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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선의 시대정신] 민주당 지도부의 '반민주성'

 

소정선 칼럼니스트 | sjseond@naver.com | 2017.03.13 17:02:30

[프라임경제] 국민경선 일정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강자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 일정을 후보 3명 합의로 1차는 탄핵심판 이전 3일까지, 2차는 탄핵 심판 후 2주간으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지난 8일 지도부는 갑자기 2차 모집기간을 탄핵심판 후 7일로 권고 의결했다.

모집일자가 줄면 세가 강한 문재인 후보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후발주자들은 하루라도 모집기간을 늘여 지지자를 확보해야 한다. 다른 후보 측의 계속되는 항의에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을 코앞에 둔 9일까지도 지도부는 꿈쩍도 않다가 지난 10일에야, 3일을 줄인 10일간으로 절충 결정했다.

1차 모집인원이 150만을 넘어서자 2차 등록기간 줄여 다른 후보 측에 유입되는 선거인을 차단하겠다는 꼼수로 오해받을 일이다. 안희정, 이재명 측은 지도부의 강권에 '울며 겨자먹기'로 3일을 양보한 것이다.

안희정 후보 측 박수현 대변인은 "국민의 선거인단 참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 우리 처지에는 하루가 아쉽다. 기간이 짧으면 국민의 참여가 줄어들어 당내 기반이 강한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완전국민경선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선거 관련 사항은 선관위에 다 위임돼 있는데, 굳이 최고위가 나서서 기간을 특정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선 분위기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이해가 안 가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컸다.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당을 운영한다는 취지야 말로 우리의 정치수준을 한 단계 올리고,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키는 축제다. 민주당이 당원들만의 정당이 아니라 국민전체의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당명인 민주주의당의 정체성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경선 발표 이후 당 지도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위는 강자편을 들어 한몫을 보려는 비열한 속임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처음부터 국민경선 훼손의 징후는 감지됐다. 우선 '역선택'의 강조다. 국민경선발표 직후 추미애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역선택 관련 고발 운운 발언을 쏟아냈다.

역선택은 무엇인가.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기당 후보를 검증하겠다는 마당에 역선택이라니. 만약 후보군에 다른 당 주자라도 있어 표를 좌우한다면 역선택이라는 말은 의미가 있다. 이재명이나 안희정을 지지하면 역선택이란 말인가.

결국 이 말은 강자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표는 역선택 표라는 옹졸한 분파적 개념에 불과하다. 문 후보도 덩달아 '역선택'을 읊조리면서 소위 '셀프 커밍아웃'한 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다.

이번 2차 선거인단 모집기간 단축도 사실 문재인 편들기에 다름 아니다. 애초에 세 후보가 합의한 2주간 모집기간을 느닷없이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것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문 후보 측도 '지도부 위임'을 들먹이며 슬쩍 발을 뺐다. 만약 문 후보 측이 공정한 경선 의도를 가졌다면 애초 합의대로 2주간을 지키면 문제는 간단하게 끝난다. 결국 문 후보 측은 당초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부와 문 후보 측간 야합이란 비난도 나온다.
 
틈만 나면 공정성을 들먹이며 정부 여당을 비난하던 민주당이 욕하면서 여당을 닮고 있다. 기회 균등과 배분의 균형을 의미하는 공정성은 우선 절차와 기준이 투명해야 한다. 절차적 정의를 위배하면 결국 정파적 이익이 우선되고 이를 위한 줄대기가 만연한다.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는 궤변이 이제 민주당에도 통하는 시기가 된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소피스트 트라시마코스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올바름'이란 더 강한 자의 이익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를 민주당에 적용하면 '문재인이 올바름'이란 정식이 성립한다.
 
자유, 평등, 정의는 민주주의의 핵심 사상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번 결정은 국민들의 참여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타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평등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정의롭지도 않다. 정의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약자편을 드는 것이다.

소정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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