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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文 직접 찌른 서병수 전 부산시장, 비법은 '비용추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4.25 00:20:08

[프라임경제] 법안을 만드는 건 보통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닙니다. 좋은 의도로 야심차게 정책을 뒷받침할, 혹은 정책을 선도할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이기 때문이지요. 여태껏 없던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이기에 대단히 고민거리가 많다고 국회에서 일해 본 이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 지난한 작업을 해놓고도 일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법률과 충돌하거나 현재의 법률 시스템상 도저히 작동 불가능한 무책임한 물건을 만들어 낸 경우가 그건데요. 겉보기에 좋아서 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정식 법률로 발효되어도 결국 헌법소원을 당하거나 막상 현장에서 다른 법률과의 충돌로 사문화되는 등 잡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또 다른 경우는 도무지 현실적 기반상, 동작이 안 되는 설계도를 그려낸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벤츠 엔진을 얹겠다고 자동차 설계를 해 왔는데, 사실 주머니엔 달구지 만들 예산밖에 없는 안타까운 경우지요. 

이걸 가리켜 '돈의 문제'라고 합니다. 관련용어를 쓰자면 '비용추계'를 제대로 못한 법안이라고 할 수 있죠. 예산 기반을 도외시해서 만들어내는 것도 대단히 문제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읍니다.

나온 김에 비용추계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비용추계는 이 법안을 밀어붙이려면 최소한 얼마쯤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놓는 일종의 계산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안이 얼마나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가의 대의명분도 중요할 뿐더러, 그 내용과 체계가 정교하고 서로 상충되지는 않는지 등도 중대한 일이지만 이 예산의 허들을 넘지 못하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간 우리나라 입법자들이 비용추계를 제대로 붙이지 않고 주먹구구로 법을 만드는 넓게 표현하면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는 데 있습니다. 근래에는 비용추계를 제대로 하는 원칙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노력들을 하고 있고 법안비용추계 미첨부 요건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의원실 관계자들이 푸념과 각오를 하고 있지요.

이번에 공항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을 두루 지낸 한 정치인의 사자후가 공항 논란을 넘어서서 한국 정치판의 '애는 싸질러 놓고 키울 궁리는 안 하는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자유한국당 당적을 가진 인물로, 의원으로 여의도 생활을 했고 당에서 사무총장도 지낸 바 있어 '살림살이'에 강한 인물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 공항 문제와 관련 SNS에 글을 남겼는데요. 

24일 '부산·울산·경남 신공항 검증단'은 보고회를 열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남권신공항'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이 문제를 국토해양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서 맡아달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신공항 이슈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오거돈 부산시장을 강하게 성토한 글. ⓒ 서병수 전 시장 페이스북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잘못된 자료를 기반으로 동남권신공항을 현재의 김해공항에 증설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니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에 대해 서 전 시장이 개탄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금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 즉 오거돈 현 부산시장 등이 무책임하게 이야기를 풀고 나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 시장은 동남권신공항의 제대로 된 입지로 김해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거 폐기됐던 가덕도신공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풀이가 유력합니다.

그런데 오 시장은 가덕도 재추진론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서 전 시장이 답답해하고 있는 것이지요. 서 전 시장의 SNS글에 따르면, '가덕도로 재추진하자' 그리고 청와대도 더 이상 내년에 총선이 있는 민감한 시국에 우물쭈물하지 말고 정확히 예타 면제든 뭐든 다 밀어줄테니 가덕도로 방향잡자'는 식으로 얘기를 명쾌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김해가 답이 맞느냐 아닌가 거기 덧붙여 그럼 새 답이 가덕도인가 혹은 다른 제3의 후보입지인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제대로' 일처리를 하겠다는 결기를 정확히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 서 전 시장의 일갈입니다. 

김해는 아닌데, 그럼 또 긴 시간 공항 부족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현실은 도외시하고 문제가 '장기간 표류'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맞는 이야기인 게, 지금 어중간하게 일처리를 하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몇년을 좁아터진 지금의 김해공항으로 버텨야 할 것이라고 지역 전문가들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부산 및 경남권 주민들의 실질적 형편은 아랑곳 않느냐는 이 외침은 사람들의 불편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손해에 정치를 하는 이들이 눈을 감고 정책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비용추계의 비판'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렇게 정면을 찌르는 자신감과 명분이 있기에 '감히 지방의 신공항 문제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을 오 시장과 함께 거명하며 꾸짖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오 시장이 이번 지적을 약으로 삼아 신공항 재검증론 추진 와중에 보다 정확하고 명징한 구상과 의견 제시, 그리고 탄탄하고 논리적인 입지 재논의 그리고 혈세를 아끼고 사람들의 불편을 하루라도 최소화하는 정책적 일망타진을 완수해 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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