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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이쯤 되면 살인 위협" 횡단보도 가로막은 특고압 변압기

"위험하다 이전하라" 요청에 "원하는 자가 돈 내고 하라"

김상준 기자 | ksj@newsprime.co.kr | 2016.04.29 17:25:04

[프라임경제] 만연한 봄을 맞아 해외여행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요커(중국인 관광객) 5500명이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 남산, 명동,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가 들썩였지요.

그중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등 고궁은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는데요, 특히 사적 제122호로 지정된 창덕궁 후원은 조선시대 정원으로 왕궁의 놀이와 잔치 장소로 활용된 대표적인 조원(造苑) 유적으로 유명합니다. 후원의 경우 인기가 높아 관람객 입장 인원을 제한해 운영할 정도입니다. 매주 월요일은 창덕궁의 휴궁일 임에도 몰려드는 관광객을 위해 휴궁을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창덕궁 맞은 편 건널목 초입에 설치돼 있는 지상변압기와 지상개폐기 3기에는 '특고압 전력케이블 매설'(사진 하단 왼쪽) 정도의 문구만 적혀 있다.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로 된 경고글씨는 없다. = 김상준 기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함에 따라 창덕궁을 찾는 내·외국인의 발길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스러운 상황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창덕궁 돈화문이 바라보이는 맞은편 인도인 율곡로에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설치한 지상변압기와 지상개폐기 3기가 위험하고도 흉물스럽게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종로 쪽에서 창덕궁을 가려면 한 개뿐인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요, 횡단보도 앞 인도 한복판에 특고압 전력케이블이 매설된 변압기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탓에 보행자들은 멀쩡한 횡단보도를 두고 차도로 건너야 합니다. 위험천만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변압기 벽면 노랑바탕에 '본 기기는 고전압기기이므로 위험 하오니 관계자 외에는 절대로 문을 열지 마시오'와 '특고압 전력케이블 매설'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만, 눈에 잘 띄지도 않아 위험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변압기에는 500kva(킬로와트)라고 적혀있는데요, 이는 가정용 형광등 1개가 40와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형광등 1만2500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고압 전력입니다.

기자가 이 사진을 촬영한 4월26일엔 중국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많았는데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 6명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면서 변압기에 캐리어를 올리는가 하면 길어지는 신호가 지루해 변압기에 몸을 기대고 있었습니다. 실로 아찔한 현장이었습니다.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로 된 경고글씨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관광객들은 이 변압기를 시설물을 보관하는 적재함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변압기에 캐리어를 올리는가 하면 길어지는 신호가 지루해 변압기에 몸을 기대기도 했다. = 김상준 기자

서울시는 인도에 심어진 5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보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마당인데, 한전은 이전 공간과 비용문제를 들어 이 위험천만한 장치를 이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침 변압기를 점검하러 나온 한전 직원이 눈에 띄어 변압기 이전 계획은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그 직원은 "보기에 흉물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시로부터 허가를 맡고 합법적으로 설치한 만큼 서울시와 상의해보라"고 답했습니다.

전압기 이전 요청은 '신문고'에도 올랐는데요, 이에 대한 한전의 답은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전 서울본부 ○○○입니다. 문의하신 전기박스는 지상변압기와 지상개폐기로 인근에 전력공급을 위해 필수 불가피한 공공설비입니다. 다른 곳으로 이설할 경우 많은 비용과 추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설에 필요한 비용은 이설 요청자가 부담을 하여야합니다.'

이설을 원하는 자가 돈을 내고 진행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을 위해 운영되는 공기업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율곡로 인도에 설치된 이 변압기는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설치 됐겠지만 차도에 인접해 있고 변압기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가 없는 상황이라 차량에 의한 파손사고가 늘 도사리고 있고, 장마철 등 비가 많이 오는 때엔 누전사고 위험도 없지 않을텐데, 한전은 이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모양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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