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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뉴캠리, 그랜저 잡기엔 역부족 몇가지 이유

 

이용석 기자 | koimm22@newsprime.co.kr | 2012.01.26 10:56:06

[프라임경제] “제품력을 감안할 때 (연간) 6000대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월18일 오전 11시 쉐라톤 워커힐 그랜드호텔. ‘7세대 캠리’ 출시 행사장에 일본 본사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깜짝 방문했다. 아키오 사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6월에 이어 7개월 만으로, 두 번째 방한. 캠리를 앞세운 한국시장 공략에 공을 쏟는 모습이 역력해보였다.

1세대(1982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1500만대가 넘게 팔린 캠리는 지난 2009년 6세대 모델(2006년도산)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구(舊)모델이라는 인식과 함께 당시 경쟁차인 YF쏘나타(현대차)보다 떨어지는 디자인으로 당초 예상보다 시장 외면이 심했다. 출시 이후 총 7409대(2009년 1148대, 2010년 4241대, 2011년 2020대) 판매에 그치는 고초를 겪은 것이다. 

피해의식 때문일까. 한국 토요타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시승행사가 열린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이번 캠리는) 한국의 엄격한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며 “국내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지난 20일 열린 시승행사의 코스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여수공항에 이르는 ‘해운대-거제-여수’로 이어지는 약 250km 구간으로 5시간정도의 장거리 코스였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 시내 정체 구간 등이 섞여 있어 캠리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번갈아 시승했다.

◆주행 성능 좋은데… 가죽시트는 택시 분위기

미국에서 생산되는 7세대 캠리(가솔린 모델)의 첫 인상은 ‘차분함’. 세련된 스타일을 기본 바탕으로 날렵한 전면과 두툼해진 범퍼, 선의 활용을 최소화한 측면에 포인트를 살렸다. 무난한 디자인으로 쉽게 질리지 않아 패밀리 세단으로써 장기적인 만족감이 강점으로 비쳐졌다.

   
토요타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는 7세대 캠리의 주행 성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또 F1차량에 적용되는 기술도 채택하는 혁신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토요타 측에 따르면, 사이드 미러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 장착된 ‘에어로(다이나믹) 핀’은 차체에 측면을 따라 흐르는 기류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고속 주행시에도 안정적인 드라이빙 상태를 유지시킨다.

기존 모델 대비 1인치 커진 17인치 휠의 탑재로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전체적인 차체가 낮고 넓어져 안정감을 살렸다. 전체 길이는 기존 모델과 동일한 반면, 뒷좌석 탑승자의 다리 공간을 15mm 추가 확보하는 배려도 보였다.

‘모던 럭셔리 컨셉트’로 만들어진 실내는 계기판에 장식된 스티치와 센터 클러스터의 단단한 소재감, 두꺼운 계기판과 얇은 센터클러스터로 멋을 냈다. 여기에 밝은 인조 가죽 시트와 어두운 대시보드의 조화로 모던한 분위기가 났다. 하지만 인조 가죽 시트는 국내 택시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를 강하게 풍겨 캠리의 고급적인 성격에 흠집을 냈다.

물론 주행 성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출발부터 조금은 중형세단다운 묵직함을 보인 캠리는 하이브리드 모델뿐만 아니라 가솔린 모델도 정숙성도 뛰어났다. 하지만 정숙성을 살리기 위해 본네트에 설치된 방음제가 최근 트렌드와는 달리 너무 엔진 부근에 한정됐다는 것이 2% 부족감을 불러왔다. 물론 시승하는 동안 다른 차를 운전할 때보다 피로감이 덜했다.

2494cc 직렬4기통에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7세대 캠리는 140km/h까지 부드러운 가속 성능을 보여줬지만, 고속주행시 귀에 거슬리는 풍절음을 100% 해결하지는 못해 아쉬웠다. 물론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보조를 맞춰주는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S)을 채택한 때문인지, 주차시 핸들을 돌릴 때 용이하며 고속 주행때는 핸들을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23.6kg·m을 발휘하는 가솔린 모델은 100㎞ 정속 구간에서 약 12km/ℓ의 실연비로 공인연비(12.8km/ℓ)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100~160㎞의 테스트에서는 약 8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10개의 SRS에어백(기존 7개 에어백, 보조석 무릎 1개, 뒷자석 사이드 에어백 2개 추가)을 장착하는 등 다양한 편의사항을 대거 확충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7세대 캠리는 103가지 디테일을 제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섬세함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실연비, 공인연비와 큰 격차

출발한지 105㎞ 가량 가솔린 모델로 시승한 이후 거제 지역에서 차량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교체했다. 가솔린 모델과 달리, 가죽시트에 알칸타라 재질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이 연출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새롭게 탑재된 2.5ℓ의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파워풀한 주행 성능과 효율적인 연비가 공존하는 드라이빙이었다. 

뿐만 아니라 주행 중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에너지 흐름이 최적의 상태로 구현되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친환경 드라이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전기 모터로만 움직이는 EV 주행모드와 연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차량 시스템을 제어하는 ECO 주행모드 등 2종류의 하이브리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이브리드의 단점은 실연비에서 두드러졌다. 203마력, 최대토크는 21.6kg·m을 실현했지만 고속주행시 10km/ℓ 내외의 연비로 공인연비(23.6km/ℓ)와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캠리는 전장 4805mm, 전폭 1820mm, 전고 1470mm의 크기다. 경쟁상대로 선정한 그랜저(HG 240)는 전장 4910mm, 전폭 1860mm, 전고 1470mm이며, 실내 크기를 좌우하는 축거(앞뒤 바퀴 축간 거리)도 그랜저가 70mm 더 길다. 
 
그랜저가 이처럼 더 큰 차량 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ℓ당 12.8㎞로 동일하다. 여기에 그랜저에는 △뒷자석 열선시트 △고급 나파 가죽시트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진폭 감응형 댐퍼(충격흡수 장치) 등 고급 옵션이 탑재되면서 가격 3120만원으로 책정돼 캠리의 경쟁상대로 너무 과하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 한해 판매목표를 6000대로 잡은 7세대 캠리는 수입차 치고는 비싸지 않은 3390만원(가솔린 모델, 하이브리드 4290만원). 여기에 가격대비 성능, 경제성, 안전성, 승차감, 정숙성 등 모든 항목이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랜저를 겨냥하고 있는 캠리가 국내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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