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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SPC 사재기 부른 '계란 대란' 어찌하오리까

파리크라상·파리바게트 등 계란 매점 정황, 소비자 '허탈'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6.12.22 16:41:11





















[프라임경제] 전국을 덮친 고병원성 AI가 당장 밥상물가까지 뒤흔들고 있다. 22일 자정까지 산란계 1532만여마리가 도살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낳을 수 있는 닭 5마리 중 1마리 꼴이다. 이미 마트에서 30개 들이 계란 한 판이 7000원을 웃돌고 그나마 '1인1판'으로 판매가 제한되면서 가장 만만한 반찬이던 계란프라이조차 아껴 먹어야 하는 기막힌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까지 직원들을 동원해 계란 사재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줬다.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가 '전사 계란 수급 캠페인'을 내세워 구체적인 구입품목과 구입처, 결제방법, 수집장소·시간 등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내부 문건이 21일 공개된 것이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직원들이 직접 계란을 사서 서울 양재동 소재 사옥 지하 3층으로 가져오면 구매담당자가 영수증과 확인증을 교환해주고 총무팀이 계란 값을 추후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렇게 지난 19일부터 이틀 동안 모은 계란이 500여판, 1만5000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254개)의 60배에 달하는 양으로 직원들이 사온 계란들은 경기도 성남 제빵공장으로 향한 것이 전해졌다.

SPC는 파리크라상, 파리바게트 등 주요 제빵브랜드를 간판으로 삼은 식품기업이다. 특히 파리바게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9000억원에 달해 업계 1위를 자랑한다.

이와 별개로 파리바게트는 지난 4일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6% 올린 바 있다. 일련의 상황은 당시 관리비 상승을 내세워 제품단가를 올린 SPC가 혼란을 틈타 주요 식재료를 사재기 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문제의 '계란 대란'이 최악의 경우 향후 반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병아리가 알을 낳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 탓인데 정부는 산란계와 병아리를 해외 수입하고 아예 계란을 직접 들여오겠다는 안을 내놨지만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계란을 수입하려면 해외에서 수출 가능한 업체를 물색해 유통계약을 맺고 식약처의 인증도 필요하다. 이 기간이 석 달 정도 걸리며 만약 AI 사태가 진정되면 반대로 계란 값이 폭락해 국내 사육 농가에 이중고를 안길 수 있다.

실제 2010년 구제역 확산에 삼겹살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가 수입삼겹살에 대해 한시적 무관세를 적용해 수입량이 대폭 늘렸다. 공급이 넘치면서 결국 가격 조정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미 AI가 국가적 재난 수준에 육박한 상황에서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아끼고 최고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최선이다. 당장 밥상물가가 위협받는 가운데 '계란 대란'을 해결하려면 수입보다 국내 농가의 안전한 유통경로를 확보하는 게 먼저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계란 수입에 투입할 예산을 차량 및 축사세척을 위해 국내 농가에 지원하면 방역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안전한 유통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관계기관회의에서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차량 세척을 먼저 유도하고 소독하면 방역 효과가 올라간다"며 "그러나 거점소독시설을 점검해 보니 (예산문제로)세척을 하지 않고 소독만 하더라"고 지적했다.

최근 AI 사태는 국민의 먹을거리가 달린 긴급한 상황에서 국가의 무능이 민간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후진적 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줬다. 각자의 본분에서 멀어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번번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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