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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重 구조조정, 정치권 '포퓰리즘' 경계해야

 

전혜인 기자 | jhi@newsprime.co.kr | 2017.02.27 15:59:45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의 생산의 축, 울산조선소와 군산조선소를 두고 지역 상생을 부르짖는 지역사회와 경영정상화가 급한 회사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현 사업법인을 사업별 독립회사로 분사하는 분할계획서를 승인했다. 분할 안건은 승인됐으나, 현대중공업은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분사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노조와 남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어떻게 끌어갈지가 큰 문제다.

이미 지난 23일부터 주총 저지와 임단협 타결을 위해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날부터 노숙하며 줄지어 주총장 입구를 지켰다. 우리사주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을 최대한 많이 주총장에 들여보내기 위해서였다. 주총이 시작된 후에도 노조가 반발을 거듭해 몇 차례 정회가 거듭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자체도 계속해서 현대중공업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한 구·시의원들이 현대중공업 비조선 사업부문의 사업장 탈(脫)울산 정책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열기도 했다. 권 동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의 사업부 분할이 결정되면 인력 유출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돼 울산과 동구의 경제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지역사회가 현대중공업의 분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존속법인으로 남게 되는 조선·해양·엔진 사업부를 제외하고 다른 분할되는 사업부가 모두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을 통해 분사가 확정된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 및 현대건설기계(가칭)는 사무실을 서울로 옮긴다. 새로운 지주사가 될 예정인 현대로보틱스(가칭)는 대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미 물적분할이 진행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부산에 본사를 꾸렸으며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는 충북 음성으로 진출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역시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을 직접 만나 지역 일자리 감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으며,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종훈 국회의원(무소속) 역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일방적인 분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가동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군산 지역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특히 군산 지역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군산조선소다 보니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군산 연간 수출의 약 20%, 전북에서는 약 9%를 도맡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구에서는 정치권에 '정치적 해답'을 통해 해당 분쟁을 풀어줄 것을 바라고, 조기 대선 정국을 맞은 대선주자들은 그런 지역의 요구에 답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수주물량이 없다고 섣불리 군산조선소를 폐쇄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며 국가적 차원에서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정부가 군함 등 공공용선을 조기 발주하고 선수금환급보증 등만 빨리 이뤄진다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을 언급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군산조선소에 최소 수주물량을 배정해 가동을 유지해야 한다"고 사측을 압박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직접 협상하는 '트럼프식 담판'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담론들은 실질적으로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조선업계의 반응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115m 골리앗 크레인(1650톤급)을 보유하고 있는 군산조선소는 초대형 유조선(VLCC)를 건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지만 군함 등 특수선을 건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오히려 이런 정치권의 속 빈 공약이 남발될수록 더 나쁜 상황만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토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다.

구조조정중인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실적에서 흑자를 이뤄낸 현대중공업의 반등 동력마저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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