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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킨텍스 3배 크기 HD 창조경제 "망상 아닌 구리시의 꿈"

[인터뷰] 박영순 구리시장 "이번 정부 창조경제 최대 치적될 것"

임혜현·노병우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5.08.24 12:02:18

[프라임경제] "우리 도시가 재정규모가 작다고 5400억 융자라는 부분을 우려하지만, 담보가 금싸라기땅이라 튼튼합니다. 외국에서 자문해주며 뛰는 사람들도 다 '힐튼 월드와이드' 같은 내로라 하는 전문가이고 공신력 있는 회사 관계자들이라 100억달러 유치 추산치가 절대 허황된 게 아니고, 사업타당성에 대한 외부 검증도 된 셈이에요. 국내 사업자들도 관심없는 게 절대 아닙니다. 9월 초 컨소시엄 출범식 할 겁니다."

박영순 구리시장의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구상을 취재하면서 의구심이 세 가지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효과가 100억달러 규모라는데 왜 막상 창조경제에 목마른 중앙부처에서는 계속 제동을 거는가? 국내 자본은 왜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는 듯한 뉘앙스로 일부 언론은 보도하는가? 민선 시장으로서 치적쌓기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정치인 박영순이 혼자 망상에 빠졌거나 알면서도 괜히 이상한 아이템으로 다음을 노리는 데 디딤돌 삼는 것 아니냐'는 잔인한 질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그가 조목조목 내놓은 여러 설명을 들으며 어느 정도 해소됐다. 마지막 의심거리인 정치인으로서의 다음 자리를 노린 포석으로 GWDC를 붙잡고 있다는 생각은 그가 이미 3선룰(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세 번 연임 후 그 바로 다음 선거 출마 금지)에 걸린 점이나 고령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불식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공주사범대'와 '외무고시'를 거친 이 고위공직자는 이미 1948년생인데다, 청와대 근무나 구리시장을 5번(관선, 민선2기, 민선 4~6기) 역임해봤다는 자부심 때문에 굳이 다음 선출직이 아쉽지 않다는 평이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 부럽던 젊은 관료, 시장되자 살아난 열망

공주사대를 나온 그는 잠시 영어 교사를 했다. 한국교육계에 굵은 획을 그은 바로 그 명문대다.

주경야독으로 외무고시를 통과한 그가 외무부에 입부하던 때는 아직 우리나라가 가난한 데다 외교 당국자들은 턱시도 입고 점잔을 빼며 근무하는 것만 당연하게 여겼지 '국제통상'이나 '외교비즈니스'라는 개념은 전혀 없던 시대였다. 

초임 외교관으로 본부 조약국, 스페인주재 한국대사관 등을 두루 거친 뒤 내무부로 자리를 막 옮기던 때 그의 눈에 도쿄 디즈니랜드가 들어왔다. 1983년 개장된 이 시설은 홍콩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아시아의 가장 독보적인 위락시설이자 해외관광객까지 불러들여 돈을 빨아들이는 꿈의 동산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당대의 외교관이 이런 점을 한없이 부럽게 여겼다는 자체가 이례적인데, 실제로 그는 나중에 연세대에서 조세외수입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공무원이 돈을 벌어 국가에 기여하는 법에 선구자적 시각을 가졌던 셈이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1948년생 전남 해남 출생으로, 행정관료의 길을 평생 걸어왔다. ⓒ 프라임경제

내무부 지방개발국에서 잔뼈가 굵은 뒤에는 청와대 파견 생활을 하고 관선 구리시장이 됐다. 시장이 됐다는 점은 내무 관료로서는 영예지만 막상 구리시는 이때도 잠만 자고 서울로 출근하는 수도권 베드타운이라는 이미지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었다.

자체적인 산업 시설이 별반 없어 이런 구조를 깨기도 영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이때 그의 가슴 속에 구리시의 제약 요건인 환경규제 등 각종 악재를 어떻게든 풀고 설득해 디즈니랜드 같은 대규모 시설을 유치해 자본투자를 받고 일자리 창출을 하자는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초임 관료 시절 막연하게 꾸었던 꿈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된 순간이었다.

막상 구상을 가다듬어 보니 도쿄 디즈니랜드 같은 시설을 짓기에는 구상 기반지의 면적이 약간 부족했다. 여기서 그가 눈을 돌리게 된 새 아이템이 바로 호스피탈리티 디자인(HD) 산업이었다. 고급 호텔 등에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개념 및 기본 디자인과 도면화 사업, 내부 인테리어 등을 망라하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일례로 웨스틴조선호텔 등 상당한 국내외 유력 호텔들은 이미 일찍부터 건물을 디자인하고 짓는 외에 안을 꾸미는 문제까지 고유 디자인을 일관되게 관철하기 위해 이런 전문가 기용과 사업 발주를 해 융복합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런 사양서를 만들 수 있는 디자인센터는 미국 등지에만 있어 우리 돈 300조원으로 추산되는 아시아 HD 시장 수요도 보통 미국 기업 등 구미제국이 차지했다.

GWDC의 개념은 이런 산업의 핵심 업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시, HD의 아시아 역내 중심지이자 관련 산업 엑스포의 개최지로까지 기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카고는 이런 HD가 어느 정도까지 큰 가치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선례다. 시카고의 '머천다이즈 마트'엔 5만개사를 넘는 관련사들이 입주해 있고 연간 330만명이 찾아 다양하게 열리는 엑스포 등을 즐기고 실제로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연다.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유효구매력을 갖춘 '바이어'들을 위해 관련 엑스포가 계속 열리고, 이런 엑스포가 계속 이 부문의 수요를 미국 땅으로 불러들이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투자자문집단이자 팬클럽 'NIAB' 갖추고 35억달러 유치 확보

구상은 좋으나 도시의 60% 이상이 그린벨트로 묶인 데다 한강 상류 지역이라는 난제가 구리시의 앞을 막았다. 더욱이 이런 투자를 위해 중앙부처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계속 신경 써야 하는 과제다.

이런 와중에 GWDC 구상을 알리고 사업 유치를 하기 위해 뛰는 구리시에 우호적인 대형 사업자들이 손을 내밀었다.

ST 미디어 그룹의 수석 부회장인 미셀 핀이 위원장을 맡고 스와로브스키 조명, 중국 부동산투자개발그룹 완다와 유명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월드와이드 등에 몸담은 고위 관계자들이 참여한 GWDC 유치 국제자문위원회(NIAB)가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미 이렇게 해서 투자 유치 논의가 확정된 것만 우리 돈 5조7000억원가량이다. 장차 들어올 추산 유치액은 100억달러 규모. 이런 외국인들의 투자 열망이 있다고 해서 환경 등 문제를 도외시하고 사업 추진을 할 수는 없다.

야속한 때도 없지 않았지만,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 보류 처분을 당하면서도 재차 요건을 보완, 환경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점을 일곱 번째 도전만에 인정받아 조건부 그린벨트 해제 의결을 이번 봄에 받아냈다.

구리에 디자인시티를 조성하면 서울 등에까지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박영순 구리시장의 강조다. ⓒ 프라임경제

다만 문제는 행정자치부다. 행정자치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반려 대상이 된 것.

박 시장은 "구리시 재정 규모가 작은 것도 사실이고 구리개발공사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못 미더우니 경기도 차원의 지분 참여를 받아 오라는 행자부측 생각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이런 요구에는 본질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 시장은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이 구역을 개발하면 토지개발 이익의 90%를 국가하천기금으로 내게 돼 있다"는 전제를 내놓으며 이런 상황에 LH나 경기개발공사 같은 중앙 단위나 광역지자체 유관 조직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자사의 이익으로 돌려받을 수 없는 곳에 참여를 하거나 보증을 하는 게 돼 배임 등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구리시와 구리개발공사가 위험한 5000억원 공사채 발행을 허락해 달라고 떼를 쓰겠다는 것도 아니다.

구리시가 시유지를 빌려 줘 영업 중인 구리 롯데마트 부지를 담보로 공사채를 찍자는 계획이므로 현재의 감정평가가치만 따져도 위기 시 환수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박 시장과 구리시 관계자들을 가장 맥 풀리게 하는 것은 바로 현재까지 투자하겠다는 외국인 규모나 확실성을 못 믿겠으니, 더 확고부동한 투자 확정을 받아오라는 행정자치부 태도다. 해외 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인다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뭔가 석연찮다는 판단으로 개입을 꺼린다는 일부 부정적 시각도 아쉽다.

호텔 객실 하나로 사람 셋 고용…정부 전향적 고려 희망

박 시장은 "사실상 MOU 체결된 문서의 효력을 못 믿겠다는 것인데 이를 좀 더 확고하게 구속력 있는 약속으로 하겠다는 뜻에서 'Agreement'로 다시 체결해 이를 테면 MOA(실시협약)를 해주면 다음 심사 때 문제가 없겠냐는 취지로 행자부에 문의를 넣었다"며 경직된 태도를 비판했다.

또 "이렇게 그린벨트 문제 등 여러 단계에서 발목을 잡기만 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믿고 투자하겠다는 다짐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상황을 요약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매듭짓고서도 토지 수용과 구획, 기반시설 조정 등이 남았는데, 아직 남의 땅 계약을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끼리 투자 확정을 해달라는 서류를 요구하는 중앙부처 태도는 문제라는 것이다.

박 시장은 "토지개발을 해서 땅값 이익만 올리고 끝나는 사업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외국인들이 상주하고 또 다른 외국 바이어들이 엑스포 등 유관행사들을 찾으면서 구매력과 고용유발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유력 건설 관계사들 반응도 괜찮아 이들의 컨소시엄 관련 행사도 내달 초 있을 것이라는 첨언도 있었다.

호텔 객실 하나가 창출하는 신규고용이 3명 분이라는 게 글로벌 경영투자업계의 상식이라는 제언도 보태면서, 이 사업은 구리시에서 누리게 될 고용 호재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 대규모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 사업이 실제 성공할 경우 구리시 외에도 숙박 등으로 서울 등 인근 경제권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면서 킨텍스 3배 규모의 새 경제 항공모함이 뜨는 것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그는 "(대통령이) 제2 한강의 기적을 다수 거론한 바 있는데, 왜 이런 정말 새로운 시도는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번 민선 6기 임기가 얼추 정부 임기와 겹친다. 첫삽만 뜨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잘 될 게 확실한데, 꼭 전향적으로 검토해 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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