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패스트트랙 탄 정국, 한국당 결집 효과 낼 수 있을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4.30 01:41:27
[프라임경제] 패스트트랙 열차가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오후 11시46분부터 무기명 투표를 실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안(더불어민주당 측 안과 바른미래당에서 내세운 권은희 의원 구상 2개 모두 패스트트랙 설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및 검찰청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진행을 결정했다. 이어서 30일 새벽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선거제 개혁안(공직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처리를 결의했다.

이에 따라 여당을 포함한 4당과 자유한국당의 대립 구도는 한국당 패배로 일단락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패스트트랙은 다수가 찬성한 중요 안건이 소수의 저지로 무산되거나 소강상태에 빠져드는 것을 막고 신속한 처리를 하기 위한 제도다. 4당이 패스트트랙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 패스트트랙 열차에 태우는 데' 공을 들인 이유다. 패스트트랙 선언 후 최장 330일 후 본회의에 회부된다. 특히, 선거법의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지에 따라 최대 60일까지 단축 지시가 가능하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장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4당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180일까지 단축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정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결속과 협력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한국당이 상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향후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선 이번 충돌로 한국당은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 청와대 게시판에 한국당을 정당해산심판에 부치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다수의 의원과 보좌진이 물리적 충돌에 동원되면서 고발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하지만 4:1로 싸워 '선명성'을 얻어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당초 한국당은 이번 패스트트랙을 통해 다시금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당 시스템이 패스트트랙 통과를 막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 반발과 혼란 끝에 구심력을 잃고 좌초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던 것.

패스트트랙 부의에 반대하면서 드러누운 자유한국당 의원들. ⓒ 연합뉴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매번 결기를 보이면서 투쟁 대열에 앞장섰고, 황 대표 역시 빙부상 와중에 대결 구도를 독려하러 행사장에 나서는 등 화력 집중에 앞장섰다. 당내 역학구도에서만 보면 패스트트랙이라는 '외환'이 오히려 굳히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과 비박으로 해석되던 상황에 친황 체제가 오히려 선명히 부상, 새로운 정리가 빨라지고 확실해질 수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지난 번 보선의 일부 승리로 얻어진 친황 체제가 상당히 오래 존속하면서 대여 공세를 진행할 여지가 생긴다.

청와대로서나 여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황교안 격침'을 이번 참에 이루기는 커녕 오히려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

본회의로 넘어가도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의원들을 독려하고, 지지층도 결속할 수 있다. 본회의 부의 무렵까지 지금의 정치지형이 유지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바른미래당은 이번에 상처를 크게 입어 더 이상 두 계열이 같이 갈 수 없을 것이 확정적이다. '소속 정당이 달라지는' 의원들이 많아질 수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과거 소속당에서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놓고 정국에서 그대로 추정치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회의 통과에는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8석, 자유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29석의 3당 비율이 요동치게 되는 것. 여기에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에 민중당 1석, 무소속 7석까지 화학적 효과를 어떻게 내면서 반응할지 매 안건마다 따져야 하는 부담이 여당인 민주당에 지워진다.

한국당에서는 일단 최악의 경우, 필리버스터 등 각종 의사 방해 기법을 활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방법 외에도 한국당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적극 공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극단적으로,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여러 안건들만 해도 민주당에서 20~30표 이탈표가 나온다면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기명투표이기 때문에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그만큼 온갖 가능성을 놓고 민주당 흔들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과 다른 3당 사이의 밀월이 앞으로 선거구 조정 등 현안에 맞딱뜨리면 식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투쟁과 공세에 특화된 정당이 아니기에 이번 패스트트랙 대결에서 밀렸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상당 기간 집권하며 한국 정치사를 주도적으로 썼지만 그런 이력이 오히려 한계점으로 작용한 것. 하지만 이제 패스트트랙 부의 대결에서 패전한 상황을 일단 접고 원내 개별 안건 대결로 지난한 싸움을 벌일 경우, 만만찮은 능력을 모두 발휘하면서 여권을 괴롭힐 수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