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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드와 롯데 '카오' 살릴 사즉생 각오는 없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3.07 14:30:09

[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023530)이 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이번 갈등으로 23곳(6일 기준)의 매장이 이미 불이익을 당했다. 중국에서 운영 중인 롯데마트 99곳 가운데 20% 이상이 영업을 중단한 셈이다. 중국 당국이 보복성 행정조치를 한 이유는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지 불이익을 당하는 매장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계산하기 쉽게) 20개 점포가 한 달 동안 영업정지를 받는다 가정할 때 매출손실 규모를 200억원가량이라고 추산한다. 지난해 매출을 근거로 추정한 수치다.

이런 식으로 추산의 범위와 기간이 늘면 어떻게 될까? 일부에선 중국의 보복이 지속될수록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이 올해 중국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의 최고위층에게 중국사업은 여러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객관적으로는 아직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중국 진출 사업 손실 규모를 놓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 바도 있다. 이른바 보고 누락 건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당시 롯데가 입은 중국 손실 규모를 정확히 보고하지 않아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 회장에게 격노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중국에서 4년간(2011~2014년) 1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고도 했다.

물론 신 회장 진영에서도 할 말은 있다. 같은 기간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중국사업 손실 규모가 1600억원이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에비타 기준으로 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에비타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써서 실적 평가를 하는 게 과연 글로벌 기준이나 산업계의 상식적이고 타당한 계산법이냐의 논란은 차치한 후 이야기해도 그렇다.

롯데쇼핑은 해외에서 여전히 에비타 기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의 해외 에비타 지표를 단순 합산하면 1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진출해 있다. 즉 이것이 모두 중국 영업 문제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롯데쇼핑이 가진 마트 등 할인점 사업부 이야기를 더 해보자. 롯데마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현금 창출능력 저하가 전체 에비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 간다는 게 과연 옳은 걸까? 롯데 측에서는 우리 정부에 SOS를 쳤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움직이는 사업이 국가적 정책 이슈의 여파로 부득이 피해를 입었을 때나 온당한 제스처다.

물론 롯데의 중국사업이 언젠가는 잘될 수도 있고, 훗날 돌아볼 때 지금은 그 터널의 한가운데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 기준으로만 이 문제를 본다면, 그룹 수뇌부만의 ‘뇌내망상’에 불과한 사업에 국가적 이슈를 가져다 붙여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정확한 추산도 불가능한 간접 피해를 받았을 때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당국에 대한 SOS는 아닐 것이다.

'진작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일이었는데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이야기하며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출구전략을 짜고 싶다'는 게 경제인으로서 더 정직한 태도 아닐까?

아울러, 아무리 밀려날 때 밀려나더라도, 중국을 떠나는 그날까지 모양이 좋지 않게 소방법 시비 같은 꼬투리는 절대 잡히지 않겠다는 결기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거칠었던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외교 정책적으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나라 대사 등을 새벽에도 초치(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하는 일)하는 등 그 악명이 높다.

그런 중국에 장사를 하러 들어갔고, 사드 이슈는 이미 예고됐음에도 대체 왜 소방법 점검 같은 예방 가능한 일로 트집을 잡히는지,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현재 흘러나오는 대응 태도를 보면,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무시 못할 큰 경제집단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군 롯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체면, 낯(얼굴)의 문제를 일본어로는 '카오(かお)'라고 한다. 카오 상하지 않는 사즉생의 각오로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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