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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실적 만회'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6.10.14 14:49:40

[프라임경제] "삼성전자는 당장의 손실 만회보다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할 때다." 이는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이례적 단종 선언 후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증권가 관계자의 답변이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대한민국이 뜨겁다. '전자기기 하면 삼성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맹목적인 신뢰를 얻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뀐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제품 결함이 발생하거나 빠른 선택 필요한 시기, 과감한 결단으로 고객신뢰를 쌓았다.

이건희 회장의 유명한 일화인 1995년 '애니콜 화형식'을 시작으로 △2004년 압력밥솥 폭발로 인한 조기 사업 철수 △2009년 지펠 냉장고 폭발에 따른 21만대 자발적 리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시 이재용 부회장의 빠른 사과문 발표 △세탁기 불량 사내방송으로 보도해 신경영 동인으로 활용 등이 있다.

특히 1995년 애니콜 화형식은 현재의 사태와 매우 유사해 최근 들어 자주 언급된다. 삼성전자는 무리하게 제품 출시를 서두르다 불량률이 12%까지 치솟자 1995년 3월 경북 구미의 공장에서 15만대의 불량 애니콜을 쌓아놓고 불태웠다.

국민의 신뢰를 얻은 애니콜은 화형식 이후 국내 1위 매출을 기록한다. 추락한 기업 이미지와 제품 신뢰성을 한꺼번에 만회한 것.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는 과거와 같은 과감한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1차 리콜 시 대대적인 테스트로 정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결함 없는 새 갤럭시노트7으로 하반기 시장을 노렸어야 했다. 조급증이 망쳤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신제품 출시를 견제해 단 수일 만에 배터리만 교체한 제품을 내놨고 다시 한 번 폭발하는 사태를 야기했다. 심지어 새 갤럭시노트7의 국내 첫 폭발 사례는 외압에 의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는 듯한 행보를 보여 국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갤럭시노트7은 출시 60여일 만에 이례적인 단종의 길을 걷게 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7조원 중반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리콜에 따른 손실 1조원과 단종 사태로 2조6000억원의 직접비용, 여기에 판매 실기에 따른 기회 손실이 3조원 중반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도 쉽게 넘어갈 규모의 금액이 아니다. 2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8.14조원, 그중 IM사업부는 4.32조원이었다. 이마저도 오래 초 발표한 갤럭시S7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결과였다.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실적 만회보다 철저한 원인규명에 따른 국민 신뢰감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 원인규명 없는 차기작 발표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실적 만회를 위해 갤럭시S7 엣지 고급형 모델과 갤럭시S8 조기등판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 만회를 위해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갤럭시S7 엣지"라면서 "홍채인식과 같은 갤럭시노트7의 주력기능을 탑재한 고급형과 블루코랄 색상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갤럭시S8을 기존보다 한 달 빠른 내년 1월 CES에서 공개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다시 한 번 갤럭시노트7 출시시점인 지난 8월을 떠올려야 한다. 당장 과거 이건희 회장의 일화처럼 갤럭시노트7 약 400만대를 불태우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고경영자가 나서 대한민국 대표 기업에 걸맞은 사과와 함께 철저한 원인규명으로 밝혀진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등 돌린 고객신뢰를 꼭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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