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시승기] '슈퍼대디' 알티마를 노려라

저중력 시트·ACU 등 신기술 탑재…편안함과 역동성 강조

이용석 기자 | koimm22@newsprime.co.kr | 2012.11.08 14:33:41

[프라임경제] 미국에서 출시 한 달 만에 2만6602대나 팔렸을 정도로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5세대 알티마가 국내에 출시됐다. 지난해 박스카 '큐브'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닛산에겐 가뭄 끝 단비인 격이다. 더욱이 기존 모델들과 달리 미국산 제품을 수입해 엔고(円高)에도 영향 받지 않는다는 점은 그들로선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새롭게 단장을 마치고 한국닛산의 재도약 선봉에 나선 알티마의 성능을 테스트해 봤다.

한국닛산이 판매하는 닛산 브랜드의 지난 9월 국내 판매실적은 147대로, 전년 동월(604대)의 25%이하까지 줄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전년(132대) 대비 절반에 불과한 70대 판매에 그치기도 했다. 두 브랜드는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나란히 10위권 밖에 머물렀으며, 판매량을 모두 합해도 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닛산은 지난달 17일 알티마 5세대 모델인 '뉴 알티마'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해 8월 큐브 출시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던 한국닛산이 올 들어 처음으로 내놓는 신차인 만큼, 뉴 알티마에 거는 기대는 크다.

특히 닛산은 5세대 알티마의 주 타겟층을 '30·40대 슈퍼 대디'로 삼고 있다. 평소 본인의 일에 충실하고, 주말에는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살아가는 '이시대의 충실한 중년 남성'에게 적합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다른 일본 중형차인 어코드나 캠리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역동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빅3 중형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알티마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이들이 가지는 '슈퍼대디'의 의미와 매력 포인트를 체험해 봤다.

◆패밀리 세단에서 벗어난 '암시적인 아우라'

5세대로 새롭게 탄생한 뉴 알티마는 오는 2015년까지 닛산이 미국에서 출시할 5개 차종 중 첫 번째에 해당한다.

사실 '알티마'라는 이름 자체가 닛산이 1992년에 미국에서 시판됐던 중형 승용차 로렐 등급을 구분하는 명칭 중 하나였지만, 이후 1993년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면서 차량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시장에 새롭게 모습을 선보인 5세대 알티마의 차체 디자인은 '미니 맥시마'라 불릴 정도로 '역동성'을 상당히 강조했다.

이처럼 알티마는 닛산 중형차 모델 중 하나이지만, 초대 모델은 차종 구성에서 정확히 어느 계보에 들어가는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스탄자(Stanza)'로 불린 북미판 9세대(1991년) 닛산 블루버드(Bluebird)가 초대 알티마의 베이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체가 스탄자보다는 크고 중형의 '맥시마'보다는 작다는 것이 대체적인 구분이다.

하지만 2002년 등장한 3세대 모델(L31)이 차체 길이가 4884㎜에 휠베이스는 2799㎜로 커져서 완전한 중형 승용차로 자리 잡게 됐다.

이번 5세대 알티마의 플랫폼은 기존 D플랫폼을 대폭 개선한 것을 사용해 휠베이스 2775㎜ 동일하지만 트레드가 35㎜로 늘어났다. 전장과 전폭도 소폭 늘어났다. 전폭의 경우 1830㎜로, 4세대 모델(1800㎜)와 비교해 30㎜가량 넓어졌다. 전장(4860㎜)도 15㎜가량 길어짐과 동시에 더 경사지게 변화한 A필러로 인해 차량의 웨이스트라인이 올라갔다.

섀시의 무게는 40㎏나 줄었으며 초고강성 강철의 사용을 늘렸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조합은 그대로나 세팅을 바꿔 여전히 접지력을 자랑한다.

기존 모델과는 차별화를 둔 차체 디자인은 '미니 맥시마'라 불릴 정도로 '역동성'을 상당히 강조했다. 아츠시 니시타니 닛산 부수석 디자이너도 알티마의 디자인 표어로 '암시적인 아우라(suggestive aura)'라고 명시할 만큼, 자극적이지만 매력적인 기운을 가진 신선하고 진보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특히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맥시마 외에도 370Z에서도 선보인 화살촉 형태로, 보통차를 지향하는 이미지의 경쟁모델인 캠리(토요타)와 달리 알티마는 개성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이것은 쏘나타(현대차)와 K5(기아차)가 미국에서 개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알티마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베르사 디자인처럼 층이 올라갈수록 점점 곡선으로 변화돼 마치 계단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전 닛산 차종 디자인이 조금 조용한 디자인이었던 것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바꿨다.

인테리어도 대폭 개선됐다. 이전에는 뭔가 심심한 '너무 패밀리 세단'다운 인테리어였다면 스포티세단의 모양새로 변화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바꿨고 패들시프트도(3.5) 장착됐으며, 에어밴트를 비롯한 레이아웃도 바꿨다. 센터콘솔 부분은 피아노 블랙의 색상을 넣어 윗급인 맥시마도 뛰어넘는 품질을 자랑한다.

◆'원초적인' 주행성능…'기술의 닛산' 재실감

지난 6일 5세대 알티마(2.5 SL모델)와 함께 경기도 가평군 '아난티 클럽 서울'에서 출발해 '제이드 가든'을 다녀오는 총 99km 거리의 코스를 시승했다. 일반도심과 국도, 춘천고속도로 등 중저속 구간과 고속구간 등으로 알티마의 간단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적당한 코스였다.

   
기존 모델 내부 인테리어가 뭔가 심심한 '너무 패밀리 세단'의 이미지였다면, 이번 5세대는 스포티세단의 모양새로 변화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운전석 문을 열면 가죽으로 처리된 운전석 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닛산이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영감을 얻어 적용했다는 '저중력 시트'는 근육의 긴장을 풀고 혈액의 흐름이 방해되지 않도록 해 장시간 운전으로 야기되는 피로감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단시간 차량의 성능을 확인해 보는 시승인 탓에, 저중력 시트의 효과를 느낄 순 없었다.

시동을 걸자 조용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기존 모델에 비해 30% 흡음재를 증가시키는 등 소음 차단을 대폭 강화했다는 게 닛산 측의 설명이다.

고속도로에서 점차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QR25DE 엔진을 탑재해 구형모델 대비 저속은 물론 고속주행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에 변화된 엑스트로닉 CVT 변속기가 적용된 영향 때문일까. 높은 rpm과 답답한 가속력에 그쳤던 기존과 달리 이번 X-CVT는 빠른 기어변속으로 탁월한 가속력을 선보였다.

주행 초반 연이은 급커브 도로를 만난 뉴 알티마의 코너링은 핸들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이다. 이는 새롭게 적용된 AUC(Active Under-steer Control) 기능 덕택이다.  시속 80km 이상의 속도로 급커브를 돌아도 '언더스티어'나 쏠림 현상을 정확히 잡아줬다. AUC 기능이 회전하는 축의 바퀴에 브레이크를 미리 걸어서 '회전축'을 만드는 방법으로 '언더스티어' 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한국닛산은 5세대 알티마를 향상된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대(2.5 SL 3350만원·3.5 SL 3750만원)로 국내에 어필했다. 물론 수입 중형 세단 중 가격대로는 캠리(토요타)가 1월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혼다 역시 12월 9세대 어코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자를 노리고 개발된 신형 알티마는 이미 미국에서 출시 한 달 만에 2만6602대나 팔렸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온 가족이 탈 수 있는 편안함, 그러나 역동적인 주행성능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세단. 이 두 가지의 탈을 쓴 알티마의 등장으로 국내 수입 중형차 시장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