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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2.0 탐방 ⑬] 100년 갈 극단의 꿈, 나무시어터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7.26 15:03:29

[프라임경제] 지난 7일 창립총회를 통해 협동조합의 돛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이제 막 협동조합 인가를 위해 신청을 냈지만, 막상 협동조합처럼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업무를 추진한 경험은 십수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시어터'는 대전에 문화적 연고를 두고 중견 연극인으로 경력을 쌓아온 사람들이 의기투합한 단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이 단체는 서울 중심으로 그간 모든 게 짜여졌던 문화 영역에서 지역밀착형으로 활동하고 있다.

좀 더 밀집된 공연 추진을 하고 경영에 효율을 꾀하겠다는 미명 하에 단장이 중심이 되고 하달식으로 움직이는 극단이 적지 않은 동숭동-대학로 상황과는 전부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토론과 회의를 통해 단체가 나갈 길을 결정하고, 창작의 미래동력이 될 젊은 세대 교육까지 힘 자라는 대로 교육을 진행하는 이들은 모두 12명의 정단원을 조합원으로 한 '미니 단체'다. 하지만 각자 연극 경력이 십년 내외에 달하는 이들인데다, 후원단체까지 별도로 갖추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폐교에서 예술촌 운영 경험이 모태 '끈끈한 응집력'

나무시어터는 나무 같은 사람과 단체가 되자는 뜻에서 '나무'를 따오고 영어의 극장(시어터)을 더한 명칭이기도 하지만, 역귀를 쫓고(儺) 춤(舞)과 시(詩), 말(語)을 나누며 생각을 늘어놓는다(攄)는 한자들의 조어이기도 하다.

   나무시어터는 내부 운영만이 아니라 관객들과도 늘 소통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뱃놀이 가잔다'는 첫 틀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음에도 버전 2를 마련해 관객들로부터 놀랍다는 반응과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버전 3, 버전 4도 계속 마련하면서 장기공연을 추진한다도 한다. ⓒ 나무시어터  
나무시어터는 내부 운영만이 아니라 관객들과도 늘 소통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뱃놀이 가잔다'는 첫 틀이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음에도 버전 2를 마련해 관객들로부터 놀랍다는 반응과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버전 3, 버전 4도 계속 마련하면서 장기공연을 추진한다도 한다. ⓒ 나무시어터

정우순 대표는 2001년도에 대전 연극단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좋은 환경을 찾아 대전 지역에 새 공간을 물색했던 일부터 소개했다.

  푸닥거리가 한국식 연극의 전통이라는 점을 열기를 띠고 설명하는 정우순 나무시어터 대표. ⓒ 프라임경제  
푸닥거리가 한국식 연극의 전통이라는 점을 열기를 띠고 설명하는 정우순 나무시어터 대표. ⓒ 프라임경제
이 운동은 결국 이후에 충북 영동의 폐교를 임대해 예술촌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주변에 경작 등 일을 하고 연극에 대한 열정을 함께 불태운 생활공동체 경험이 약 7년간 이어지면서 소중한 자산이 됐다.

이후 "나무 같이 인생을 살아보자"는 뜻에 공감한 이들이 모여 공동체 정신을 계속 이어가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극단을 꾸려 왔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전통 연극의 원류는 푸닥거리"라면서 춤추고 얘기하고 푸닥거리를 진행하는 건 제의적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적인 부분이 연극에 지금보다 많았다"며 함축적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회의 의미를 분석하고 갈등을 푸닥거리처럼 푸는 방법을 연극을 통해 조명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관객 반응과 의견'도 고려해 꾸준히 작품 버전업 눈길

이렇게 긴 길을 꾸준히 걸어온 덕일까. 나무시어터는 후원회 '걸음'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다. 내달 31일에는 후원행사를 개최할 계획도 세웠다.

    
"아휴, 말도 마세요. 모든 걸 회의로 결정하는데…개성들이 어찌나 강한지 1시간 생각하고 시작했다 2시간도 해요." 그래도 나무시어터는 늘 민주적인 결정 과정을 통해 생활공동체를 꾸리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 프라임경제

이처럼 팬, 다시 말해 일반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내부적 의사결정만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극단과 연극 개별 작품들에 대해 관객의 피드백을 경청하고 소통하려는 의욕을 늘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무시어터에서 애착을 표하는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뱃놀이 가잔다'인데, 이 작품은 애초 희곡이 집필돼 초연됐을 당시보다 일부 미흡한 부분을 고쳐 공연했다. 나무시어터에서는 이를 '뱃놀이 가잔다'의 버전 2라고 부르고 있단다.

2010년 '뱃놀이 가잔다'에서 역량을 확인하고 '지상 최고의 만찬'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지만 '뱃놀이 가잔다'의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느껴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은 점을 작가에게 의뢰해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고 달라진 '뱃놀이 가잔다'를 선보였다.

"관객들이 상반기에 본 것과 하반기에 본 것이 엄청 다르다고 했어요. 연극은 일단 필름을 찍으면 끝인 영화와 달리 계속 (극본 등 디테일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 작업이죠. 또 그게 연극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 정 대표

"버전 1의 기본 틀은 그대로 가지만, 일부 변화가 들어가는 것이죠. 장기공연을 하다 보니 얻는 게 많았어요. 역량이 강화됐고, (버전업까지 하면서) 관객들 반응도 좋았습니다. 버전 3, 버전 4 등까지 지속하면서 장기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성용수 사무국장

지속가능형 경영을 꿈꾸다: 민주적 의논 통해 꾸준한 혁신

성 국장은 지역도시의 연극 등 문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이런 조건이 좋아진 호기를 잘 타서 일종의 재능기부나 사회환원 등까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나무시어터가 될 뜻이 있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100년 갈 극단이 꿈이다" 충분히 민주적으로 토론하면서도 긴 호흡으로 성공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진지하다. 사진은 성용수 나무시어터 사무국장.  ⓒ 프라임경제

성 국장은 "물론 기획력과 자본투입 차이가 좀 있다. 그러나 관객 선호도나 이런 영역은 많이 성장했다"며 "멀게는 10년 새, 가깝게는 5년 내와 비교를 해 보면 많이 달라졌는데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면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지역거점도시인 대전에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지역밀착형 문화단체를 운영하는 보람이 크다는 강조다.

저변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자신감도 붙었다. 예를 들어 '뱃놀이 가잔다'는 미스터리 성격이 가미돼 눈길을 끌어당긴다면, '지상 최고의 만찬'은 사회 문제점에 포커싱을 맞춘 작품이다.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을 시도할 만큼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난 점은 나무시어터에 큰 힘이 되고 있고 창작욕을 자극하는 부분이다. '곰팡이'는 사회상을 담기도 했지만 가족적 문제를 많이 다룬 작품이다. 이렇게 극단쪽에서 기획의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 낼 작품들을 해 온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대전의 문화계를 이끌 동량을 키워내는 데 힘을 보태는 것으로 갚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무시어터에서는 '지랄발광'이라는 모임에 참여, 연출 등 연극에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건축과 영화, 인문학 그리고 연극(공연) 등의 여러 분야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품앗이로 운영하면서 젊은이들과 소통한다.

아울러 성 국장은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통해 제도권 틀에 맞추는 것을 계기로 마을기업 등 근래 새로 등장한 '사회적경제'의 모델로 한 차례 더 변신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장기 프로젝트로 계속 업그레이드 내지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는 변태를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성 국장은 "마을기업 형태로,사회적 기반이 좀 되는 곳에서 각종 문화 사업을 풍성히 펼칠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100년을 갈 수 있는 극단이 꿈이다"

나무시어터의 지속가능성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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