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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불자(佛子) 코치의 시국담, 오랑우탄 고(攷)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17.03.16 15:30:50

[프라임경제] 남아메리카 일대가 서식지인 개미핥기라는 이름의 동물이 있다. 이름이 말해 주는 것처럼 흰개미, 불개미 들의 천적이다. 특히 불개미에게는 또 하나의 천적이 있는데, 이들을 최고의 기호식품으로 여기는 오랑우탄이 그것이라고 한다.

"자! 전쟁이다!"

오랑우탄의 세계에도 종족 간의 전쟁이 있다 한다. 그때 이렇게 외치고 달려 나가던 한 떼의 오랑우탄 전열이 갑자기 흐트러진다면 대체로 길을 건너지르는 불개미 떼를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종족의 전쟁, 그 중대함 다 잊어버리고 발치에 널린 불개미 과자 주워 먹느라고 정신이 팔려 전쟁 의지가 그만 와해되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오랑우탄이 진화의 가지(枝)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가설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 것이, 인간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 발견되기 때문이다.

대중을 다루는 선전술에 능숙한 괴벨스 류의 인간들은 대중이 좋아할 가십, 선동물 등을 불개미 대신 사용한다. 이번 대통령 마녀사냥에 동원된 언론의 태블릿PC 조작, 최순실 국정 농단, 세월호 7시간, 청와대 굿판, 성형수술, 마약 투약 등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각종 루머가 그 일단의 예라 할 수 있겠다.

재미있으니까, 또는 내가 찍은 대통령이 강남 아줌마 따위에 휘둘렸다는 스토리에 분개해서, 혹은 대통령이라는 거대권력이 힘 못 쓰고 넘어가는 것이 너무 신나서, 사람 되기 이전의 오랑우탄으로 회귀한 대중을 촛불, 연예인, 단두대 등의 소도구로 지휘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손바닥 뒤집기 정도의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레온 페스팅어가 1956년 처음 사용하였던 심리학 용어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촛불'이 민심을 대변한다고 선동하는 사람들이 '태극기' 든 사람들을 '쯧쯧' 비하하기 위하여 '한겨레신문'에 처음 쓰여졌지만 실은 오랑우탄 화(化)에 성공한 그들의 우중(愚衆)에 더 적합한 말일 터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누군들 '인지부조화' 증세가 없을 수 있겠나?

불학(佛學)의 유식론(唯識論)에 의하면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에 접하여서 비로소 식(識)이 일어난다. 인지든 식이든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실상(實相)이 아니니 자신의 신념, 호오(好惡)와 어찌 무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내 눈의 들보는 '의지요 이념'이니 보지 않고 남의 눈의 티끌을 탓한다.

탄핵 인용이 있은 후 나흘이 지난 3월14일 '월간조선'의 전 편집위원 우종창 기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에 대하여 직권남용,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걸어 서울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고발인이 어떤 분들인가. 아마 적시된 고발 사실에 허위가 있으면 무고죄를 면치 못할 것을 각오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더러 이야기하라 한다면 고발장을 읽어보지도 않고, 전형적인 인지부조화 증세라 치부할 것이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미 대세가 다 넘어간 것을 알면서 왜 모른 척 하느냐는 말일 터이다.

고타마 성자가 깨달음을 얻은 뒤 얼마 안 되어, 인도의 이곳저곳을 다닐 때의 이야기. 사람들이 이 잘 생긴 왕자가 가사를 걸친 모습에서 세속의 것이 아닌 비범함을 느끼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입니까, 범천입니까, 천사입니까?"

"아니오."

"그러면 당신은 인간입니까, 마술사입니까?"

"아니오."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입니까?"

그가 한 대답.

"나는 깨어 있소."

부처라는 말은 깨어있음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깨어있을 수 있는가. 그가 가르친 것은 이뿐. 언감생심 부처야 올려다보지도 못하는 세속의 인생이지만, 적어도 오랑우탄이 되는 것만이라도 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고객이 묻는다면?

코치의 입장에서 '바담 풍', 모름지기 깨어 있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선문답 한 마디 일러줘야 하지 않겠는가.

허달 칼럼니스트 / (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 (전) SK 부사장, SK아카데미 교수 / (전) 한국화인케미칼 사장 / 저서 '마중물의 힘'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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