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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 수수료' SPC네트웍스 고배당, 차남 그룹 승계 보장 '촉매제'?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 첨병보다 현재 자금줄 역할 머물 듯…파인다이닝 기폭제 작용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7.03.06 09:02:50

[프라임경제] SPC그룹은 삼립식품을 모태로 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SPC삼립(삼립식품에 샤니를 통합한 것)·파리크라상·비알코리아 등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파리크라상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등 유력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SPC네트웍스와 SPC캐피탈, SPL, 밀다원 등 다양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파리크라상이 오너 허씨 일가를 위한 지주회사격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데 별 이견은 없다. '시스템'에 일찍부터 눈뜬 SPC그룹의 '심장'이라는 소리다. SPC그룹은 2000년 제빵 업계 최초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웹기반의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맹점을 관리한 성공 사례다.

점포의 판매·생산·재고 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POS시스템, 가맹본부의 업무를 유기적으로 전산화할 수 있는 ERP시스템 덕에 창업이 쉬워지면서 2000년 초반엔 해마다 매장이 30%씩 증가했을 정도다. 현재도 빵집 부문에서 파리바게뜨가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시스템에 일찍이 눈을 돌린 덕이 크다. 파리크라상이 심장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두뇌가 바로 SPC네트웍스다.

POS 관련 계열사 챙기기…공정위 칼날도 비껴가

SPC네트웍스는 2006년 설립됐다. POS 관련 업무를 외부에 맡겼으나 이후 직접 챙기기로 결심하면서 설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토탈 IT 서비스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SPC네트웍스는 파리바게뜨 가맹점 등에 POS 공급, 시스템 통합 관리 서비스 등의 일을 한다. 예전부터 가맹점 관련 80% 이상을 납품한다고 해서 주목받아왔다.

파리크라상은 자신이 갖고 있는 파리바게뜨 운영 프랜차이즈를 통해 이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들에게 가맹비를 받고 물품을 공급해 이익을 내며, 다시 자신이 갖고 있는 SPC네트웍스를 통해 POS 시스템 운영망을 공급해 또 수수료를 얻게끔 유도한다.

파리크라상 계열의 POS 수수료로 돈을 버는 SPC네트웍스는 공정위 등의 큰 규제를 받은 적이 없다. ⓒ 뉴스1

간단히 요약하면, POS를 많이 '긁으면 긁을수록(사용하면)' SPC네트웍스가 살찌고 다시 이 이익은 파리바게뜨(회사인 파리크라상) 쪽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업체의 일명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그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2012년까지는 SPC네트웍스의 지분 중 오너 일가 3인(허영인·진수·희수)이 각 20% 지분을 갖고 파리크라상이 40%를 보유했으나, 2013년에 오너 일가 지분을 모두 파리크라상에서 매입해 현재는 100% 지분 체제를 갖고 있다.

오너 일가가 가진 개인 회사에 이익이 나는 사업이나 일감을 챙겨주는 '주머니 불리기 논란'에 선을 그은 셈이다.

아울러 가맹사업법상으로도 가맹점사업자에게 일정한 수준에 이르는 용역과 물품 구입을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가맹본부에서 제공하는 것을 구매하게끔 허용해왔다.

2015년 봄 공정거래위원회가 파리크라상부터 SPC캐피탈 등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막상 이런 허점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본격적인 불법이 밝혀진 바는 없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2015년경 이래 SPC네트웍스 조사 경고를 묻는 질문에, 적어도 가맹거래 문제와 관련해 큰 조사가 이뤄져 의미있는 성과가 나온 바는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탄탄한 파리바게뜨 조직망서 얻은 '부', 다시 리턴시켜

POS 거래 1건당 약 120원선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이처럼 '티끌모아 태산'의 방식으로 SPC네트웍스는 부를 일궈왔다. 이 회사는 2011년(감사의무 발생 전)에 연매출 260억(용역매출은 258억, 이하 표기 원칙 같음)원을 올린 데에 이어 △2012년 384억(380억)원 △2013년 482억(473억)원 △2014년 519억(495억)원 △2015년 586억(555억)원 등의 매출을 올려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012년 88억원에서 59억→ 69억→137억→82억원 등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파리크라상에 주식배당 34억9500만원, 현금배당 34억9500만원 등 도합 69억여원의 이익을 챙겨준 효자기업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란 등으로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 빵집의 신규 출점 규모는 둔화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도 파리바게뜨는 그룹 내 핵심 사업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가 여전히 유력하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를 SPC네트웍스 더 나아가 SPC그룹은 앞으로도 오롯하게 누릴 수 있을까? SPC그룹 관계자에게 현재도 SPC네트웍스 POS 운영 공급이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강제되는지 등을 물었다.

100% 불공정 강제는 아니지만,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과거 대비 크게 달라지거나 회사 측 인식에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POS 망 구축과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히려 "개인 구매를 하거나 하면 리베이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도 부연했다.

예를 들어, 일반 빵집에서는 개인 점주가 원하는 밴사를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 POS를 구축,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정하게 싼 구매를 할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말기 무료 지급 등 리베이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밴사가 이 같은 이익 제공 영업을 못 하게 막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리베이트 우려나 영업의 브랜드 특성, 관리 편의성 등을 언급하는 것은 타당한 구석이 있는 발언이다.

당국의 검토과 감시 속에서도 정당성을 입증받은 거래 관계라는 자부심마저 읽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런 POS 등 시스템 관리 방안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진출 사업 뒷받침 역할보다는 파인 다이닝 자금줄 가능성?

한편 이 같은 구조를 계속 갖고 간다고 할 때, SPC네트웍스의 업무 성격과 수익성이 앞으로 SPC그룹 후계구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주목된다. 

허영인 회장 아래로 두 아들이 경영에 참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파리크라상 지분 약 20%를, 허희수 부사장은 약 13%를 갖고 있다. 상장사 삼립식품의 지분율은 10%선으로 형제 간 큰 차이가 없다.

SPC네트웍스가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에서도 지금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는 향후 미지수로 남아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 진출한 파리바게뜨 매장. ⓒ SPC그룹

제빵에 정통한 장남은 그룹에서 해외 사업 및 제품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쉑쉑버거' 론칭 성공으로 인지도를 올린 차남은 해외 사업이 아닌 국내 신사업과 마케팅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SPC의 주력 브랜드는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다. 그래서 파리바게뜨의 외연 확대는 장남에게 유리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SPC 창립 7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해외 매장 수를 3000개로 늘리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해외 영업망 확대가 쉽지 않을뿐더러 수익성에도 여러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게 복병이다. 한류 열풍이 부는 동남아 등 일부 권역을 제외하고 영미권 공략은 제도적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제품 생산 라인 구축, 물류 비용 등을 고려하면 반독립적 시스템을 따로 외국에 까는 게 유리하다. 이런 크고 골치아픈 문제들 외에도, 예를 들어 땅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돈을 버는 SPC네트웍스 등의 계열사 이익이 향후 외국의 엄격한 제도적 감시망 하에서도 통하겠냐는 부차적 문제도 지적된다. 

그래서 현재처럼 포화 내지는 침체된 내수(프랜차이즈) 시장의 돌파구를 파인다이닝(외식업) 쪽으로 뚫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SPC그룹 주변에서 나온다.

이렇게 되면 빵을 팔아 열심히 올린 수익, 그와 파생된(POS 수수료 등) 수익 등이 모두 다시 그룹 중앙으로 들어가 다시 파인다이닝 쪽 투자로 귀결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장남으로서는 자신이 열심히 연구개발한 노하우로 벌어들인 돈(파리바게뜨 본연의 매출 내지 SPC네트웍스 등의 부가사업 수익)으로, 차남 몫으로 평가되는 파인다이닝 실적을 키워주는 불편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후계구도에서 자금줄 이상의 역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점이 바로 SPC네트웍스의 수익과 배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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