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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 이룬 다산콜센터, 귀족 노조 이루나?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09.21 11:40:31
[프라임경제] 2016년 9월 9일 다산콜센터 노조가 요구한 재단설립 조례안이 통과됐다. 2012년 노조 설립 이후부터 그들이 요구한 사항 대부분이 이뤄졌고, 마지막 남은 서울시 소속 정규직 요구가 받아들여져 노조 요청은 100% 성사됐다.

그러나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정규직이 되면 지금보다 처우가 더 나아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관련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현재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의 급여 수준, 복리후생, 업무환경 등은 업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다산콜센터 평균 근속년수는 4.5년으로 이를 기준 삼을 경우 4년차 상담원의 평균 급여 지급액에 대해 서울시는 200만원, 해당 도급사 담당자는 230만원이라고 주장한다. 둘 중 누구의 얘기가 맞든지 타 공공기관 상담원 급여가 평균 160만원가량인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편이다.

그렇다면 근무환경은 어떨까? 노조 결성 이후 이들의 요구 대부분을 수락해 일 8시간 근무 및 각종 휴가·휴게 및 수당 등 모든 것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업무량은 초기에 비해 50%까지 줄어 1인 당 하루 평균 60콜 내외지만 근무 인력은 노조 압력으로 큰 변동이 없다.

타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 콜센터 상담사들이 평균 80건 이상을 소화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들의 업무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콜센터는 무엇보다 많은 양의 고객 상담이 우선돼야 한다. 양이 충족되지 않고 질을 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내 중론이다. 특히 노조가 외치던 고용불안은 알려진 것보다 매우 안정적이다.

관련 도급업체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서울시가 말한 연 40%의 이직률은 현실을 모르고 오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콜센터는 이직률을 월 단위로 계산한다. 40%면 매월 약 3%의 이직자가 발생한 것을 12월로 곱한 수치다. 월 단위로 계산하면 한 달에 이직자가 100명 중 3명으로 이는 전체 콜센터 산업 평균으로 비춰볼 때 아주 낮은 이직률"이라고 열변했다. 

이에 더해 "노조가 결성된 2012년부터는 연 단위로 계산해도 1% 미만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대부분 이직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복리후생도 양호하다. 노조와 단협을 통해 상담사들이 이용하기로 한 도급사의 법인콘도는 내년 이용자가 넘치고 있다.

관련 담당자는 "콘도 이용의 경우 개인이 사용하는 부대비용 말고 기본적인 숙박비용을 도급업체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는 도급단가 견적서에 포함되지 않는 지출이라 부담이 상당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5년차 상담사에 대해서는 안식휴가로 연 이틀씩의 휴가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각 기업마다 복리후생 제도가 다르지만 노조는 이전 도급기업의 복리후생도 더해달라고 요구해 이를 수락했다"고 첨언했다. 

여기에 상담사들의 생리휴가가 금요일에만 사용되는 기현상도 체험했다는 후문도 보탰다. 

9월5일 공청회 당시 상담사들은 연차 사용보고는 이틀 전에 해야 하는 방침을 알면서도 당일 오전 문자 혹은 전화로 이를 통보하고 공청회 집회에 170여명이 참여해 오전 시간 내내 다산콜센터는 잠정 폐업을 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자는 "노조의 요구가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상담사들도 더 이상 관리자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재단이 설립되면 급여인상 및 복리후생의 확대, 이들의 100%고용승계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2012년 연구용역 결과 재단 설립하면 초기 비용은 민간위탁보다 적게 든다고 하지만 실제 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 이전보다 비용지출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기존 다산콜센터 상담원의 고용승계가 현재 서울시 내부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단이 설립된다면 재단이라는 비영리법인이 특정 조직의 인원만 선발하는 것도 분명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안이 발표됐고, 9월 29일에 공포된다. 공포가 되면 재단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제했다.

덧붙여 "내년 1월 29일에 재단이 설립된다는 루머는 도급기업과의 계약이 1월까지라 퍼진 것 같다. 내년 상반기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추진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권익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재단 설립이 된다 해도 지금껏 이들이 누렸던 권리와 복지가 승계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왜 이리 강하게 주장하는지 의문이 든다. 수주절벽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어느 기업의 노조처럼 다산콜센터 노조도 투쟁을 위한 투쟁을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본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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