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애매한 5~6월 계약, 최저임금 상향분 모른 척하는 원청사

고통분담 이유로 절반씩 부담 혹은 마진 낮춰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09.12 08:48:48
[프라임경제] 최저임금 상향과 맞물려 도급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르는 최저임금 비용을 원청사가 보전해야 하지만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원청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원청사들은 도급기업들이 도급단가 조정을 요청하면 1년 단위로 계약했다며 '법대로'를 주장한다. 정부는 상생과 소통을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일방통행과 불통만이 가득하다.

아웃소싱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청사의 관행' 때문에 갈등과 논란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월이 아니라 연중 중간에 계약하는 경우 다음 해 최저임금 상향분에 대해 원청사의 보전 책임이 있지만 상당수 원청사들은 이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5·6월 중간 걸친 계약의 최저임금 상향분을 보전해주지 않아 아웃소싱업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뉴스1


최저임금은 최근 5년 새 평균 6.9%가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아웃소싱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A기업 대표는 "평균 마진이 3% 안팎인 산업이다. 예전엔 상향 폭이 적어 상향금에 대한 비용을 떠안아도 크게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처럼 평균 7%가량 오르는 상황에서 원청사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기업 존폐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공 분야의 경우 1년 단위로 매년 1월부터 12월 종료가 대부분이라 최저임금 상향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민간 분야는 1월에 계약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피해를 입는 아웃소싱업체가 늘고 있다. 

B기업 관계자는 "2월이나 3월 계약인 경우 상향분 비용이 크지 않아 안고 가기도 하지만 5월이나 6월처럼 중간에 애매하게 계약된 경우는 손실이 너무 크다. 6개월분의 상향된 최저임금 비용을 도급사에게 모두 부담하는 것은 원청사의 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아웃소싱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처럼 이런 내용을 미리 통지하고 협의를 요청하지만 원청사는 초기 계약된 내용대로 진행하자며 최저임금 상향분은 무시하는 태도다.  

◆각종 자구책 강구, 결과는 함께 고통분담

향후 최저임금 상승세는 매년 7%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아웃소싱업체들도 여기 대응해 각종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고통분담의 이유로 손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A기업은 초기 계약 시 다음 해 최저임금 상향률을 예상해 견적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 최저임금 기준 단가보다 견적비용이 높게 책정되지만 향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설득한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아예 계약을 1년 6개월로 유도하거나, 12월에 계약을 종료하고 1월에 갱신하면서 중간 정산을 유도한다. 1년에 두 번의 서류작업이 번거롭지만 비용손실보다는 낫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위의 자구책이 통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오래 거래한 업체의 경우 간혹 조율에 응하지만 신규 거래처는 거의 협조하지 않는다. 대부분 고통분담 차원에서 최저임금 상향분을 함께 부담하는 것.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보전해주는 대신 마진을 깎거나 반반부담하자고 제안한다. 거부하면 향후 계약에 불이익이 발생되니 따를 수밖에 없다"며 "장기 근속자가 있는 경우 급여인상 등의 이유로 마진율은 더욱 낮아진다"고 하소연했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입찰에서도 마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방 시청의 경우 기존 마진을 크게로 삭감해 1.5%의 마진을 제시한 곳도 있다. 

◆'일단 계약 먼저' 덤핑경쟁이 부른 인재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상향분 미보전과 낮은 마진율을 무조건 원청사 탓으로 돌릴 순 없다는 것이 업계 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가 뻔한 입찰에 뛰어들어 계약하고, 기존 업체 계약을 뺏기 위해 마이너스 입찰을 하는 등의 덤핑경쟁으로 원청사를 길들인 우리의 잘못도 크다"고 자책했다. 

매년 불거지는 최저임금 상향분에 대한 보전은 초기 계약 시 다음 해 최저임금 상향 때 조정한다는 문구를 명시해야 하지만 계약상 불이익을 이유로 자체 삭제하고 있다. 

이에 노무사 김 모씨는 "계약서상 최저임금 상향에 따른 금액 보전이 명시돼있지 않으면 원청사에서 지급할 의무는 없다. 단순히 계약을 따내기 위해 명시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무덤을 판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초기 계약 시 원청사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 과감히 계약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기업에게는 업계가 힘을 모아 단체행동이라도 해야 하지만 실적을 이유로 불나방처럼 입찰에 뛰어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더해 "가격으로 경쟁하지 말고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문화가 아웃소싱업계 내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첨언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