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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중간관리자도 근로자? 법원 판결에 유통·아웃소싱 업계 '촉각'

특이 사례…고용부 "관련 판례 더 축척돼야"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3.16 14:48:47
[프라임경제] 대법원이 백화점 판매 중간관리자(판매용역계약)에 대해 정식근로자라고 판결하면서 유통·아웃소싱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구모씨, 박모씨 등 36명이 A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 매장 중간관리자(통상 매니저로 호칭)는 중간관리개인사업자 계약을 통해 매장 매출의 일정 %를 수수료로 지급받고, 매장관리 및 근로자 채용, 급여, 교육 등 소사장 역할을 한다.

그동안 중간관리자들과 회사 간 동일한 사례 분쟁이 몇 차례 있었지만 법원은 이들을 사업자로 인정했었다. 

대법원에서 중간관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판례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뉴스1


이번 1심 재판부는 원고인 근로자들에게 손을 들어줬으나, 2심에선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부 패소 판결을 했다.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새로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은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에 따른 책임은 원고들의 몫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3심에서 다시 한 번 뒤집어졌다. 재판부는 "원고들을 비롯한 백화점 판매원들은 기업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해 그 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돼 있지만 그 실질은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계약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이 사례…향후 중간관리자 소송에 영향 미치나

이번 대법 판례는 중간관리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첫 사례지만, 상황이 특이해 국내 판매매장 모든 중간관리자에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승소한 이들은 원래 기업의 정규직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에 일괄 사직서를 내고 같은 해 말 퇴직금을 지급받은 뒤 별도의 중간관리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중간관리자가 아닌 정규직에서 중간관리자로 변동된 것이라 기존 중간관리자들이 소송을 했을 때는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권정근 노무법인 원 노무사는 "중간관리자에서 바로 근로자로 인정받은 게 아닌 정규직에서 중간관리자가 된 것으로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규직이었다가 형식만 중간관리자 형태를 취한 것이라 정규직으로 봐도 무방한 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중간관리자들 모두를 근로자로 판단하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의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는 고용부도 중간관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것이며, 정규직에서 중간관리자로 전환된 매장의 경우는 철퇴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중간관리사업자에 대해 고용부가 대대적으로 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박원아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대법 판례는 근로감독 시 참고할 만한 사항은 분명하다는 견해를 보였으나, 이를 공론화·일반화해서 고용부에서 나서는 것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법원의 첫 판례고 축적된 비슷한 판례가 많지 않아 고용부에서 나서긴 무리가 있다"며 "향후 이와 관련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웃소싱 업계 "활로 넓어질 것" 기대

이번 대법원 판례와 관련 매장 판매 아웃소싱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매매장을 도급운영하는 이들은 중간관리자가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업계 활로가 넓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보통 직영-아웃소싱-중간관리 순으로 비용절감이 이뤄지기 때문에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면 아웃소싱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다만 지금 당장 중간관리 운영매장이 개선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좀 더 시간을 갖고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간관리매장을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직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아웃소싱으로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 판례가 중간관리자가 바로 근로자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라 기업 입장에선 기존 중간관리 매장의 독립성을 더 지켜주면서 사태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중간관리자보다는 아웃소싱으로 운영하는 것이 근로자 보호와 비용절감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웃소싱을 통한 매장관리는 근로자들의 보호와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기업들도 비용절감만이 아닌 근로자 보호와 운영 효율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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