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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 물류기업들, 재하도급 문제 뒷짐

논의만 두 달째…고용부 탓만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2.10 18:11:51
[프라임경제] 주요 물류기업들이 고용노동부(고용부)가 지적한 재하도급 문제에 대해 비용 문제를 들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물류아웃소싱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000120)을 비롯해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기업들은 고용부 근로감독 지적이 나온 지 두 달여가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 등 대형물류기업들은 재하도급 문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아웃소싱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 뉴스1


한진은 하청 도급업체에게 공문을 보내 '재하도급금지', '법정 휴게시간 준수' 등의 원론적 지시를 내린 상태다. 그러나 이를 위한 비용보전 언급은 없어 비난을 사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도급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협의 중이다. 택배시장 44%를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급기업들은 물류기업들의 명확한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원청기업인 물류기업들의 결정에 도급기업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도급기업 한 관계자는 "물류기업들이 비용적인 문제로 많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물류기업들이 결국 도급기업에게 책임을 지워 리스크를 전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물류기업 측은 "고용부에서 현실을 뒤로한 채 원론적으로만 지적한 것"이라며 "간단히 원청사에서 비용을 보전해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택배단가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하도급금지 현실적으로 불가능?

통합물류협회 자료를 보면 현재 택배단가는 2318원으로 역대 최저치다. 한 박스를 배송하면 원청사에서 가져가는 수입은 70원가량으로 고용부에서 지적한 사항을 모두 이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도급기업들은 재하도급금지에 대해 원청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재하도급을 금지한다는 것은 도급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4대 보험, 각종 세금 등의 간접비용이 발생하므로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  

도급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을 들으면 택배터미널 상하차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10만원 정도다. 여기에 4대 보험과 사업소세 등의 세금을 더하면 1인당 약 12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도급기업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주요 허브터미널 근로자들만 4대 보험에 가입시킨다고 했을 때 약 150억원의 지출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서브터미널, 센터, 창고 등의 근로자들은 제외한 수치다.

특히 임금 및 간접비용 외에도 △분실 △파손 △산재사고 △오배송 등의 클레임 비용까지 단가에 포함시키면 어느 택배기업이라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도급기업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도급기업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물류기업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비용부담을 도급기업에 전가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전한다. 저단가-재하도급-불법고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원청기업의 의지가 관건인데 비용부담이 큰 탓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한진은 1조77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업소개업체 통한 인력수급 불가피

물류 관련 도급기업들이 재하도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물류터미널의 경우 대부분 지방의 외곽에 위치해 인력수급이 어렵고,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의 직업소개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부족 현상은 전 물류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각종 물류기업 허브터미널이 몰린 대전은 그 정도가 심하다. 최근 CJ대한통운과 한진이 터미널 증축을 했고, 로젠택배도 대전으로 터미널을 옮기면서 지난 설 시즌엔 '인력파동'이라는 말이 돌 만큼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지역을 기반으로 인력을 보유한 직업소개업체를 거치지 않으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도급기업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도급기업이 직업소개업체 인력소개가 아니라 직접 도급계약을 맺어 인력을 공급받음으로써 불법파견 문제를 키우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급기업 관계자는 "결국 비용 문제다. 물류터미널 운영 시 발생되는 각종 사고 등 리스크를 한 기업이 모두 감내하기란 쉽지 않다"고 제언했다. 원청사인 물류기업들은 도급기업들이 처한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한 채 비용부담을 들어 고용부의 지적을 원론적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여기 응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원래 불법파견 및 불법고용 적발 시 즉각 사법조치가 이뤄져야 하나 이들의 현실을 살펴 6월 말까지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라고 물류기업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 이후 물류기업이 제출한 개선안엔 2년의 기한을 요청한 곳도 있고, 아직 시정 계획서를 안 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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