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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키친 캐비닛은 '팩트폭력'을 부르는 단어?

美 비공식 측근내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6.12.19 16:22:27
























[프라임경제]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고(속칭 <kitchen cabinet>라고 합니다) 피청구인이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음."
(국회 탄핵소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헌법재판소 답변서 중)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로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미국 정계에서나 통용되는 생소한 개념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은 미국에서 대통령의 '비공식 측근내각'을 뜻하는 정치적 용어다. 공식 내각에는 입성하지 않았지만 개인 자격으로 대통령과 인간적인 친분을 유지하며 격식 없이 조언할 수 있는 자문그룹을 말한다.

이는 1831년 당시 미국의 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대통령의 비공식 측근 집단을 가리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는 미국 최초의 평민 출신이자 민주당 소속으로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공식 참모진과 극도로 대립한 끝에 무더기 해임 사태를 부른다.

이후 행정부 외에 측근들(진저그룹·ginger group)과 따로 국정을 논의하자 상대 진영이 잭슨 대통령의 비선조직을 '키친 캐비닛'으로 비하한 것이 용어의 시작이다.

그럼 왜 하필 부엌(kitchen)일까? 미국 가정의 구조와 영역 개념을 들여다보면 된다. 미국에서는 보통 손님을 응접실(parlor)까지만 들이고 아주 격의 없이 친한 사이일 때만 부엌(kitchen)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 내각(cabinet)을 붙여 공식 내각은 'Parlor Cabinet', 비공식 측근조직은 'Kitchen Cabinet'으로 통칭한다.

단, 미국의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과 어떤 사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인과관계 없이 순수한 여론 전달 통로로의 역할한다. 비선일 뿐 실세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아시아 이상주의'라는 저서로 유명한 재미교포 이홍범 박사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이홍범의 박사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저서를 읽은 뒤 자신의 키친 캐비닛으로 초빙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을 키친캐비닛 멤버로 임명한 바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자문일 뿐 실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키친 캐비닛은 미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일군 중요한 자산의 일부로 평가된다.

이런 배경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헌재 답변서를 받아보고 우울함을 느낀다.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Devil's Advocate)'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더 저열한 인간의 본성을 본 탓이다.

최근 시중에 '간디의 7대 망국론'이 떠돈다. 내용은 △노동 없는 부(富) △ 양심 없는 쾌락 △ 인격 없는 지식 △윤리 없는 비즈니스 △인성(人性)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신념 없는 정치 등 일곱 가지다.

묘하게 이번 사태를 빼닮은 선견지명에 깨달음을 얻는 한편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국가통수권자의 변명문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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