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잘 하자' 공문이 '갑질행정' 둔갑…제주도의회 도 넘은 트집잡기 논란

일반 공무사무까지 도마에…공무 위계질서·행정마비 우려

박지영 기자 | pjy@newsprime.co.kr | 2015.10.25 14:27:07

[프라임경제]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도를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행정감사 초점이 원희룡 제주도지사 행정감시를 넘어 일선업무까지 무리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것.   

발단은 지난 9월 제주도가 각 지역 읍면동사무소에 보낸 '지방보조금 심의위원회' 관련 공문에서 비롯됐다.

김희현 제주도의원은 지난 22일 제주도 기획조정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를 두고 '갑질행정'이라고 몰아쳤다.

당시 김 의원은 "보조금심의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데 지난 9월 돌린 공문에 '마지막 보조금심의위원회'라고 했다"며 "이는 9월 말부터 예산보조금 심의가 안 된다는 의미랑 같다"고 주장했다.

즉, 연말까지 매달 보조금심의위원회가 개최되는데도 9월로 조기마감하겠다는 식으로 공문을 하달해 일선에 혼선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이에 이승찬 제주도 예산담당관은 "행정적으로 보조금 심의를 받으려면 사전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제주도 각 부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빨리 준비하라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몰아치기식 훈계형 질의는 계속됐다.

김 의원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 9월 말 심의를 마감하고, 그 다음은 심의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느냐"며 "12월 말까지 보조금심의위원회 예산집행을 한다면서 9월 말까지 '이게 마지막'이라고 알리는 것은 말이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물론 문법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번 공문발송은 제주도가 보조금 심의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제주도 역시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인해 출납폐쇄기가 12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불용액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공모사업 공고 등 사전절차 이행 후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마지막 심의가 될 수도 있다고 제주도 읍면동뿐 아니라 전 부서에 알린 바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는 김 의원이 주장하는 '허위사실' 적시에 대해 "지난 8월27일 하반기 전체 공모사업 심의를 위해 9월24일자 심의위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제주도 본청 및 행정 시 전 부서로 발송한 것"이라며 "공문서에 '9월이 마지막 심의위원회 개최'라는 허위 내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의는 매달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필요시 임시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정기개최 6회, 수시 개최 2회 등 8회의 심의위 회의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날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문제의 공문을 공개하지는 못했다. 김 의원의 지적을 두고,하급기관이 상급기관에 대해 단순히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을 공개석상인 행정사무감사에서 과도하게 언급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심의 확정된 보조금 예산을 보조금심의위원회의 재심의를 받아 집행하고 있어 옥상옥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확정된 지방보조금 예산은 지방재정법 규정에 따라 공모절차에 따른 신청자를 대상으로 보조금심위의 심의를 받고 집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라살림을 관장하는 기획예산처도 효율적 예산편성과 집행을 위해 각 부처에 조속한 예산계획을 수립토록 채근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수용자인 부처 공무원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곤 한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가 효율적 행정을 위해 일선기관에 송부한 '채근성' 공문 내용이 '강압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의아하다"며 "공직사회의 비위가 아닌 일선 행정행위를 놓고 제주도의회 의원이 과도하게 문제를 삼는 점 또한 자칫 행정마비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앙공무원도 "상위 기관으로부터 압박 받는 공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은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고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공문은) 공무원의 위계질서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을 받는다면 업무시스템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