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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⑥] 가피모 "국민 죽음에도 기업은 돈, 정부는 방관"

특별법 제정, 가해기업 공동기금 조성해야

전지현·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6.05.03 16:13:01

[프라임경제] "2011년 당시 5살이었던 딸이 폐렴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했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급 진단을 받았죠. 다행히 치료 경과는 괜찮았지만 딸은 천식이 생겼어요. 우리가족은 없던 비염에 감기를 매일 달고 사는 중입니다."

= 하영인 기자

서울 광명시 철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46·사진)는 조심스럽게 본인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피해자들은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기 힘들어 한다"며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었지만, 가해자라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인터뷰 초반 운을 뗐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영유아, 임산부 피해가 큼에도 버젓이 다양한 제품군이 돌아다녔고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는 가습기살균제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교류, 제품을 빨리 수거하도록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에 힘써왔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고 최근 검찰수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수사와 별도로 가피모는 법인등록 후 회원을 위시한 집단소송을 할 계획이다. 내달 30일 1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며 여기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33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 강 대표의 핸드폰은 인터뷰 도중에도 피해자들의 소송 문의로 쉴 틈 없이 울렸다.

"네, 피해자분이신가요. 제가 잠시 후 이 번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소송 건 때문이시죠? 네, 알겠습니다."

가피모는 세월호가 해상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가습기살균제는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기업과 피해자 간 문제'라고 선 긋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그는 "정부가 기업들 돈벌이를 수수방관하는 사이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고 지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경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강 대표는 "늦었지만 해결조짐이 보여 희망이 생긴다"며 "지난 5년이 가피모 1기였다면 검찰 수사 이후인 2기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협상 전략과 문제 해결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20대 국회 청문회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진실규명과 수습에 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특별법(가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집이 무너져 물에 빠지면 재난상태니 구해주고 보호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왜 침수되는 지역에 집을 만들었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팔짱 끼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는 기금을 조성하지 않고 환경보건법 시행령만 하나 만들어 정부 예산으로 의료비,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관계만을 고려하며 1·2등급은 의료·장례비를 지급하지만, 3·4등급 피해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마저도 극히 보수적으로 제한하는 상황.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부 △안과 △호흡기 △폐 이외 장기 △트라우마 △후유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강 대표는 "사회적 책무가 있는 가해기업들이 공동기금을 조성하고 피해자 보상부터 추모 사업, 재발방지 대책 등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공동기금은 피해자단체와 국회, 기업,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이 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해서 투명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그는 "피해자는 그야말로 개죽음을 당해야 했다"며 "정부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니 다국적기업은 더더욱 우습게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가피모는 가해기업들에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갖춘 채 대응 매뉴얼을 만들 것을 한마음 한뜻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번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에 관련된 가해기업은 △옥시레킷벤저 △롯데마크 △애경 △홈플러스 △이마트 △SK케미칼 △용마산업 △한빛화학 △세퓨 △코스트코 △다이소 △GS리테일 △산도깨비 △버터플라이이펙트 △퓨앤코 등 20여곳에 이른다.

인터뷰 말미 강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한국의 고도 소비 사회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소비자 테러처럼 일어났다. 절대 국소적인 사건으로 접근하고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소비자들도 불매 운동으로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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