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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철수로 주저앉은 디아이디, 회생 가능할까

무책임하게 떠난 일본측 파트너, 배임·업무방해죄 성립 논란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15.06.05 17:06:25

[프라임경제] 1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했던 중견기업업체인 디스플레이업체 디아이디가 회생할 수 있을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각고의 노력으로 회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고, 이들을 살리는 게 낫겠다는 채권자측 판단도 나오는 등 사내외에 희망적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현재 디아이디는 대출금 81억원, 이자 1억6877만원을 합쳐 82억여원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한 상황.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의 87.8%에 해당하는 규모다. 

◆2년 연속 수백억 적자 원인? 최악은 '도망간 대주주'

디아이디는 한국 반도체종합장비업체 디아이와 일본 야마토과학이 합작해 탄생했다. 컴퓨터와 노트북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용 블루가 주력 상품으로 한때 크게 각광받으며 주가가 장중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한국무역협회로부터 '3억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의 태블릿PC 물량 감소에 2013년에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168억원에 달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특정 아이템에 주력해 먹고 사는 대기업 하청업체가 어느날 산업 사양화 등으로 침몰한 적지 않은 사례 중 하나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원청측인 대기업 횡포라든지 업계 사정 문제라고 볼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번 사안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측이 이 회사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피해가 일어날 만한 어떤 갑질을 했다고 볼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무책임한 대주주의 이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디아이디는 채권자인 주식회사 재현이 대전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신청사유는 기업회생절차 및 M&A를 통한 조속한 경영정상화로 미수채권의 조기회수다.

한편 채권자인 농협은행에서는 이 회사를 파산시켜 일부나마 대출금을 회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번 농협은행 측이 제기한 파산신청은 기일이 이달 10일로 잡힌 바 있다.

이렇게 채권자 측만 해도 그 상황과 사정이 각기 다를 정도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차라리 부실로 잡고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정리를 진행하는 것을 오히려 선호한다.

농협은행 측의 행보는 이런 패턴의 일환으로, 사실 금융권 바깥의 정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채권자에 의한 회생절차 개시가 아니겠느냐는 풀이도 나온다.

문제는 은행권에서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만든, 또 이번 회생절차 신청 외에 먼저 제기됐던 회생절차 요청이 기각됐던(지난달 15일) 상황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물론 이 회사는 1년 이내 갚아야하는 유동부채가 874억원으로 유동자산(531억원)보다 많으며, 자본잠식도 진행된 상태다. 부채비율은 1151.8%로 코스닥 업체 중 가장 높았다.

상황이 초반에 이렇게 꾸준히 나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됐던 점은 바로 선장이 도망간 난파선 상황으로 외부에 인식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유동부채 문제를 검토해 보자. 이는 단기적으로 회사에 부담을 지우게 되는 불안 요소이기 때문에 물론 투자를 받는 등 상황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편 회사 최고위층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설령 회사가 되살아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지라도 '정연한 출구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주주 코와그룹은 일본인 대표이사인 A씨를 포함한 사내이사를 아예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이는 사실상 사업철수를 뜻하는 것인 동시에 가장 무책임한 이탈 방법으로, 일본계 기업과의 관련 업무를 많이 진행해 본 금융권 관계자 B씨는 논평을 요청한 프라임경제의 요청에 통상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와그룹은 이에 앞서 주주총회를 열고 한국인으로 이사 후보들을 세웠으나 이들이 이사 후보를 거부함에 따라 경영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일본 기업답지 않은 무책임 대응' 전문가 비판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실제 경영진이 없는 디아이디에서는 어떠한 결정도 제대로 내릴 수 없는 형편에 노출됐던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기업과의 각종 협력 검토가 있었으나 무산됐다는 루머도 나온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처음 제출됐던 회생 신청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왔던 것도 법원이 일본 대주주 측의 이탈 상황과 그 이후 대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자 측에 의한 신청이 다시 들어가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앞으로는 이 같이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갈 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디아이디의 가능성은 LCD 관련 역량 외에도 이전에 만들어 놓은 클린룸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본격적으로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 그 와중에 부채가 커지는 등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클린룸 시설을 다른 곳에 대여하는 등으로 일단 숨통을 트고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역량은 없지 않다는 것.

이런 와중에 잘못된 대처로 결국 소액투자자들 전반에 피해를 전가하고 떠난 일본 대주주 측 행보에 대한 비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 난국을 타개한 뒤 대처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일본 코와그룹 측 이사들을 상대로 상법상 선관의무 위반 및 형법상 배임 등 책임을 묻는 형사 조치를 해 결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위기 대처에 개입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일본 측과는 다른 진정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선긋기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아이디가 어떤 최종 목적지에 닿게 될지, 상당 기간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고단한 항해 상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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