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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⑫]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친환경세차로 자립 의기투합…새 사업 아이템 발굴 경주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7.26 09:50:07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에서 친환경세차라는 콘셉트로 자립사업 날개를 본격적으로 펼쳤다. 25일 대전시청 앞에서 작업 중인 연리지 가족들. ⓒ 프라임경제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에서 친환경세차라는 콘셉트로 자립사업 날개를 본격적으로 펼쳤다. 대전시청 앞에서 작업 중인 연리지 가족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보통 한 대 세차에 한 시간쯤 걸립니다. (마침 세차 주문이 들어온 SUV를 가리키며) 크기가 이렇게 커지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막상 회오리 분사기를 잡고 손질을 시작하자 40분여만에 모든 '상황'이 정리됐다. 내부의 매트 청소며 외관 광처리까지 포함한 시간이다. 발달장애인들이라는 점은 작업이 시작되기 전 몇 마디 해 볼 때 짐작할 수 있었을 뿐, 손놀림이 시작되자 여느 카센터에서 손세차를 맡긴 것처럼 부지런히 작업이 진행됐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연리지'라고 한다. 연리지는 '대전광역시 사회적협동조합 제1호'의 이름이기도 하다.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첫 사업 아이템은 친환경 세차다. 장애인들이 붙볕더위 속에 일하는 대전시청 주차장 현장을 방문했다.

창립총회 후 '친환경 세차업' 첫 사업 선택

원래 장애자녀를 둔 학부형들이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논의하고 공동으로 사회활동을 하던 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녀들이 자라면서 학교에서 일반아동과 함께 교육을 받는 문제에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조직을 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은 설립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장애인의 자활을 본격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사진은 창립총회 장면. ⓒ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은 설립한지 얼마 안 됐지만 장애인의 자활을 본격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사진은 창립총회 장면. ⓒ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지난해 11월 창립총회를 연 후 올해 1월 창립동의인만 119명을 모으며 탄생한 연리지는 7월 현재 약 150명의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장애 문제에 관련해서는 대전권의 대표급 조직이다. 내 아이의 미래뿐 아니라 모임의 장애인들이 사회와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하는 '만조일손(萬祖一孫)'의 노력을 인정받아 공익시민단체 '풀뿌리사람들'이 선정하는 '풀뿌리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만승 연리지 팀장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70%가량, 그외 특수교사들이나 사회복지사들, (장애인) 교육권 투쟁을 할 때부터 연대해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동참한 경우를 통틀어 30%"라고 소개했다.

이런 연리지가 택한 첫 사업 아이템은 공기분사 방식을 사용하는 세차업이다. 오·폐수가 생기지 않는 친환경 사업이다. 현재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을 가설,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여러 공공기관에 입점을 추진 중이다.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세차업에는 발달장애인들이 조를 편성, 근무하며 일반인 조합 관계자가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세차업에는 발달장애인들이 조를 편성, 근무하며 일반인 조합 관계자가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40분에 한 대 뚝딱·친환경 무균 '고객 마음에 쏙'

현재 한 팀장은 하루 종일 상주하며 지도를 하고 장애인들은 오전·오후로 조를 편성해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연리지는 회오리라는 이름으로 세차업을 하고 있다. 이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한 팀장은 "보통 스프레이를 직선으로 쏘는데 우리가 쓰는 에어건은 이렇게 (회오리처럼)  도는 것"이라고 시연하며 "약품을 뿌려 이물질 같은 것을 붙게 한 다음 이를 극세사 천으로 닦는데 조금 과장하면 '물 반 컵으로 차 한 대 세차가 가능'하다"고 웃어보였다.

연리지는 코팅 및 연막식 탈취·살균 등을 하는 사업인 만큼 아이가 있는 여성운전자 등을 주요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외부 세차의 경우 경차 1만원대에서 RV 등 큰 차량 3만5000원까지 크기에 따라 받는다. 처음에는 다소 비싸다는 반응도 없지 않으나 막상 실제 정성껏 처리를 한 차를 넘기면 고객들이 흡족해 한다는 전언이다. 한 팀장은 "'비를 맞아보면 다르다(코팅의 우수성을 말하는 것)'는 소리는 가끔 듣는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 가족 요청 쇄도…다른 사업으로 진출 계획도

세차업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이들에게는 장애인 일자리창출 효과가 미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최명진 연리지 이사장은 이를 시작으로 희망을 갖게 되고 용기를 얻어 다른 일들을 펼쳐 나가게 되는 게 큰 수확이라고 잘라 말한다.

   회오리처럼 회전, 분사하는 기기를 사용해 일반 스프레이 사용시보다 청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설명이다. ⓒ 프라임경제  
회오리처럼 회전, 분사하는 기기를 사용해 일반 스프레이 사용시보다 청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의 설명이다. ⓒ 프라임경제
    
"바닥 매트도 깨끗하게" 밖으로 끌어내 청소 작업을 꼼꼼히 진행 중이다. ⓒ 프라임경제

최 이사장은 "이번에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 세차사업 시작 이후 중증장애자녀들을 둔 부모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며 "돌보는 사람을 떼어놓을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도 보호자와 함께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판단해 지금 많은 논의 중에 있다"고 말을 풀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언급할 수 없지만, 중증장애인부터 여러 장애인들을 아우르는 폭넓은 확장 검토가 협동조합 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

비단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외형적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들도 사회 속에 녹아들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당당히 한 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꿈을 심고 싶다는 '과정의 미학'이다. 그는 새 사업으로의 진출 의욕도 내비쳤다.

"이 부분에 말씀드리자면 열심히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장애가 있지만 '이렇게 같이 직업을 찾아 나갈 수 있구나'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죠. 협동조합의 가장 큰 매력은 '상상'아닌가요? 세차업이 아닌 또다른 업종에서도 뭔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뭔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호사업장' 현실 아쉬워 '떡 직접 만드는 법' 가르칠 터

일선에서 장애인들을 진두지휘해 한 사람의 몫을 오롯이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 한 팀장은 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 줬다. 대답에는 '조금만 기회를 주면, 능력을 인정해주면 할 수 있다'는 짧지만 강한 희망메시지가 담겨있었다.

한 팀장은 "자본주의 분업 구조 속에 못 들어갈 경우(장애가 극심한 경우)는 또다른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겠지만, 좀 부족하지만 편입이 가능하거나 지역사회에서 같이 노동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친구들이 존재한다"며 "이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최명진 연리지 이사장(좌측)과 한만승 연리지 팀장. ⓒ 프라임경제  
최명진 연리지 이사장(좌측)과 한만승 연리지 팀장. ⓒ 프라임경제

한 팀장은 이어 "대전 같은 경우 근로작업장, 보호작업장 다 합해서 200명 정도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고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법 규정 예외인데 이 곳이 다수를 차지한다"며 "(특히) 지체장애인 아닌 발달장애인 채용 문제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장애인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를 통해 보장받아야 할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먼저 선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이렇게 일을 시작한 것"이라며 유지 중인 의욕을 표현하기도 했다.

끝으로 한 팀장은 "대전의 사회적협동조합 제1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노동부 관할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인정받은 것으로 꼽아도 몇 안 된다고 한다"고 운을 뗀 후

"또 보통 이미 어떤 형태로든 실제 조직을 운영하면서 객관적 실적을 쌓은 곳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된 곳이 많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인데 과분한 평가를 얻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해 그런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 이사장 역시 "(장애인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라는 건 떡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고, 떡을 만드는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장애자녀들에게 떡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이렇게 해서 실제 만들 수 있구나' '아, 내가 만든 떡이 이렇게 맛있구나' 느끼게 하는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고 한 팀장의 의견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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