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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천호식품 "사과문을 사과하시오"

남 탓하다 '혼쭐' 불매운동으로 위기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1.04 13:36:38

















[프라임경제] 부산 향토기업 천호식품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김영식 회장의 '촛불 비하' 논란에 이어 일부 제품에 가짜 원료가 섞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키치(Kitsch)로 뜨고 설화에 발목

저예산 광고 한 편으로 건강식품시장을 주름잡은 천호식품은 작년 10월 김영식 회장이 로또 2등 당첨금 5000여만원을 기부한 것이 알려져 훈훈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런데 불과 석 달도 안 돼 정직하고 친근했던 회사 이미지는 연이은 '설화(舌禍)'로 박살이 났다.

결정타는 지난 2일 '가짜' 홍삼농축액 판매와 관련해 올린 사과문이었다. 요약하면 '원료 공급업체에 속아 회사도 피해를 입었지만 전액 환불 및 교환은 가능하다' 정도로 읽힌다.

천호식품은 식품업체 중에서도 꼼꼼한 품질 관리를 자랑해왔다. 심지어 김 회장은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먹어서 효과가 없으면 남에게도 권하지 않는 게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하던 인물이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태도는 대중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올바른 사과 5원칙

'사과는 고양이(CAT)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세 가지 요소의 첫 글자를 따 △콘텐츠(Contents) △태도(Attitude) △타이밍(Timing)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천호식품의 이번 입장 발표는 잘못된 사과의 요소를 철저히 답습하고 있다.

올바른 사과에는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다만' '하지만'으로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죄송하다' 뒤에 '다만'이나 '하지만'이 붙는 순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변명으로 변질되기 쉽다.

둘째는 '무엇이' 미안한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모호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셋째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의 잘못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유감표명과 책임 인정은 필수요소다. 이를 무시하면 상대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며 더 분노할 수 있다.

넷째는 구체적인 재발방지 및 보상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최적의 타이밍이다. 사과를 하는 시점이 너무 늦어도 문제지만 이른 것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외환위기 당시 사업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자살충동에 사로잡힐 만큼 힘든 시절을 겪고도 김영식 회장은 재기에 성공했다. 책과 강연, 인터뷰를 통해 자랑한 그의 스토리는 진짜였으니 그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변명이 아닌 진짜 사과'만이 다시 일어설 기회가 된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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