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용인시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 빚 좋은 개살구

 

김은경 기자 | kek@newsprime.co.kr | 2017.03.07 09:21:52

[프라임경제]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주북1리 '치루개마을' 30가구 주민들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계획으로 불편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로공사 계획을 변경시키고 싶지만 우리 힘으로는 아무것도 안됩니다"라는 주민들. 주민들의 힘은 부족하고, 주민들의 대부분이 고연령. 주민들 외침은 국민인권위원회를 거쳐 한국도로고사(국토교통부)에 들어가도, 용인시에 민원을 넣어도 묵묵부답인 셈이다.

각자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현대 사회의 원칙이라지만, 딱한 주민들 처지를 보고 있는 기자 입장도 답답하다.

지금 지나가는 고속도로도 답답하고 시끄러운데 또다시 내 마을 앞에 고속도로가 하나 더 생긴다는데, 그 소음과 분진을 그대로 내 아이와 내 아버지 어머니가 마시면서 참고 살아야 한다면?   

"거리가 좀 떨어져서 짓는 것이니 참아 달라" "더 가까이에 고속도로가 생겨도 참고 사는 시민들이 허다하다"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설명으로 주민들의 분통터지는 마음이 가라앉을 수는 없다.

기자는 이런 용인시민들의 마음이 안타까워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용인시에는 억울한 주민들의 민원을 들어준다는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 제도가 있다. 주민들의 이런 고민을 용인시가 진행 중인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로 해결하면 어떨까? 반짝 거린 아이디어가 신나 용인시로 연락을 해봤다.

용인시는 이미 연초에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 및 수원지방검찰청 등과 협약을 맺고, 변호사가 없는 마을에서 무료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마을변호사들이 이장회의 등 마을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실시한다는 훈훈한 내용의 기사도 나간 적이 있다.

특히 용인시에 따르면, 마을변호사가 있는 지역은 포곡읍, 모현면, 남사면, 이동면, 원삼면, 백암면, 양지면, 중앙동 등 8개 읍면동으로, 반갑게 양지면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자가 통화를 시도해 보니, 주민들의 권익보호와 무료 변론을 부탁하기 위한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는 전혀 영양가가 없었다.

"용인시로 전화 했더니 해당 읍면 사무소에 신청하라고 하더라구요." "변호사가 한 달에 한 번 면사무소를 방문하니 그때 예약하고 상담을 받아보라는 설명만 받았습니다." 

용인시 재정법무과는 이에 대해 "우리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무료 변론을 해주는 변호사들과 협약을 맺었을 뿐, 해당 실무는 읍사무소와 면사무소에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료법률 서비스를 실시한 훈훈한 미담중에 치루개 마을 주민들과 같은 사례는 없을까. 물어봤지만 몇 건을 성사 시켰는지도, 어떤 법률 상담을 주로 했었는지도 알수 없다는 답변. 특히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상담 내용은 알 수 없고 공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비공개가 가져오는 '답답한 벽'은 기자만 느낀 게 아닌듯 하다.  

용인시 양지면 주북1리 치루개 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전달했더니 "양지면 사무소로 연락을 해봐라"란 친절한 답변만 받았다. 

재정법무팀은 덧붙여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주는 것이지, 무료 소송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건이 모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소송으로 갈 만한 사건이 있다면 무료가 아닐 것이며 다른 변호사를 다시 선임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해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치루개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법률 상담'을 조언한 기자의 얼굴이 발갛게 물드는 순간이었다.

"결국 소송은 유료, 골치아픈 사건은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네요. 상담만 해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치루개 마을 주민들의 한숨소리가 기자를 슬프게 했다.

"시에서 만들어 준 무료 법률상담 센터에 시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꼴이니 반갑겠느냐"는 마을 주민들의 설명. 

'비공개'를 이유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용인시와 반대로 공개적으로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다. 성남시는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오전시간에 성남시청 모란관에 상담 창구를 마련해 놨다.

성남시 고문변호사가 민사, 형사, 가사 등에 관한 법률문제를 상담해 시민이 전문 지식 부족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도와준다. 변호사와 상담자가 1:1 대면 비공개 방식으로 상담해 사생활 정보도 보호한다. 성남시는 분기별 마지막 달인 6월, 9월, 12월 넷째 월요일은 각각 수정구청, 중원구청, 분당구청으로 찾아가 법률 상담을 하며, 법률상담을 희망하는 시민은 한 달 전에 성남시 예산법무과 송무팀으로 예약 신청하면 된다.

용인시는 각 읍.면 사무소에 상담예약 신청을 하고 그곳에서 상담을 받는다. 실례로 양지면사무소는 "한 달에 한 번 변호사님께서 오신다"고 전했다.

매월 둘째주 월요일 오후 3시에 방문해서 1명당 20분씩 상담을 해준다. 지난해 9월부터 무료법률 상담 신청을 받고 있으며, 평균 한 달에 2~3건의 상담신청이 접수된다고. 면사무소 관계자는 "방향만 제시해 주는 것이지 많은 기대는 안하시는게 좋다"고 귀띔했다. 

반면, 성남시는 2010년도부터 마련된 성남시청 법률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민사, 채무 채권, 이혼 관련 등 139건의 시민 고충을 해결했다고 오픈해서 알렸다. 용인시도 시민 고충 사례가 몇건이나 되는지 궁금했지만 각 읍면사무소 별로 시행하고 있는 무료법률 상담 건수는 통계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이 있다. 바쁜 변호사들이 수임료도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진행된다는 무료법률 상담 서비스인만큼 제대로 된 홍보와 시스템으로 도움이 절실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수 있는 조금이나마 더 유익한 법률 서비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