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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못 미쳐 토너 교체, 알뜰 무색한 삼성전자 알뜰토너 프린터

최대 출력 매수 1500장에 400장 인쇄… 원래는 308장?

김상준 기자 | sisan@newsprime.co.kr | 2016.08.09 10:44:59

[프라임경제] "조그마한 사무실을 오픈하고 사무실에서 꼭 필요한 복합기를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토너 가격 35% 낮춘 알뜰 프린터 복합기 출시' 기사를 접하고 삼성SL-C485FW 복합기를 구입했습니다." - A씨(남·42세)

유지비 절감을 꾀하던 A씨는 삼성전자 잉크젯과 레이저 복합기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알뜰'이란 알콩달콩한 단어에 레이저 복합기를 구입하긴 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런데 사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4 두 권 분량 400장을 겨우 찍었을 뿐인데 검정색 토너 교체 표시가 뜨면서 더 이상 인쇄가 되지 않았다. 설명서를 보고 고치려 노력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제품이 고장 난 줄 알았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기계치인 것은 둘째 치고 구매할 당시 설명서에 기재된 1500장에 한참 모자란 수치였기 때문이다.

이에 A/S고객센터로 문의한 결과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제품용 토너가 장착됐다는 것이었다. 정품토너의 경우 흑백은 1500장, 칼라는 1000장을 찍는데 최초 구입 시 장착된 제품용 토너는 50% 정도 찍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품상세 스펙을 자세히 살펴보면 소모품 토너 카트리지 괄호 안에 '최초 구입 시 700매 토너카트리지 내장'이라고 기재돼 있다. 700장에도 한참 모자란 400장을 찍었을 뿐인데 흑백토너가 비었다고 얘기하자 고객센터 상담사는 '그것도 생각보다 많이 출력됐다'고 응대했다.

나정식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실장은 "기본패턴 5.0은 700장 정도를 찍고 8.8은 308장 정도 찍혀야 하는 것인데 절약모드로 놓고 찍어 100장가량 더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 보태 "고객에게 제품토너 장착을 고지하지 않아 생긴 문제인 만큼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회사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알뜰 토너로 교체 시 일반 정품 토너 대비 약 35%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1500장을 찍을 수 있다고 광고한 전용 정품 토너. = 김상준 기자

고객들은 복합기를 구매할 때 세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패턴이 5.0인지 8.8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상담 기술자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영어로 된 소모품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소비자들은 인쇄 속도와 출력 해상도보다는 한 번 사서 추가 지출 없이 오래 쓰고자 유지비, 즉 최대 출력 매수를 따져보고 제품을 구입한다.

각 기업들마다 잉크 교체 없이 출력 가능 최대 매수를 소비자에게 홍보하는데 주력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이를 토대로 어느 복합기가 더 많은 문서를 출력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와중에 올 초 신문지상에서는 '알뜰 토너 프린터' 출시 기사가 연일 이슈화됐다. 정품 토너를 2/3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출력량 많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장점을 내세웠다.

프린터 구매 가격보다 토너 유지관리비에 민감한 개인 소비자와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알뜰 토너 프린터는 토너 교체 시 일반 정품 토너 대비 약 35% 저렴한 가격에 전용 정품 토너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유해성 테스트를 통과해 인증 마크를 획득한 것은 물론 왁스 성분 함량을 높여 광택감까지 향상시켰다. 아울러 더욱 선명하고 뚜렷한 출력이 가능하고 다이렉트 USB모드 기능까지 갖춰 가격뿐 아니라 기존 제품과도 차별화됐음을 내세웠다.

특히 스마트폰을 프린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파일이 전송돼 스마트폰 속 콘텐츠를 바로 출력할 수 있다는 부연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을 알리는 데는 열을 올리면서도 프린터나 복합기를 최초로 구입하고 써야 하는 소비자의 불편은 외면하는 중이다.

광고 중 '전구 교체할 땐 아빠, 컴퓨터 교체할 땐 오빠, 타이어 교체할 땐 타이어○○'라는 내레이션이 삽입된 카피가 인기를 끌었다.

이 광고처럼 기계치인 소비자들은 사용하던 전자기기가 고장 났을 때 보통 지인이나 남자친구 혹은 가족에게 물어보게 된다. 고객센터가 가장 나중인 점을 고려한다면 확실한 친절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안티 고객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용산에서 토너를 판매 중인 한 잉크 판매사원은 "잉크가 갑자기 떨어져서 인터넷으로 주문 후 기다리지 못하고 용산까지 직접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인쇄 매수에 당황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기계를 사게 되면 토너를 꾸준히 써야 하기 때문에 제품용 토너 대신 정품 토너를 넣어주는 것도 신뢰를 높이는 면에서는 좋을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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