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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여고생 자살로 내몬 통신사 '해지방어'

LG유플러스 '방송통신 결합상품 관련 개선방안' 역행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3.15 18:54:44
[프라임경제]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인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통신사 '해지방어' 부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LG유플러스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2일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현장실습 여고생 홍모양(19)이 저수지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여고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LG유플러스와 해당 고객센터 운영업체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홍양이 콜센터 부서 중 감정스트레스 강도가 가장 높다는 해지방어부서에서 현장실습을 했기 때문. 일각에서는 운영업체의 실적압박이 홍양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해지방어부서 실습생으로 근무하다 자살한 홍모양의 추모식에 각계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추모식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 ⓒ 뉴스1


노동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해지방어는 일명 '욕받이'부서라 불릴 만큼 센터 내에서도 심각한 인격모독을 당하는 곳이다. 전직 근로자들도 이곳을 '사람이 일할 곳이 아니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여기에 목표 해지등록률을 할당해 실적압박을 했을 뿐 아니라 매일 팀별로 판매할 상품을 떠넘겨 이를 다 팔지 못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압박을 강요했다는 전언도 있다. 

이 때문에 해지방어부서의 퇴사율이 높은 가운데 운영업체 역시 구인난을 겪으면서 새로 해지방어부서에서 일을 할 사람을 소개해주면 소개비로 25만원을 준다고 홍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이에 민주노총 전주지역본부는 성명을 통해 LG유플러스와 해당 운영업체의 진심어린 사과는 물론 전라북도교육청과 고용노동부의 진상파악과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해당 운영업체는 홍양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오후 6시 이후 연장근무나 부당지시, 목표 할당 등은 강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LG유플러스 콜센터 운영업체 관계자는 "업무스트레스로 홍양이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그만큼 우리도 충분한 배려를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일각에선 무조건 운영업체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통신사가 해지방어부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

지난해 1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사업자들의 약정기간 장기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통신사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를 들어 '방송통신 결합상품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통신사들은 '해지방어'부서를 운영 중이며,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해지안내 강화보다 해지방어에 집중하면서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셈이다. 

이에 콜센터 운영 도급업체 관계자들은 "원청사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강요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해지방어 업무의 강도를 감안하면 실습고교생의 투입은 잘못됐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지방어부서 운영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에서 내놓은 '방송통신 결합상품 관련 개선방안'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또 해당 운영업체는 도급사로 LG유플러스에서 경영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선 이 같은 사태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지방어부서에 신입직원 투입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협력사에 보낸 상태고, 구체적 방안이나 지침은 논의 중이며 경찰조사 이후 나올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특성화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보호망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무소속·울산 북구)은 지난 13일 'LG유플러스 실습생 사망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를 거론하며 역설하기도 했다.

현장실습이라는 미명 아래 전공과 무관한 통신사 콜센터로 취업하면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근로계약서가 다른 것은 물론, 법이 정한 7시간 노동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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