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위험분자' 꼬리 자른 한국몬테소리 "사과? 모르쇠"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7.03.09 16:43:57

[프라임경제] 교육전문기업 한국몬테소리(회장 김석규)가 최근 불미스럽게 폐지한 어린이집과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자리 잡았던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과 신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 두 곳이다. 

한 건물 1·2층을 사용,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의 자녀가 각 원장을 맡아 십수년간 이끌던 곳으로 사실상 하나의 어린이집처럼 운영돼왔다.

한국몬테소리 교재와 시스템은 물론 '몬테소리 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로 꾸려졌고 학부모들은 이 어린이집에 들어가고자 수년을 대기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는 곧 허탈감과 배신감으로 돌아왔다.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은 개인사업자로, 한국몬테소리와는 법적으로 무관했기 때문. 

한국몬테소리는 홈페이지 연계기관에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을 표기, 본사 부천사옥에 개원했다고 안내했으나, 현재 이는 삭제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한국몬테소리 부설 어린이집'이라고 적힌 버스, 커뮤니티 공간인 싸이월드 클럽에 '한국몬테소리 회사 부설 어린이집'으로 운영된다고 홍보한 점 등의 정황을 봤을 때 한국몬테소리와 연관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3월 표면 위로 드러났다. 별 탈 없이 운영되던 해당 어린이집은 퇴사한 조리사가 당시 원장이 지인으로부터 납품받은 썩은 사과, 싹이 튼 감자 등 '불량 식자재'를 사용해왔다고 학부모들에게 알리면서 내부적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혹여나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세라 학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목소리를 높이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원장이 바뀌고 평화를 되찾은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반년 만에 돌연 어린이집 측은 대표이사장의 개인 사정, 원의 개보수와 교육적 환경구성 마련을 사유로 1년간 '휴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즉, '지난달 28일부로 문을 닫겠다'는 골자의 안내문을 돌린 것인데 갑작스레 폐지를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격분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은 재정난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어린이집의 이처럼 무책임한 행태에 학무모들은 한국몬테소리 본사에도 항의했으나 "한국몬테소리는 한국몬테소리 어린이집과 관계가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시에도 직접 문의해가며 사방팔방으로 이 사태를 막고자했던 학부모들은 결국 눈물을 머금은 채 백기를 빼들어야 했다. 온갖 비리로 점철된 어린이집은 더는 소중한 자녀를 맡길 수 없는 곳으로 낙인찍혔다.

그렇게 140명 정도의 원아들이 하나둘씩 졸업 혹은 이원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영문도 모른 채 새로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아이들은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아무리 떼를 써도 몬테소리 어린이집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무모들은 그저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원아를 모집할 때는 한국몬테소리 부설 기관으로 홍보했으면서 이제와 태도를 싹 바꾼 한국몬테소리로부터 말이다.

하지만 한국몬테소리는 '해당 어린이집은 한국몬테소리와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곳임에도 한국몬테소리의 부설 어린이집으로 잘못된 정보가 전달돼 혼란을 드렸다'는 사과문을 게재,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진정한 사과가 아닌, 도마뱀 꼬리 자르듯 내뺀 행태에 학부모들은 가슴을 쳤으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몬테소리 고객센터 상담사는 "우리는 부천에 어린이집을 운영한 적이 없다. 때문에 아는 것도 없고 답변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다른 관계자와의 연결이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마치 위에서 이처럼 응대하라고 사전에 교육받은 것처럼 말이다. 사과문까지 내걸었던 한국몬테소리는 왜 해당 어린이집에 관한 내용을 모른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눈 가리고 아웅'인 식이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저촉되는 부분이 없단 사실이 애석하다. 학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유아교육으로 잘 알려진 한국몬테소리의 명성은 예전만 못한 듯하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몬테소리는 브랜드 가치 평가사 브랜드스탁이 주최하는 교육 부문 인증제도 '대한민국 교육 브랜드 대상'에서 6년 연속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인증제도마저 도매급으로 엮여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듯하다. 뒷돈이 오간 것은 아닌지,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김석규 회장의 자녀가 운영했던 어린이집.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어린이집을 차리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못된 소리'하는 몬테소리. 법망을 피했다 해서 여유롭게 뒷짐까지 진 몬테소리.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업으로서 명성과 자부심, 자존심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진솔한 사과를 전하길 바란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