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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48] 참웨딩협동조합 '비용 최대 30%↓' 쇼핑몰 준비

전문자격증 도입 추진 비롯 업계 파란 예고…당국도 호의적 "기운 팔팔"

임혜현·노병우 기자 | tea@·rbu@newsprime.co.kr | 2015.10.06 14:05:09

[프라임경제] 결혼 준비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처음엔 아끼자 생각을 하며 시작해도 진행하다 보면 시나브로 욕심이 커지는 데다, 이리저리 옵션을 넣으면서 아이템 수가 늘고 예상액을 넘어선 럭셔리 버전을 택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줌마가 돼 있고 스드메(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을 줄인 말로 결혼 준비의 대명사격) 비용으로 처녀 시절 모은 알뜰히 돈을 채워넣은 통장은 마이너스 통장이 돼 있다. 결혼이 이미 '웨딩산업'이라 불리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이유다.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가 구상하는 쇼핑몰 잘 활용하면 최대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웨딩업계 종사자가 들으면 싫어할 법한 소리를 꺼낸 이들이 있다. 심지어 그 자신들이 웨딩업계 종사자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이 업을 즐겁게 오래하자는 두 생각으로 모여 협동조합까지 결성했다.

참웨딩협동조합이 처음 세상에 윤곽을 드러낸 것은 2015년 5월. 설립부터 따져도 이제 반년째 접어드는 걸음마 단계인 이들이, 아무리 이전에도 관련 업무를 하던 이들이라 업계 실상에 환하다고 할지언정 이런 폐부를 찌르는 아이템을 들이댈 수 있을까.

9월20일 대방동 여성회관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웨딩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도움을 준 장면.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커플이 이 자리에서 면사포와 턱시도를 입었다. ⓒ 참웨딩협동조합

이들은 드레스 관련업, 웨딩 사진 전문가 등 여러 유관 업종에서 최소 7년선의 구력을 쌓은 5명이 모여 조합원이 되기로 하고 조직 결성에 나섰기 때문에 추진력과 아이디어 구성 등에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이들의 아이디어를 눈여겨보고, 지원사업 선정작에 올린 것도 극히 짧은 조합 역사 자체가 문제가 안 될 만큼 탄탄한 역량과 업계에 대한 애정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공단 지원 따낸 '참웨딩 쇼핑몰' 휴일 없이 매주 강행군도 즐거워

"사실 기대 안 했던 걸 선정해주셔서, 보답으로 연말까지 끝내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쉬는 날 없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송태호 참웨딩협동조합 대표는 현재 홈쇼핑 구상을 마친 상태로, 실질적 프레임 구성을 홈페이지 제작업체와 논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웨딩업계는 보통의 결혼식 패턴을 고려해 월요일을 휴일로 삼는다. 그런 황금 월요일을 8월, 9월 내내 조합 회의와 아이템 관련 브레인스토밍 모임에 사용하고 있다. 무척 피곤할 강행군이지만 보람에 힘든 줄 모르고 다들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경쾌한 해설이 이어진다.

빠르면 연내에 출범하고 본격적 가동을 봄부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참웨딩 쇼핑몰은 기존의 웨딩산업계에 큰 파란을 일으킬 '가격 파괴'를 모토 삼았다.

"통칭 스드메에 대해 전체적인 가격을 두루뭉술 알려주는 게 관행과도 같습니다. 웨딩 플래너가 신랑 신부의 요구조건에 맞춰 세트 메뉴를 꾸려주는 방식이 통례처럼 돼 있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소개비를 떼고 종사자들도 제각기 마진을 남겨야 하며, 웨딩홀의 입장도 살펴야 해 소비자 컴플레인이 나올 수밖에 없죠."

할 말이 무척 많은 듯 또렷한 부연이 끊어지지 않는다.

"웨딩 플래너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억울한 측면도 있는데, 업계 구조상 어쩔 수 없다며 다들 용인했죠. 그래서 스드메 가격을 각기 따로 알려주고, 이 드레스는 왜 비싼지, 이 사진사는 왜 가격이 센지 등을 알려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시한다는 겁니다. 다양한 생산자들이 투명하게 가격을 인정받을 장을 여는 거죠. 이것만으로도 선택지가 넓어지고, 가격 절감효과가 있을 걸로 봅니다." 

사실상 업계의 암묵적 담합이나 자기 업체의 자존심 문제 등 유력업체일 수록 입점을 꺼리는 등 전체적으로 시들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물었다. 

송 대표는 "예를 들어 유력 드레스숍이라고 하면, 자기 이름값 때문에 여러 상품을, 예를 들어 웨딩홀업자 등에게 넘기는 거래 가격보다 싸게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응대했다.

이어 "하지만 이름 간판을 떼고, 그야말로 실력과 소비자 선택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어준다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꼭 우리 쪽에서 보고 물건을 이리저리 다 골라 쇼핑을 끝내라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얻어서 계약을 하러 가면 실제로 보는 눈이 생겨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것"이라며 최대 30% 정도의 비용 절감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드레스와 메이크업, 부케 등 꽃산업은 물론 결혼 전 다이어트 관련 한의원 입점 등 간접 아이템까지 여러 카테고리에 대한 구상 및 예비 작업 준비를 이미 끝냈다는 첨언도 있었다. 

직업 전문성 강화할 자격증, 조만간 시험 실시 '첫삽'

송 대표는 이런 소비자 선택이 많이질 수록 '작은 결혼'과 '특별한 결혼'의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현재 일명 작은 결혼은 소비자 개별 팀 차원에서 고군분투해 비용 절감을 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 본격적으로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원 자금을 따내 쇼핑몰을 준비하게 된 참웨딩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회의 진행에 즐거운 열을 올리고 있다. ⓒ 참웨딩협동조합

"지금 보통 웨딩홀은 신랑과 신부측 합해 적어도 200명을 단위로 밥 장사를 해 돈을 남기는 데 주목합니다. 그러니 하객 50명짜리 작은 결혼식은 주문도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여러 관련 산업의 아이템들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면, 점차 새 시장도 열릴 겁니다. "

송 대표의 새 시장 창조에 대한 기대감은 설명만으로도 그 벅찬 심정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데 얼마, 지금까진 이렇게만 거래를 하죠. 그런데 스튜디오를 빌려주겠다, 그러니 취미가 사진인 신랑이나 신랑 친구가 직접 기획을 하고 찍는 문제를 하는 데 전문적 배경과 공간 지원만 있으면 된다는 경우 이걸 택할 새 선택지가 생기겠죠."

이렇게 하다 보면 점차 새로운 결혼식 수요가 활성화되고, 또 이런 다양한 욕구를 맞춰주는 '결혼 감독'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그의 긍적적인 관측으로, 여기에 다른 전망이 더해졌다.

"작은 강당을 빌렸는데 여기 조명이나 신부가 입장할 버진 로드, 옷과 화장과 화환 등 다양한 아이템을 모두 개별적으로 싸면서도 고객 바람에 흡족하도록 물색해 '내가 원하는 콘셉트 결혼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기획을 해주는 거죠. 이런 새 직종 일명 '웨딩 디렉터'가 뜰 겁니다."

지금까지의 웨딩 플래너가 단순히 주선과 연결을 해 주는 보좌라면, 웨딩 디렉터는 창조를 하는 역할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기존 웨딩 플래너나 지금 웨딩 유관 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 새 직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참웨딩협동조합은 민간 자격증 추진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11월29일 첫 시험 시행 예정으로 세부 문제를 조율 중"이라면서 "배화여대가 고사장으로 이미 섭외가 됐고, 지방 고사장을 포함 2곳을 더 구하려고 이야기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송 대표는 이미 조합 관계자들이 서울 대방동 소재 여성회관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작업에 도움을 주는 등으로 여기저기 인지도를 높이면서 사회공헌도 하고 있다는 소개도 했다.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이들을 위해 웨딩 추진을 해주려는 당국과 시민사회계 행보에 작지만 힘을 보탠 경험이라며 보람이 컸다고 한다.

송 대표는 "조합 설립과 공단에서 비용 지원을 따내는 과정, 민간 자격증 추진 등에서 관련 부처와 접하는 등 모든 단계에서 만난 관련 공무원과 기구 종사자들이 친절히 대해 감사하다"며 "여기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자못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어를 긴장시켰다. 

"협동조합 중 90%는 허수라는 지적도 나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알맹이에 해당하는 10% 안에 꼭 들고 싶고요. 오래 살아남아 사회에 힘이 되는 협동조합, 웨딩문화를 새로 쓰는 협동조합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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