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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올린 입찰 전쟁… PT고수 울리는 저단가 경쟁

PT와 가격 비율 9:1로 해야… 공정경쟁 문화 조성 필요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6.12.02 15:08:27

[프라임경제] 바야흐로 입찰의 때가 도래했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매년 12월에 계약을 종료하기 때문에 11·12월은 우리나라 전국의 공공기관, 지자체 입찰이 쏟아지는 시기다. 따라서 아웃소싱 업체에게 이 시기는 어느 때보다 바쁘다. 어떻게, 얼마나 입찰을 수주하고 기존 거래처를 뺏기지 않느냐에 따라 내년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에게 연말은 1년 농자를 짓기 위해 씨 뿌리는 시기다. 연말에 씨를 잘 뿌려야 내년이 평안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계약이 종료되는 12월을 앞둔 11·12월은 입찰이 쏟아지는 시기로 아웃소싱 기업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다. ⓒ 네이버 블로그 캡쳐

원청사의 사업을 수주해 이를 운영하는 아웃소싱 산업 특성 상 입찰의 성공여부는 기업존폐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연말에 몰리는 나라장터 공공입찰은 꽤나 굵직한 입찰도 많고, 공공은 상당히 매력있는 실적이어서 연말 입찰에 대부분의 아웃소싱 기업이 사활을 걸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찰은 제안서 PT(presentation)평가와 가격점수로 나뉜다. 대체적인 비중은 8:2로 PT의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른 얘기가 들린다.

한 관계자는 "PT와 가격 비중이 9:1이 적당하다고 본다. 입찰에 응하는 기업은 PT의 베테랑들이 포진하고 있어 어느 한 곳이 도드라지게 잘한다고 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즉, 명확하게 비교될 만한 지표가 없기에 점수가 대동소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관적으로 판단되는 PT보다 숫자로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가격이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 예로 모두가 100원을 제시했는데, 어느 한 곳이 50원을 제시한다면 50원을 제시한 곳이 낙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내 관계자들은 8:2 비중의 불합리를 호소하며 가격점수 비율을 낮추고 PT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주일 내내 '제안서PT 작성'…허무한 저단가 낙찰

11·12월에 입찰이 몰리다 보니 이에 따른 제안서 작성에 아웃소싱 기업 내 PT담당자들은 일주일 내내 밤새워 제안서 작성에 매달린다.

관련 담당자들은 "연말에 제안서 작성에 늘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색다른 뭔가를 위한 PT기술 부족에도 시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기한은 정해져 있고, 시간은 없다 보니 기존 제안서를 짜깁기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일정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폐해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팅 전문기업 피티온유의 강봉석 대표는 "△논리 △흐름 △구조 △이해 네 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작성보다 중요한 것이 기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강 대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근거 없는 주장의 나열"이라며 "이야기의 연결이 없다 보니 발표하기도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다. 또 "주장의 이유, 판단의 근거, 구체적 언어가 상실된 PT는 인과관계의 연속일 뿐이다. 옴니버스 영화도 이야기의 흐름이 없다면 계속 몰입할 수 없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PT를 열심히 준비한다 해도 결국은 낮은 가격을 써낸 곳이 낙찰되는 현실에 관련 담당자들은 허무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 아웃소싱 기업 제안PT 작성 담당자는 "점수표를 보면 PT에서 우리가 앞섰지만 가격점수에서 뒤짚히는 것을 볼 때마다 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공개입찰 가장한 수의입찰…잦은 업체 교체 부담

민간에서는 한 기업만 입찰을 받아 계약을 맺는 수의입찰이 있지만 공공은 응찰조건을 충족한 기업이 모두 참여해 경쟁하는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공개입찰을 가장한 수의입찰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흔한 방식은 기존 업체가 될 수밖에 없는 입찰 조건으로 신규업체의 진입이 어렵거나 응찰해도 결국 점수 미달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아웃소싱 기업 관계자는 "점수 배점 항목 중에 기존 업체에 유리한 기준으로 항목을 정한다. 예로 매출, 재무상황, 신용평가 등 기존 업체에 맞춤형으로 점수를 배정한다"며 "특히 점수 배점 항목의 편차를 심하게 정해 해당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니면 점수가 크게 깎여 떨어지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만점을 10점으로 하고 9·8·7점으로 내려가는데 만점이 10점인데 차 순위가 6점, 3점식으로 편차를 심하게 둔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특수 사업장의 경우 기존 실적있는 업체만 응찰이 가능하게 해 신규업체의 진입자체를 막는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공개입찰을 가장한 수의입찰에 대해 원청사 담당자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단 관계자는 "입찰이 1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매번 업무 인수인계 등으로 과부하가 걸릴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왕에 오래 손 맞춘 업체가 담당하는 것이 관리에 이점이 있을뿐더러 근로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며 "특히 특수·희귀업무 사업장의 경우는 신규업체가 온다 해도 이를 수행하기 어렵고 매번 교육을 진행할 시간도 부족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입찰은 업체를 선정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공정하고 납득할 만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아웃소싱 업체들도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것을 지양하고, 심도있는 제안서 작성과 서비스 품질로 공정한 경쟁 문화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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