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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관리公, 청소용역 이윤·관리비 '제로'…1순위만 24곳 담합?

김포장기1·인천삼산4 비롯 18개단지 입찰결과 10원 단위까지 같아

김상준 기자 | sisan@newsprime.co.kr | 2013.12.19 16:23:04

[프라임경제] 주택관리공단(사장 이봉형, 이하 공단)의 청소용역 입찰결과 1순위 적격업체 가격을 두고 '가격담합이 아니냐' '공단의 의도된 가격 짜맞추기식 입찰이 아니냐'는 여론이 지원업체들 사이에서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김포장기1 등 8개단지 청소용역입찰 공고를 낸 공단 인천지사는 17일 입찰서 제출을 마감하고 우선협상자를 발표했다.

발표결과 입찰에 응한 148개 기업 중 1순위 우선협상기업은 24곳이나 됐다. 투찰금액은 4억3781만208원으로 마지막 원단위까지 같았다. 9자리나 되는 숫자가 똑같다는 것은 업체들 간 담합이 있었거나 누군가의 의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짐작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상 담합은 힘들다고 봤을 때 공단의 의도를 의심할 수 있다. 청소용역이 도급임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청소원과 청소반장의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를 모두 고정시켜 공개했다.

공단 청소원의 직접노무비는 최저임금을 적용했기에 변경이 힘들고, 경비원 및 청소원의 일반관리비와 이윤율은 입찰가에서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를 제외한 잔액에서 쓰게 했다.

기존 인력의 급여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이긴 하나 업무의 완성도가 기준인 도급의 원칙에 맞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상의 추정을 종합하면 일반관리와 이윤만 각 5% 이내에서 쓰게끔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하나같이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0'로 썼고, 결과적으로 '0'를 쓴 24개사가 1순위 우선협상기업에 선정됐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일부기업들은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포기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마이너스가격을 제한해 주위를 당황케 했다.

   주택관리공단이 발주한 인천지역 김포장기1 등 8개단지 청소용역입찰 결과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0'를 써내 1순위로 선정된 기업이 24개사에 달했다. ⓒ 주택관리공단  
주택관리공단이 발주한 인천지역 김포장기1 등 8개단지 청소용역입찰 결과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0'를 써내 1순위로 선정된 기업이 24개사에 달했다. ⓒ 주택관리공단
공단은 기존까지 유지해오던 최저가입찰의 병폐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지난 10월1일부터 바뀐 적격심사제를 도입했다.

적격심사제도는 관리능력 70점, 입찰가격 30점으로 최저가입찰보다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관리능력은 △기업신뢰도 △업무수행능력 △사업제안서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가격은 최저가를 써낸 기업이 만점을 받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주택관리공단 인천지사 입찰담당자는 "최저가제도를 개정하고 업체들의 가격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번과 똑같은 결과가 나와 아쉽다"며 "일부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이윤보다는 실적 쌓기 차원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결과를 토대로 입찰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긴밀한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개선사항을 담은 법 개정을 많이 올려놓긴 했지만 쉽지 않다"며 "오히려 업체들이 적정한 이윤을 쓰고 관리능력 향상에 만전을 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에서는 직접노무비를 고정시킨다고 해도 업체들마다 간접노무비를 적용하는 비율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업체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최저가업체를 1순위로 선정한 것이 이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행히 가격을 높게 써낸 기업이 관리능력점수가 높아 수주를 하면 운영의 묘미를 살릴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24개나 되는 기업을 제치고 그것도 2등과의 가격점수 차이가 5점이나 나는 상황에서 용역업체로 선정되기란 힘들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24곳 가운데 용역업체로 선정된 기업은 투찰금액으로 운영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이윤과 일반관리비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노무비인 피복장구비, 교육훈련비를 줄여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퇴직충담금의 경우 계약서에 1년이 지나면 청구하게끔 해 업체들이 퇴직충담금을 수익에 포함시킬 수 있는 근거 역시 없어졌다.

1순위 적격업체가 된 24개 기업들은 우선협상자가 되고도 기쁘지만은 않다. 또 이들은 적격심사서류제출 대상이 돼 서류를 준비하고 있지만 누가 선정될지, 또 된다하더라도 이윤과 일반관리비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용역을 수행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이러한 결과는 부단 김포만이 아니라 공단이 발주한 인천삼산 등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천삼산4 등 10개단지 청소용역 개찰결과는 더 심하다. 151개사가 투찰에 참여했으며 1순위를 받은 기업은 무려 26개 기업이나 된다.

청소용역업체는 대부분이 경영상태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 또한 청소원들의 연령층이 높고  급여도 직접노무비가 최저임금을 갓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업체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불나방'식의 지원이 계속되고 '0' 이윤과 관리비를 써야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용역업체와 고객사 사이의 '상생경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투찰에 참여해 1순위 업체로 선정된 업체 관계자는 "이같은 투찰 방식은 업체를 선정하는 공단이나 투찰에 응하는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도급업체들의 부실만 키울뿐이다"고 입찰 방식 개선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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