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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보광그룹 살려라" 형제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진하디 진한 형제愛, 떼려야 뗄 수 없는 '홍家 혈연' ①

전지현·하영인 기자 | cjh@newsprime.co.kr | 2016.02.23 13:18:28

[프라임경제] 지난 2014년 5월, 증시 상장 후 날개를 단 BGF리테일이 '비상'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CU를 통해 부동의 업계 1위를 고수 중인 BGF리테일은 신성장사업으로 골프장 사업을 선택한 모습이다.

경쟁사로 지목되는 GS리테일이 편의점, 슈퍼마켓사업, 관광호텔업까지 영역을 뻗어나가는 사이 이를 의식한 듯 '휘닉스스프링스' 인수를 통해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편의점과 골프장 사업은 연관성이 전혀 없다"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보광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BGF리테일 태동의 정점에 선 '보광家'. 이건희 삼성그룹 부인인 홍라희 여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보광그룹 형제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관계사들을 총 3탄에 걸쳐 살펴봤다.

◆범 삼성家, 화려한 '혼맥'

정·재계를 아우르는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가족관계는 그 화려함에 관심이 쏠린다. 홍씨 가문의 장녀이자 홍 회장의 누나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범 삼성家로 불리는 이들 '홍家'는 언론 및 정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프라임경제

지난 2006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한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중앙일보와 JTBC 회장을 맡은 홍석현씨(67)를 형으로 뒀다. 홍석현 회장의 부인은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장녀 신연균 여사다.

홍家의 차남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양택기 전 서울시장 동생 양기식씨 자녀 양경희 여사가 부인이다. 홍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인 홍정국(34, 1982년생)씨는 BGF리테일 전략혁신부문장(전무)로 활동 중이다.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62)은 3남,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60)은 4남 아래로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 부관장(56)이 있으며 홍 부관장 남편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 차남 노철수 에미커스그룹 회장이다.

◆밀어낼 수 없는 보광그룹과의 관계

BGF리테일의 전신인 보광훼미리마트는 1989년 말 ㈜보광이 회사 내에 발족시킨 편의점사업부로 시작됐다.

1990년 일본기업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편의점사업부를 통해 1호점 '가락시영점'을 개점하면서 편의점사업을 시작한 뒤 편의점 체인화사업을 목적으로 1994년 12월1일 보광 CVS사업부에서 별도법인 보광훼미리마트를 세웠다.

보광그룹은 삼성그룹 이건의 회장의 장인인 고(故) 홍진기 전 중알일보 회장이 1983년 TV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현재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휘닉스 소재, BGF리테일 2개 상장사를 비롯해 26개 비상장회사(2015년 11월 기준)를 가졌지만 BGF리테일과 보광그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지목돼 왔다.

보광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보광은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홍석규 회장 28.75% △보광家 차남 홍석조 회장 △3남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막내 홍라영 미술관 리움 총괄 부관장이 각각 23.75%를 보유한 100% 가족 소유 기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각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를 자세히 살피면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지만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을 제외한 4남매가 서로의 회사를 나눠 갖는 형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광그룹 '악수'가 된 반도체사업 진출…유동성 위기 원인 제공

1989년, 보광그룹은 훼미리마트로 편의점사업에 진출한 뒤 1990년대 이후 강원도 평창에 대형 레저단지인 휘닉스파크를 건설하고 유통업, 광고대행업 등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하면서 성장했다.

1994년 보광훼미리마트, 1996년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1998년 한국문화진흥 등을 설립한 뒤 1999년 삼성그룹에서 중앙일보와 보광그룹은 결별 수순을 밟는다. 계열 분리된 보광그룹은 2002년부터 반도체사업에 본격적인 발을 내딛는다.

2002년 11월 STS반도체통신을 시작으로 △2005년 위테크와 에이원테크 △2007년 코아로직 △2011년 이미지센서 전문기업 클레어픽셀 등을 계열사에 편입하고 △2012년 3월에는 포스코와 합작으로 2차전지 활물질 전문 업체 '포스코ESM'을 설립한다.

보광그룹 홍씨 일가 삼형제. (왼쪽부터)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 프라임경제

그러나 보광그룹의 대표적인 전자 계열사 STS반도체가 지난해 6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을 신청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반도체 후공정을 담당하는 STS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5166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을 기록했으나 14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에 비해 매출액 6.2%, 영업이익 99%, 당기순이익은 무려 410%나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시황 악화에 따른 주요 거래선 물량 감소가 원인이었다.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대표였던 이 회사는 보광그룹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 1998년 설립 이후 반도체 후공정 부문에서 상성전자와 협력해왔다.

그러나 2013년 반도체시장 침체에 따라 삼성전자 후공정 외주생산 물량을 줄이는 대신 자체생산을 늘리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에 보광의 또 다른 전자회사인 BK E&T(BK LCD)과 코아로직의 660억원가량의 지급보증이 발목을 잡으며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

영업·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이 두 계열사의 보증 채무를 부담하기 힘들었던 STS반도체 역시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야 했고 지난해 7월, 결국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SFA)에 매각하게 된다.

사실상 레저사업에 머물렀던 홍석규 보광 회장이 전자사업을 시작한데는 형인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힘이 발휘됐다는 후문이 있었다.

지난 2002년 보광창업투자가 운용하는 IT전문투자조합을 통해 홍석규 보광사장은 STS반도체통신 지분을 인수, 전자사업을 확장했고 형인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은 IT전용 펀드를 통해 투자한 STS반도체통신 지분을 순차적으로 보광그룹에 넘겼기 때문이다.

◆"보광을 살려라" 돋보이는 끈끈한 '형제愛'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제들이 '보광그룹 살리기에 나섰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보광그룹은 장남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형제 3명이 각각의 사업을 맡아 경영하는 구도로 철저한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2007년 검사 출신인 2남 홍석조 회장과 삼성SDI 부사장 출신인 3남 홍석준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유통'과 '금융',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레저 및 반도체' 사업에 주력해왔다.

지난 1999년 삼성으로부터 분리된 보광그룹과 중앙일보는 2007년 다시 각자의 길을 걷는다. 보광그룹 계열사 44개가 중앙일보로부터 계열 분리되면서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은 중앙일보를 맡고 동생들이 보광그룹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이다.

2015년 9월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보광그룹 계열사 총 28개사 중 실제 관계사는 △보광 △휘닉스파크 △보광제주 △보광이천(휘닉스스프링스) △휘닉스에프엔비 △휘닉스리조트 △한국문화진흥 △휘닉스개발투자 △포스코ESM △휘닉스벤딩서비스 △휘닉스소재 △BK E&T △코아로직 △클레어픽셀 등이다.

이 중 지난해 9월과 10월에 걸쳐 STS반도체통신을 매각하면서 코아로직 등 반도체사업부분과 삼성전자 일부 자판기 관리를 맡던 휘닉스벤딩서비스가 보광그룹에서 제외된 상태다.

BGF리테일이 휘닉스스프링 인수 발표에 앞선 지난 4일, 업계는 홍석현 중앙미디어그룹 회장이 보광그룹이 보유한 직접적인 경영관계 계열사 중 보광과 보광제주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광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레저골프장 시설 '휘닉스파크', 보광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종합리조트 '휘닉스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후 지난 11일, BGF리테일 역시 휘닉스스프링스를 인수하며 보광그룹과의 형식적인 계열관계 결별을 선언했다. 작년 BGF리테일의 순이익 1528억원 중 1301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이었을 뿐 아니라 골프장 사업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사업과는 연관성도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특히, 2006년 8월에 설립, 경기도 이천시에 본점을 두고 골프장 경영업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휘닉스스프링스는 설립 후 줄곧 적자를 기록,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순손실 금액은 2012년 42억원, 2013년 81억원, 2014년 6억원이었고, 부채규모는 2429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한 이번 두 형들의 우애깊은 인수 결정에 따라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핵심사업인 레저부분을 일부 잃지만 자금난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의 '휘닉스스프링스' 인수 소식이 표면적으로는 보광그룹이 유동성 위기가 번지는 것을 차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홍석조 회장이 동생인 홍석규 회장을 돕기 위해 골프장을 인수하며 보광그룹 자금난 해소에 힘을 보탰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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