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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 통한 매장운영, 결국 고용세탁용?

"매장 판매 근로자들 보호 전무…법적 문제 없다"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10.19 17:43:54

[프라임경제] 유통산업에 위장도급 관행은 2013년 이마트 사태 이후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또 다른 문제들이 얽히며 유통업 종사자들이 근로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당시 이마트 사태 이후 유통산업 내 비일비재했던 위장도급 관행이 사라졌다. 이마트가 고용노동부의 위장도급 적발로 도급근로자 1만 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후 유통업계 위장도급 논란은 잠잠해졌으나 다른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취재 결과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장 판매 직원들 대부분이 4대 보험 미가입, 각종 수당 미지급 등 근로자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 것.

백화점 중간관리 매니저가 아침조회를 하고 있다.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판매 매장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숍매니저와 둘째, 막내직원으로 구성된다. 브랜드 직영매장인 경우 4대보험이나 퇴직연금에 가입시키기도 하지만 이외 매장 대부분은 근로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대형기업의 경우 브랜드별로 직영 운영을 통해 근로자의 4대보험 및 퇴직연금에 가입하며 근로자 보호에 힘쓰기도 하지만 이는 브랜드별 차이가 있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 브랜드의 경우는 심각하다. 백화점 숍매니저인 김모씨(41세·여)는 "브랜드 매장 직원들 대부분은 4대보험이나 퇴직연금 가입을 안한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언급했다.

인건비 절감·법적 면피 '중간관리자'

판매직 종사자들의 부당고용 문제는 '중간관리 계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간관리 계약은 유통분야에만 존재하는 기이한 고용형태다. 본사는 매장 숍매니저와 중간관리자 계약을 맺고 매장 매출의 일정분을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아 매장 관리와 채용·급여·교육 등 전반적인 매장을 운영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유통 판매 분야에 이런 중관관리자 계약이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수십 수백 개의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를 모두 본사에서 관리하는 것은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든다. 그래서 실무에서 경력을 쌓은 매니저들로 운영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매장 운영의 효율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본사가 근로기준법 준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4인 이하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사 소속 시 당연히 지급될 수당이나 법 적용이 개인 사업자인 중간관리자 소속이 되면서 법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본사의 인건비 절감의 효과가 따른다"고 첨언했다.

특히 이런 중간관리자 계약은 인건비 절감의 효과만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방패역할로도 사용된다.

이 관계자는 "중간관리자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근로자가 진정서 등을 접수했을 경우 본사는 근로자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명 '꼬리자르기'"라고 짚었다.

고용세탁 목적 VS 법적 문제 없다

이러한 중간관리자에 대해 업계는 고용세탁이 목적이라고 비난하지만 브랜드 본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간관리자 계약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소득에 있어서는 개인사업자 범주에 넣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간관리 숍매니저들은 본사와 수수료 계약을 맺고 월 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 수익으로 내부 직원 급여, 채용, 관리 등으로 매장을 운영한다. 숍매니저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맺지만 실제 운영 관계를 살피면 본사가 면접, 급여, 교육, 배치 등 근로자의 채용프로세스에 관여하고 이들의 급여를 감안해 수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실제 채용의 근본적 주체가 본사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본사가 직접 고용하지만 중간에 대리인 격인 중간관리자를 끼워 '고용 세탁'이 된다. 하지만 사실상 본사와 근로자 간 직접 고용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중간관리자는 본사와 수수료 계약을 맺고 있지만 운영 관계를 보면 본사가 업무에 대한 지휘, 명령권을 가졌고, 수수료도 급여를 감안해 결정하는 만큼 수수료제 근로자로 확대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간관리 매니저를 독립적 개인사업자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말도 보탰다.

하지만 브랜드 본사는 원론적인 것만 내세우는 현실이다.

세정 관계자는 "본사에서 수많은 매장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 매니저를 통한 매장 관리가 용이할뿐더러 실무 경험이 풍부한 매니저를 통한 운영이 상당 부분 이점이 많다"고 응대했다.

이와 함께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 이들의 처우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며 "중간관리자는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법적으로 살펴보면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고 부연했다.

유통 중간관리 문제, 노동학계도 인식… 향후 점진적 논의

'탑텐' '지오지아'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올젠 브랜드의 중간 관리자(백화점, 대리점)는 모두 개인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다. 이외 직영점의 경우 본사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 관리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신성통상의 올젠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중간관리자로 운영되고 있지만, 관련 담당자는 취재를 거부하며 답변을 끝까지 회피했다.

엘지패션은 대체적으로 직영점을 선호하고 있다. 각 브랜드에 따라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근로자 보호 등에도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엘지패션 관계자는 "단순히 중간관리자나 직영점 중 어느 하나가 나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브랜드나 매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업계 내 일반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기 보태 "매출이 좋은 지점은 중간관리 계약을 통해 많은 수익을 가져가게 하고, 매출이 낮은 곳은 직영 운영을 통해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매장 근로자와 본사 간 윈윈하기 위한 운영 전략으로 본다"고 전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대리점 같은 완전한 개인사업자가 아닌 중간관리의 경우는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어 이를 선호하는 매니저들도 많다. 매장을 오픈할 때 직영이나 중간관리 운영으로 정하지 않고 담당 매니저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라는 말도 있었다.

한편 이에 대해 노무법인 원의 김우탁 노무사는 "중간관리자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본사 혹은 백화점으로부터 명령 및 지시를 받는 등 일부 고용관계로 비춰지는 면이 있어 이들을 완전히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업계 내 일부에서는 "중간관리자는 유통판매 분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것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이전에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이하 특고 근로자)에 대해 노동계에서 논의하면서 유통분야 중간관리자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특고 근로자 문제가 더 시급해 뒤로 미뤄진 바 있다"고 당시 상황을 알렸다.

아울러 "유통분야 중간관리계약형태에 대한 문제는 노동학계에서도 일부 인식하고 있다. 관련 문제는 향후 점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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