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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선의 시대정신] 안희정 '복수와 화해'의 딜레마

 

소정선 칼럼니스트 | sjseond@naver.com | 2017.03.07 10:54:27

[프라임경제] # 1 "자. 친구여, 그대도 죽을지어다. 왜 이렇게 비탄에 빠져 있는가? 그대보다 훨씬 훌륭한 파트로클로스도 죽었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나 또한 얼마나 잘 생기고 큰지? 하지만 내 위에도 죽음과 강력한 운명이 걸려 있다. 누군가가 창이나 또는 시위를 떠난 화살로 나를 맞혀 싸움터에서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갈 아침이나 저녁이나 한낮이 다가오고 있단 말이다."

이렇게 말하자 뤼카온은 무릎과 심장이 풀어져 잡았던 창을 놓고 두 팔을 벌리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아킬레우스가 날카로운 칼을 빼어 목 옆 쇄골을 내리쳤다. 검은 피가 흘러내려 대지를 적셨다.

지중해 제해권을 둘러싼 트로이와 그리스연합군과의 전쟁을 그린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그리스 맹장 아킬레우스는 살려 달라 애원하는 트로이 왕자 뤼카온을 단칼에 죽인다.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트로이의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 후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혀, 왕자의 부모 아내가 성위에서 지켜보면서 통곡하는 가운데 보란 듯이 왕자의 목을 벤다.

"슬픔의 먹구름이 아킬레우스를 덮어버렸다. 그는 두 손으로 검은 먼지를 움켜쥐더니 머리에 뿌려 고운 얼굴을 더렵혔고 검은 재가 그의 향기로운 옷에도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신은 먼지 속에 대자로 드러누워 제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 의해 죽었다는 소식에 아킬레우스는 이렇게 분노와 슬픔으로 머리를 땅에 박고 쥐어 뜯으면서 몸부림쳤다.

그 분노는 잔인한 복수의 사슬로 이어진다. 뤼카온에 이어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를 죽인 뒤 그 시체를 수레에 묶어 트로이성 주위를 하루 종일 돌린다. 시체에 또 다른 린치를 가하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서양 문학가들이 '아름다운전쟁, 고귀한 죽음, 위대한 영웅'소설로 미화하는 일리아스는 사실 인간의 원시적 본능인 복수와 분노가 화려한 어휘로 포장된 '전쟁소설'이다. 복수는 복수를 불러 아킬레우스도 결국 파리스의 화살을 아킬레스건에 맞아 죽는다.
 
# 2 " 나의 부모님은 핍박당해 죽었소. 핍박한 무리가 정파인 소림파, 화산파, 공동파이고, 철이드니 알 것 같은데 도대체 누가 부모님을 해쳤는지 모르겠더군. 공지대사, 철검선생도 아니고 외조부, 외숙 심지어는 당신 수하인 현명이노 랄수도 없고. 만약 그들이 흉수여서 하나 하나 죽인들 어쩌겠소. 부모님이 살아 돌아 올 수 없는데. 모두가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神筆 김용의 대하무협소설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장무기가 원나라 공주 조민과 나눈 대화다. 동양고전 기본은 권선징악이다. 특히 무협소설은 주인공의 복수극이 주제이며 복수가 이뤄져야 해피엔딩이다. 선이 악을, 정파가 사파를 극복하는 서사가 중심 구도이다. 그러나 의천도룡기는 기존 구도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선과 악, 정파와 사파, 주류와 비주류, 한족과 오랑캐의 대립 구도에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이 구도를 부정하고 비주류와 사파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립극의 화해를 추구한다.
 
장무기의 태생부터 정·사의 결합이다. 아버지는 정파인 무당파 제자, 어머니는 사파 교주의 딸이다. 부모는 보검에 눈이 먼 정파세력 구대문파의 핍박으로 자결하고 자신은 불치병을 얻는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절세신공을 얻어 아미파의 공격으로 전멸에 처한 명교를 구해주면서 사파인 명교 교주로 추대된다. 정파는 탐욕스러운 가해자이다. 곧이어 원나라 조정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구대문파도 구해내면서 주인공은 정파와 사파를 아우르는 '화해의 아이콘'이 된다.

의천도룡기에서 핍박과 죽임은 분노와 복수가 아닌, 용서와 화해로 살아난다. 소설의 백미는 무림의 갈등을 넘어 민족간 화해마저 모색한데 있다. 주인공 장무기와 원나라 군주 조민의 결혼이다. 침략자 원나라 공주와 식민지 한족 평민 청년과의 로맨스는 가해자와 피해자, 귀족과 평민계급간 화해의 결정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박근혜 게이트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 주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의'와 '연정' 발언이 정가의 화제다.
 
사건의 시작은 특검의 이재용 삼성회장의 영장청구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시민들은 법원조차 돈의 위력에 굴복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민주당 유력주자 문재인등도 법원에 날선 비판 멘트를 날린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을 존중 한다"는 의외의 발언이 느닷없이 나왔다. 당사자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때까지만 해도 법원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치인의 객관적 의사표명정도로 생각됐다. 삼권 분립하에서 사법부의 결정을 일일이 비난한다면 그것도 짜증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시민대담에서 문제의 '선의' 발언이 나오면서 안희정은 야권을 돌풍속으로 몰아넣었다. 안 지사는 지난달 19일 부산대에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결국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서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정권의 4대강 사업은 건설업체의 뇌물수수와 환경파괴로 이미 결론이 났고, 박근혜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들의 의도가 순수했다는 발언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타는 불에 기름을 붓듯 국정파단 당사자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과의 연합, 즉 '대연정'을 하잔다. 
 
이쯤 되면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안지사는 명백한 변절자다. 정부여당과 박근혜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에는 철저한 처벌과 청소가 당연한 수순인데 느닷없이 선의와 화해, 연정이라니.

소위 다 된밥에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라는 말이 나옴직 하다. 지난 3일 민주당 대선주자간 토론회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가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한 토론자는 '선한의지'를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헌재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부정적일 수 있다"며 논박했다.

그렇다면 안 지사가 말한 '선한 의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선의로 받아들이자는 말은 상대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그는 "처음부터 '너는 악이야'라고 얘기하면 대화가 아예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한다.  흡사 의천도룡기에서 멸절사태의 "악의 세력, 사파의 무조건적 절멸"주장에 "정파에도 악인이 있고 사파에도 선인이 있는데, 무조건 이들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부상당한 명교제자들을 치료해준 장무기의 반문을 연상케 한다.
 
안희정은 그러나 이는 자신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번도 민주당 후보가 뽑히지 않았던 충청남도의 지난 7년간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모든 원망도 듣고 책임도 져야 했다. 문제제기와 비난(을 제기하는 분들) 앞에서 대화하려다보니 '저 분이 골탕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고, 그제서야 그 분들의 말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들의 의도를 지레짐작해 도정을 펼쳤다면 승자와 패자가 분명해지면서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일리아스에서 오직 산자와 죽은자만 있는 것처럼. 상대의 인정은 상대의 선한 의지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정'은 무엇인가. 선의와 연정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선의'가 정치영역으로 내려와 평등과 민주성으로 치환된다.

안 지사는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논리를 현실정치에 접목시킨 '대연정'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협치해 좋은 정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안 지사는 다수당의 밀어붙이기와 날치기 의회정치에 의한 파행을 막으려면 가장 안정적인 다수파를 중심으로 연정 수준의 협치의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힌다.
 
그는 21세기 초 한국 정치를 거덜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다수파를 구성하는 건 누구에게나 열려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이만 저만한 해당행위가 아니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되란 말이 나왔을까. 당내 진보파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청산해야 될 상대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없다"고 결과론적 당위성을 주장한다. 과거 청산 없이 역사는 전진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점에서 안지사의 연정론은 과정중시를 통한 원만한 결과 도출이다.  '연정'은 상대 역시 나와 똑같은 갑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내가 갑, 상대가 을이면 연정이 아니다. 상대는 패자와 복종 대상으로 전락하고, 나는 승리자, 군림자로 올라선다. 분노와 보복의 정치를 끝내자면 나도 갑, 너도 갑이어야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활약한 일리아스에는 오직 승자와 패자만 존재한다. 그러나 장무기의 화해가 빛을 발한 의천도룡기에는 모두가 승자이다. 정파와 사파, 침략자 몽고족과 식민지 한족 모두 공존한다.
 
안 지사의 '연정론'은 도지사 재임 중 보수파를 다수 등용한데서 이미 실험을 거쳤다. 민주당 일각의 불만 제기에 "인재 등용 시 보수와 진보 구분은 무의미하다" 일축한다. 이런 점에서는 구한말 실사구시 실학과 탕평책을 연상케 한다.
 
안 지사의 연정 구상은 국내정치를 넘어 대외정책과 근대사까지 아우르는 오지랖을 보인다. 그는 최근 관훈토론회서 "어떤 상황에도 남북 대화의 끈 놓지 말아야"하며 "김정은을 초청해 핵 벼랑끝 전술도 대화로 풀겠다"고 다짐한다.

사드설치 보복에 나선 중국과도 대화하겠단다. 급기야 그는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개혁을 위해 타협해야 하며 이승만·박정희도 자랑스런 역사"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안 지사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국민의 관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통합"이라며 "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의 말을 박정희, 이승만도 우리역사의 일부이니 이를 포용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자.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가 합의해 오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헌 세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과연 그가 말하는 화해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희정의 선한의지는 논리학의 주문인 '선입견과 편견을 제거해야 정답이 보인다'는 간단한 경구로 쉽게 요약된다.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아온, 지금도 세인의 비난과 찬사를 받고 있는 한 정치인의 레토릭을 그렇게 간단히 정리할 수 있을까.

지난달 20일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문재인과 안희정의 설전에서 해답의 힌트를 얻는다. 문재인 전대표가 안지사의 선의발언에 분노가 빠졌다고 하자 안희정은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불러온다"며 "저는 분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달리 표현하면 "저는 이미 분노를 버렸다"로 해석된다. 안희정의 선의지는 그의 인생역정, 고통과 좌절, 갈등에서 빚어진 분노의 승화에서 찾아야 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안희정의 가슴은 이미 사회에 대한 정의감과 분노로 포화상태였다. 군부독재 정권의 모순에 눈을 뜬 고1 때부터 교과서를 팔아 불온서적을 탐독하는 혁명 소년이 된 안희정은 '평천하'라는 지하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가 충남대 운동권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가 합수부에 적발되고 학교가 호국단 간부인 그에게 삼청교육대에 보낼 불량학생을 색출하라 시키자 그는 학교를 자퇴한다. 사회의 부당한 요구에 분노하며 맞섰다.
 
대학시절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구성죄 혐의로 체포된후 신체적 고문과 정신적인 갈등 끝에 동료들의 이름을 불고 감옥생활을 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이었다.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와 갈등도 정점에 이른다.

시인 김수영은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분노를 시로 달랬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안희정은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 한때 자살을 결심했다. "1990년대 초반 나는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다. 진보진영의 붕괴에 대한 절망과 인간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배우고 터득한 것은 섭섭, 씁쓸, 실망, 유감, 허탈, 원망, 미움, 증오, 배신, 배반, 회한, 배타, 조롱, 경멸,

결별, 적대, 간사, 위선, 비겁 같은 단어들이었다" <담금질, 안희정의 새로운 시작>

이후 참여정부의 탄생에 일조했지만, 불법 정치자금 3억9000만원과 대선 이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옥고를 치른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동료들이 다 청와대 들어가는데 혼자 감옥 가고, 출소해서 5년을 집에서 놀았는데 마음이 아팠다. 한창 일할 나이고 일 잘할 사람인데, 집에 있는게 보기 안타까웠다"고 그의 아내 민주원은 회고한다.

분노가 선한의지로 승화된 결정적 계기는 노무현대통령의 죽음이었다. 안희정은 노전대통령 서거 직후 인터뷰 등에서 이명박 정권의 횡포와 복수극을 성토했다. 그는 그러나 노무현의 죽음에서 분노와 복수- 또다른 분노와 복수로 이어지는 악의 순환을 끊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안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참여정부를 배후로 지목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가해 헌정사에서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권교체가 보복과 탄압으로 이어지는 야만의 정치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제게 한가지 결심을 하게 했다. 바로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힌다.

그는 최근 선한의지 발언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의기소침한 선거 캠프를 찾아 그의 신념을 재확인 시켰다.

"저 정말 새로운 정치하고 싶습니다. 현재 여야 진보 보수의 진영 가지고 절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못 만들어줍니다. 이것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제 마음입니다. 내가 모셨던 그분이 떨어져 죽고 나서 들었던 나의 심정입니다. 물론 이 심정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나서의 내 마음의 어떤 반대로 편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에 대해서 늘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그런데 저 그 편향에 빠져있지 않습니다."

복수의 순환을 끊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또 "색깔공세, 호남 고립 지역주의 정치의 공세를 뚫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야당에 종북좌빨이라고 얘기하는 낡은 정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쳐놓은 지역주의 구도를 끝내자"라고 보수진영에도 양보를 역설한다.

일리아스에서 신을 어머니로 둔 고귀한 가문에다 고생 없이 자란 귀족 아킬레우스는 절친의 죽음이 인생 최대의 고통과 분노였고 전후좌우 고민할 필요 없이 뤼카온을 죽이고 헥토르의 시체를 끌고 다님으로써 분노를 해소한다.

친구의 죽음-고통, 분노-원수의 죽임(복수)의 과정은 분노의 배설이다. 그러나 유아기에 부모를 잃고 불치병에 사경을 헤메며 인내로 절세신공을 성취한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는 핍박과 죽임, 인간에 대한 분노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킨다.

정파 아미파의 장문 멸절사태가 사파 명교제자를 몰살시키려하자 목술을 걸고 단신으로 맞선다. 안희정의 선한의지와 연정은 이 맥락에서 설명된다.

소정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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