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포스트 노회찬' 전투력 보인 정의당, '합당성' 잃은 평화당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4.30 01:42:35

[프라임경제] 정치개혁의 기치를 든 4당간 협력 구도. 하지만 이익을 위해 여당(더불어민주당)에 들러리를 서 준다는 의혹과 비판도 적지 않다.

일단 3당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부의를 둘러싼 충돌과 갈등으로 더 이상 같이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직면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이탈보다는 당을 추스르는 선택을 일단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조타 기능을 잃은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바른미래당보다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다. 일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사법개혁 안건들은 차치하고 선거제 개혁(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부의 문제만 한정해 보자면, 정치적 셈법이 간단치 않다. 지역구 의석수가 225석으로 줄어들고 비례대표 수가 75석으로 늘어난다는 게 핵심이다.

정의당은 비례대표가 늘어날 선거제 개혁에 반색하면서 여권과 적극 협력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 와중에 일명 '2중대' 논란 등 참기 어려운 모욕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끈 게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의원이라는 점은 민주당 주도의 정치 개혁이 아니라 정의당이 한몫을 확실히 한(관점에 따라서는 주도한) 정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논란으로 덧씌워진 '너희도 별 수 없다'는 초록동색 비판은 지난 번 보선을 거치면서 상당 부분 탈색했음이 확인됐다. 이번 패스트트랙 국면을 기회로 오히려 지지층을 더 결속하고 비지지층으로부터도 상당한 호감을 얻어냈다는 평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항의에도 묵묵히 정개특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화당의 경우는 이번 구도에서 얻은 게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평화당은 민주당의 개혁 구도에 편승, 협력함으로써 '호남정당''지역정당'으로라도 영향력을 존속 내지 확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혐의를 받아왔다.


평화당은 일단 사법개혁 및 선거제 수정이라는 큰 틀에서 패스트트랙 추진에 동참하고 나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일치단결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평가다. 우선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의원 전원이 호남에 지역구를 둔 평화당은 선거제 개편에서 오히려 '셀프 독배'를 받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최경환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언론을 통해 "패스트트랙 기간 동안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협상을 거쳐 수정안이 나오면 본회의에서 가결될 수 있다고 본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평화당으로서는 이제 패스트트랙을 태운 법안들을 둘러싼 협상 과정이 '본선'인 셈이다.

현재까지 여야 4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을 기본으로 하되 지방의 지역구 축소를 완화하는 방안을 최종 합의문에 담을 수 있도록 협상을 추진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셈. 평화당 내부적으로는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뒤 최장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는 절차를 감안할 때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헤쳐나가기가 과연 쉽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이번 개정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고 하는데, 영호남 지역에서 비례대표 투표는 사실상 거의 전부 사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그야말로 한치 앞을 보기 어렵고 서로간의 힘겨루기와 막후 정치가 횡행할 전망이다. 평화당이 남의 잔치에 멍석을 깔아주고 손만 빨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논리와 명분을 잃은 당으로 평가받으면서 지역에서도 지지층이 반발하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그간 민주당에 맞서 선전해 온 저력은 평화당만이 가진 정치적 명분이었기 때문인데, 이번에 오히려 패스트트랙 처리에 동조하면서 보인 모습 때문에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처리 와중에 사보임 권한 악용 논란으로 가장 비판을 받고 있고 정치적 생명 연장 문제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나, 평화당 역시 이 와중에 갈피를 잃고 원칙 없이 처리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인데, 평화당은 이른바 공수처 신설안 패스트트랙 부의 논의에서 '김관영 아이디어'에 동조하는 선택을 했다. 즉, 민주당 측에서 내놓은 안을 그대로 패스트트랙에 태우되, 당내 반발을 일부 무마하기 위해 자기 당의 권은희 의원이 내놓은 공수처 법안도 함께 패스트트랙에 부치기로 김 원내대표가 묘수를 내고, 이에 캐스팅보트를 쥔 평화당이 OK 사인을 보낸 것.

논리상으로는 두 안건에 모두 동의하는 이상한 교집합이 발생하므로 불가능한 처리 방법이지만, 평화당에서 큰 틀을 위해 디테일을 버렸다는 평가다. 다만 보기에 따라서는 빠른 처리라는 수단을 위해, 대의를 가볍게 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는 말이 지금처럼 와닿는 경우가 없었다고 요약하면 평화당의 속사정이 가장 정확히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