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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 건설기술진흥법 논란, 건설기술자는 범죄자?

권한은 발주처가 갖고 처벌은 기술자 몫

조재학 기자 | jjhcivil@daum.net | 2017.01.20 18:37:13
[프라임경제] 건설기술 진흥을 목적으로 만든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이 오히려 건설기술자를 억압하고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부실공사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 관계자의 법적 의무를 구체화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는 사유로 건진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진법 개정안을 보면 '처벌규정을 강화한다'는 개정사유에 걸맞게 이번 개정안의 대부분은 건설관계자에 대한 의무와 처벌규정들로 채워져 건설기술자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건진법 개정 안 제87조의2를 보면 '건설기술용역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부실시공을 야기하거나 발주청에 손해를 끼친 자에게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건설기술자인 A씨는 "얼핏 보면 이 조항을 보면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다수 건설기술자는 이 조항의 '성실'과 '부실시공' '손해'가 모두 범위를 특정할 수 없어 벌칙 대상의 범위가 너무 넓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건설엔지니어인 B씨는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등의 사고에 대해서는 건진법 85조에 무기징역이나 3년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86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어, 87조의2는 인명피해가 없는 순수한 발주청의 손해에 대한 조항이다"라고 지적했다.

사회시반시설을 다루는 엔지니어들의 단체인 인프라엔지니어 협동조합의 견해도 들어볼 만하다. 이 단체의 이석종(구조기술사) 사무국장은 "건진법에서 다루고 있는 건설기술용역에 해당하는 설계, 감리, 품질관리업무와 가장 비슷한 업무에 관한 법으로 건축사법이 있다"면서 "건축사법과 비교해봐도 이번 건진법 개정안의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사법 20조의1항에는 "건축사가 건축물의 안전·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2항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건축주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동일한 설계나 감리 업무로 인한 발주청(건축주)의 '손해'에 대해서 건축사법에는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되있는 반면에 건진법 개정안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동일한 발주청의 손해에 대해서 건축사법은 민사상 책임만 묻고 있는 반면 건진법은 형사상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재형 인프라엔지니어협동조합 이사장은 "인명사고 등 중대부실과 단순 손해는 당연히 분리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선진국처럼 엔지니어 개인이 배상보험을 들도록 하여 책임감을 부여하고 발주청은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2005년 참여정부 시절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와 과학기술에 바탕한 기술강국의 구현을 위해 학·경력인정기술사 폐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2006년 건설기술관리법에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인정기술사를 폐지한 것을 2014년 건진법에서 다시 인정기술사 제도를 도입해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자가 공공시설을 설계, 감리, 시공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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