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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차별시정제도'…파견기업은 서럽다

비용부담 떠넘기는 사용기업, 따지면 계약해지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3.02 17:55:36
[프라임경제]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이 자리 잡아 비정직과 정규직 간 공정한 처우를 기대했지만 현장에선 차별시정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사용기업의 횡포로 인해 파견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

2007년부터 차별시정제도가 시작됐지만 법의 맹점을 이용한 사용기업으로 인해 파견기업의 시름이 깊다. ⓒ 장석춘 의원실



파견법 제2조 제7호는 '차별적 처우'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임금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차별판단은 동종 또는 유사 업무 정규직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와 비교를 통해 판단하며, 파견법은 비교대상을 사용사업주의 '사업내'로 정하고 있어, 다른 사업장의 근로자는 비교대상 근로자 선정범위가 아니다.

특히 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연차유급휴가 등에 대해 책임을 지게 돼 있어 차별적 처우 대부분의 비용을 파견기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계약 시 언급 안 한 '복리후생' 책임은 파견기업

파견계약 시 계약서 내에 △파견근로자 수 △파견사유 △파견근로자가 근로할 근무장소 등 총 12가지의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 이때 차별적 처우 금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 계약 시 사용기업의 복리후생을 계약서에 명시해 파견직원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 파견기업이 확인해야 하며 이에 따른 비용을 파견수수료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사용기업은 거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기업들 대부분은 복리후생을 파견기업에 오픈하지 않고 계약했다가 이후 차별시정을 받으면 비용을 파견기업에게 모두 청구한다"고 호소했다.

남창우 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국장도 "동일 업무에 대해 차별을 두는 것은 분명한 불법이지만 각종 복리후생 비용을 계약서에 언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견법상에도 사용주가 모든 비용을 명시하도록 돼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기 때문에 사용주가 굳이 복리후생을 알리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파견기업의 수수료가 5% 남짓인 것을 감안할 때 계약서에 언급되지 않은 복리후생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기업의 존폐가 위태로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기업에서 오픈하지 않은 비용에 대해서는 사용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며 "파견계약서에 복리후생 등 각종 비용을 명확히 오픈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조항도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용절감 목적…'차별'과 '차등' 구분 없어

사용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의 원인은 비용절감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A기업의 경우 경조사비용이 정규직에겐 100만원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이를 파견직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외 성과급, 시간외 수당 등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한 금액이 절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 더해 자녀 학자금, 호텔·리조트 등 법인 숙박시설 이용 등까지 포함하면 비용절감은 더 크다. 또한 파견직원들에게 탕비실 이용도 금지하는 곳도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하지만 파견기업은 이를 따질 입장이 아니다. 파견직원의 차별에 부당함을 따지고, 비용을 청구하면 이는 계약해지로 이어지기 때문.

한 관계자는 "실제로 B기업과 파견직원 차별문제를 거론했다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계약을 종료했으며, 다른 한 곳은 몇 달째 비용문제로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성과급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는 차별시정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김우탁 노무법인 원 대표노무사는 "차별시정 신청기간도 6개월밖에 안되고, 법적 다툼을 해도 내부의 세세한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100% 만족할 만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동종 혹은 유사' 직종에 대한 차별시정이 많은데 '동종 혹은 유사'에 대한 개념이 문맥상으론 업무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구분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라도 사람의 스펙이나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차이가 나는데 이를 단순 같은 업무로만 한정해 문제가 발생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성과급의 경우 단순히 같은 업무라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보단 능력에 따라 지급돼야 하지만 '차별'과 '차등'에 대한 구분이 없어 파견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김 노무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기업이 파견사업주에게 적은 수수료를 주는 것"이라며 "아웃소싱을 비용절감으로만 생각하니 이런 문제들이 발생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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