 전 인타이의 선(先) 제안에 롯데쇼핑 내 차이나 담당부서를 만드는 등 합작을 준비해 온 롯데에게 인타이백화점의 이같은 조치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롯데의 첫 중국 출자였던 북경점은 개관 4년만에 1134억원 적자를 내며 문을 닫았습니다. 당시 중국 전문가들은 실패 원인에 대한 많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합작법인과의 마찰 외에도 현지화 부족, 잘못된 입지 선정, 올림픽 개막 전 개관 등을 이유로 분석했습니다.

"사드에 빛 못보고"…롯데마트 87개점·백화점 4개점 대거 철수  

2016년 정부 결정에 따라 롯데 소유의 경상북도 성주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낙점됐다. 사진은 기지에서 미군이 중장비를 동원해 기반공사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북경 사업이 맥을 못추던 당시 신동빈 회장은 톈진점 출자를 단행합니다. 롯데는 인터뷰에서 전 파트너 인타이와의 분쟁을 넌지시 밝히며 "톈진점은 사실상 실패한 합자 진출 대신 단독 진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톈진점은 결과적으로 실패합니다. 톈진 1호점(동마로점)과 이듬해인 2012년 9월 개점한 2호점(문화중심점)도 2018년과 이듬해 잇따라 폐점하는데요. 결정적인 원인은 사드 배치 여파였습니다.

특히 사드배치 부지로 낙점된 땅을 소유하고 있던 롯데는 사드 배치 조력자로 인식되며 중국의 강경한 '표적 보복' 대상이 된 것입니다.

당시 롯데는 국방부와 협상을 시도했으나 국가 안보라는 정부 압박과 신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까지 겹치는 등 수세에 몰리며 성주골프장을 내줬습니다.

롯데가 국방부와 계약한 지 4일만에 중국은 롯데마트 창저우(常州) 2곳에 소방점검 등을 빌미로 영업정지를 통보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74곳은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고 불매운동 여파로 13곳은 폐점했습니다. 중국 백화점 5곳도 차례로 문을 닫고 지금은 스촨성 청두점에 1곳만 남아있습니다.

이 외에도 2017년 3월15일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금지하는 이른바 금한령(禁韓令)을 실시하면서 롯데면세점·롯데호텔 등 관광 계열사들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 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음에도 한국 정부는 두손 놓고 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2017년 본격화된 중국의 보복으로 그 해 롯데그룹이 입은 손실액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드 영향만이 아니더라도 통상 중국 현지에서 한국 유통 기업들이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고 알려집니다.

그 이유는 중국 경제 전반에 존재하는 민족주의적 성향과 '자국 우선주의' 등 영향으로 추론됩니다. 한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장하면 비슷한 로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깁니다. 또 '큰 시장' 중국을 겨냥하는 글로벌 유통업체의 경쟁도 치열하니 만만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성장한 한국 기업들도 있습니다. CJ오쇼핑은 2016년 알리바바 최대 파트너사 바오준과 손잡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중국 이커머스 솔루션 사업을 실시하며 성장했습니다. 오리온 제품 초코파이는 중국 연구기관 'Chnbrand'가 발표하는 '2019년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 파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기업들의 발자취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중국에서 살아남는 현지 공략의 비결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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