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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 현대차 하청노조, 갈등의 골만 깊어져

노동운동 정당성 퇴색 비난…비상식적 요구 '우려'

이용석 기자 | koimm@newsprime.co.kr | 2013.01.17 14:24:44

[프라임경제]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유명한 노동운동가의 가사 같은 상황이 현대차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동지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도 처연하게 정당한 주장을 펴던 노동투사를 묘사한 원래 가사와는 상관없이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며 깃발은 든 노동계 분란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독자교섭을 추진하겠다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처리 방향에 경영·노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독자교섭 움직임은 일부 외부 세력에 과격하게 노사관계 전반이 끌려가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노조)를 배제하고 입맛에 맞는 억지 요구를 내세운다는 비판까지 있다. '노사갈등' 외에도 '노노갈등'마저 빚는 배경에 순수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청노조 무리수, 법도 법원도 안중에 없다?

노동계에 따르면, 하청노조는 최근 내부 간담회를 통해(하청노조 소속 울산·전주·아산지회 참석) 현대차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하청노조 단독으로 현대차를 상대로 독자교섭을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특히 같은 하청노조 내 전주와 아산지회 조직이 독자교섭에 대해 갖고 있는 입장과 철탑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하청노조 대표 격인 울산지회의 의견이 다른 '온도차'에도 불구하고 독자교섭을 강하게 주장하자는 것으로 결론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독자교섭 추진에는 국제경제 불황기에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지적 외에도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를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독자교섭 방침은 현행법 해석상 명백한 불법이라는 것.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7일 현대차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에 대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있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쟁의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않아 조정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는 관련 기관이 현대차와 하청노조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인정한 것이다. 또 이런 중앙노동위 입장은 대법원에서 2010년 내린 판결(2007두8881, 2007두9075) 입장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 고용관계 문제가 하청과의 갈등 문제 해석에서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조 활동 방해 등을 다룬 사건에서 "현대중공업이 해고된 직원의 직접적 사용자로 볼 수 없는 만큼 하청업체에 복직 시켜줄 의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청노조의 법·제도 경시 풍조는 다른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8일 울산지법이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에 대한 가처분 건'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며 무산시키는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연대복원 추진하던 현대차노조 왜 '왕따'시키나?

이런 고립된 상황이라면 원래 하청노조로서는 현대차노조와 긴밀하게 연대하려 하는 게 상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무리한 주장을 연발해 협상은 아예 도외시하고 "뭔가 보여준다"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노노갈등'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노조는 지난해 2월27일,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노조는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비정규직노조가 정상화하는 대로 하청 노조와의 연대를 복원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

이런 현대차노조의 입장은 일단 이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온정적 태도를 나타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 문제이므로 현대차노조가 나선다는 대의적인 판단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노조는 독자교섭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는 이후 현대차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간 주장의 차이를 보면 같은 노동자 입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시각차가 크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아예 버리고 가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회사와 현대차노조 등이 현재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규직 전환 논의의 대상은 6800명선. 그런데 하청노조의 주장하는 대로라면 정규직 전환대상 규모가 8500명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전주와 아산 인원까지 포함하면 1만명은 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단지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하청노조 쪽의 규모가 현격히 큰 것은 정규직 전환 대상 문제의 이른바 불법파견 논란과 전혀 무관한 2·3차 하청업체 직원과 현대차 상주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해 못할 요구안을 제시하며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고 노노갈등도 불사한다는 태도에 신뢰나 동료애 등은 모두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당장 현대차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느낄 허탈함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이런 무형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이 이렇게 "하청은 약자"라는 세간의 막연한 온정주의 뒤에 숨어 철저히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않는 이유는 일부 지도부 면면을 볼 때 이미 예고됐다는 풀이도 있다.

◆하청노조 소수 지도부의 독단적 판단, 왜?

하청노조가 특별협의를 통한 정상적인 문제해결을 거부하고 계속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데에는 실질적으로 하청노조를 이끌고 있는 소수 지도부의 독단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돈다.

사실상 하청노조의 투쟁과 정책방향을 결정하고 있는 일부 인사는 10년 전 하청업체에서 한시적으로 40여일 근무했거나, 2차 하청업체 직원으로 50여일밖에 근무하지 않은 애초부터 불법파견 논란과는 무관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현대차라는 기업 자체와의 인연도 거의 없다고 해야 정확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들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받아 사실상 문제 해결이 가로막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다수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바라는 신규채용 조차도 이들에 의해 방해 받았다. 지난 연말 현대차지부의 특별협의 참여를 실력으로 막아 세우며 노노갈등까지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사내외에서 일었다. 

이 상황에서 마감된 현대차 신규채용에 현재 재직 중인 6800여명 사내하도급 근로자 중 약 80%인 5400여명의 하도급 근로자들이 지원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는 냉소적으로만 보면 먹고 살기 위한 선택으로 지원에 응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관련 노동자들은 사측이 보이는 문제해결 의지나 진정성에 하청노조의 떼쓰기보다 오히려 더 공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청노조가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현대차 사내하청문제를 게시하고, 미국 정부의 입장과 해결을 바라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점은 국제 예양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체면을 깎는 일임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노동계가 그간 피땀 흘려 쌓아온 건전한 노사관계로의 발전 노력을 뿌리부터 뽑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경쟁차업체들과 맞서며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당면한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노조가 2008년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자국 이익 어떻게든 이익만 챙기면 된다며 '배짱' 갈등에 나섰다 협상력 약화 등으로 노동자들의 외면을 받은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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