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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작가의 진솔한 고백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

갑자기 맞이한 퇴직, 비로소 보이는 진짜 세상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09.19 17:34:22
[프라임경제] 100세 인생에서 겨우 절반인 55세에 퇴직을 맞이한 사람들.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필요없다고 내친다. 저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바라보지 못한 내 주변의 풍경들과 비로소 교감 하고,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본인에게 고백한다. 부하직원과의 '공감'이라 여겼던 것이 그들의 '복종'이었음을, 주로 말하는 자였던 내가 듣는 자가 되니 이 얼마나 곤욕이었는지를…. "시력을 잃어 더 이상 볼 수 없음을 한탄 했는데, 이제는 더 많은 것을 듣게 됨을 감사한다." 대표, 부사장, 교수, 강사로 불리는 이원희라는 인간이 이제 작가로서 세상에 진솔한 고백을 한다. 

이원희 전 CJ텔레닉스 대표가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을 출간했다. 이번이 세 번째 출간으로 이전의 '주인공 빅뱅', '경영369'와는 사뭇 다른 자전적 에세이 소설로 CJ의 계열사 대표로 지내다 55세에 퇴직 후 달라진 환경에서 느낀 일상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 저자 이원희 작가 ⓒ 이원희 작가


세 권의 책을 출간해 이제 어엿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저자는 "제 글은 여타 시인, 작가들의 글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일기처럼 보고 느낀 것들을 적어 내다보니 책이 된 것이다. 문장의 기교도 문체의 화려함도 없이 나와 같은 처지의 독자들과 공감하기 위한 진솔한 이야기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저자는 처음부터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썼던 것은 아니다.

"준비없이 퇴직을 맞이하고 보니 당시의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기업 대표의 시각, 퇴직 후의 시선,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이 너무 달랐죠. 문득 이런 환경에서 느껴지는 것을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에 그때그때 블로그에 써봤던 것이 어느새 책이 됐습니다." 

두려운 글쓰기가 이제는 습관으로

초반 글쓰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저자는 이제 글쓰기와 독서가 습관이 됐다. 매일 아침을 글로 시작하며, 하루하루 글쓰기를 쉬지 않는다. 그는 "매일 아침을 글로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 매일 글쓰기를 시작해서 4개월여는 쉬지 않고 썼다. 이후 일주일에 3회 이상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일매일 하루를 돌아보는 것이 개인의 성장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고, 직원들에게도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의 체중은 측정 가능하지만 내면의 성장은 책을 통해 측정 할 수 있다.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는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 직장인으로 살다가 미래에 대한 별다른 대비 없이 직장생활 만 29년을 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왔다. 그리고 갑작스레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바쁜 1년을 보냈다. 열심히 적응해 가는 동안 조그마한 성과라 할 만한 것도 있었지만 여전히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저자는 계급을 떼고 세상에 나오니 그동안 알지 못한 세상을 다시 알게 됐고, 그때의 감명은 고스란히 글로 담겨졌다. 

저자는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변화될까? 경험하지 않고 함부로 그 상황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정상이던 시력을 잃어버리는 상황만큼 갑작스런 상실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들이 알다시피 시력을 잃게 되면 다른 감각기관이 발달하여 시력을 갖고 있을 때만큼이야 안 되겠지만 빠르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간다고 한다. 그냥 적응할 뿐 아니라 시력의 상실 전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된다"고 본문에서 밝혔다.

또한 "나 또한 상실과 더불어 새로운 성장이 시작되었다. 갑작스런 퇴임으로 잃게 된 것은 대부분 현실의 물질에 관한 것이다. 그 물질에 매달려 있는 동안 보지 못한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계급장 떼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주치며 부대끼며 새로운 성장이 시작된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알싸한 진짜 세상의 맛, 그 속에서 따스한 맛을 느끼다

세 번째 출간한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은 이전 두 개의 책과는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이전 '주인공 빅뱅'과 '경영369'는 자기계발서로 본인의 오너시절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다. 하지만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은 다 내려놓고 나서야 써진 글이다. 

대기업 대표 타이틀을 내려놓은 그의 고백은 세대를 불문한 울림이 있다. 그는 "대표시절 부하직원과 공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보니 그들의 복종임을 깨달았을 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대표란 타이틀이 사라지니 비로소 진실로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상에 적신(赤身)으로 나온 저자는 말하는 자에서 듣는 자가 됐고, 맞이하는 자에서 기다리는 자가 됐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알싸한 세상의 맛을 느꼈다. 하지만 그전에 없던 단 맛도 느꼈다.

계급장 떼고 만난 세상 표지. ⓒ 이원희 작가

"이전 회사 직원들이 제 책을 구입했다며 인증샷을 보내줍니다. 생각보다 많은 직원이 아직 제 생각을 하고 연락하며 일일이 문자로 책을 샀다고 사진을 보낼 때마다 이전에 알 수 없던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젠 그들 사장도 아닌데…."

그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인증샷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가족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작가는 "퇴직했을 때 가족이 자체 제작한 감사패를 수여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어려운데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천재의 그림보다는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책의 마치는 글에서 밝힌 그의 소박한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처럼 갑자기 세상에 나와 방황하고, 새로운 갈등을 겪는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다음 책도 구상하고 있다. 이번엔 쉬운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한다. 감성과 진성의 리더십으로 사람에게 집중하고 마음으로 교감하는 리더십에 대해 구상 중"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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