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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벤토탐방] 독창성 풍부한 '오시즈시' 벤토

"벤토 알면 문화 보이고 문화 알면 일본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7.03.21 15:16:12

[프라임경제] '에도마에즈시'는 1800년대 초기 에도(토쿄)에 나타난 획기적 식문화였다.

이 음식의 영향으로 김으로 내용물을 감싸는 '마키(巻き)즈시', 찬합에 초밥을 깔고 그 위에 재료를 뿌리는 '치라시(散し)즈시', 유부에 초밥을 넣는 '이나리(稲荷)즈시' 같은 새로운 버전이 연이어 탄생한다. 

히메지(姫路)역 '마츠마에즈시' 벤토. ⓒ 에키벤 홈페이지

각 가정에서는 '테마리즈시'라는 작은 공 모양 자가제 스시가 유행했고 1800년대 후반 얼음과 냉장고가 보급되자 스시는 포장이나 벤토 형태로도 유통된다. 

이 무렵 오사카나 쿄토 등 '칸사이(関西)'지역에 에도마에즈시와 스타일이 다른 스시가 등장한다. 지난 1893년 오사카의 한 스시집이 전어를 이용해 카스텔라 모양의 스시를 내놓은 것이다. 

직사각형 함에 재료를 통째로 넣어 찍어낸 후 한 입 크기로 잘라주는 방식이었다. 여러 가지 곱상한 스시를 차례로 펼쳐서 놓는 토쿄 쪽에 비하면 다소 거칠게 보일 정도였다. 사람들은 이것을 '오시(押し)즈시' 또는 '오사카즈시'라 부르기 시작했다.

에도에 '토쿠가와(德川)'막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일본의 중심은 쿄토와 오사카였다. 특히 오사카는 전국 물산이 집결하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오사카를 특징짓는 표현의 하나로 '쿠이다오레(食倒れ)'가 있다. '먹다 쓰러진다'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먹거리가 넘쳐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오사카 사람들이 에도마에즈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사카즈시라는 독자 영역을 만들어 낸 것은 어쩌면 에도에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오사카를 포함한 서일본 지역은 오사카즈시 외에도 긴 해안선을 따라 가는 곳마다 다채로운 스시가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다양함을 넘어 현란하기까지 하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밧테라 : 오시즈시 전형으로 식초에 재운 고등어와 전용다시마로 만든다. 초기에는 전어가 사용됐으나 공급이 달리자 고등어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밧데라는 포르투갈어 'bateira(작은 배)'가 변한 말로 스시 모습이 배를 닮은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다테마키즈시 : 생선살·새우·단술이 섞인 계란용액을 부친 것을 '다데마키'라 하고 여기에 초밥과 동결두부·표고·소보로·박고지를 넣어 만든다. 두툼한 계란말이 형상이다.

·카키노하즈시 : 소금에 절인 감잎(카키노하)으로 초밥과 생선살을 싼 오시즈시의 하나며 △나라(奈良) △와카야마(和歌山) △이시카와(石川)의 전통요리다. 생선 살 또한 소금에 절인 고등어·연어·도미·갯장어를 사용한다. 

·사케즈시 : 들통 속에 식초 대신 '사케(술)'를 넣은 밥과 새우·오징어·계란고명을 여러 겹 포갠 후 뚜껑을 덮고 수 시간 돌로 눌러 완성하는 카고시마(鹿児島) 명물이다. 말이 스시지 술밥에 가까워 알코올에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마스노스시 : 북쪽 해안에 위치한 '토야마(富山)' 명물. '미나모토(源)'라는 에키벤 업체가 100년 넘게 독보적으로 만들고 있다. 뚜껑을 열면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대나무 잎이 나오고 그 아래로 송어 살이 꽉 들어 차있다. 포장도 독창적이다. 

에키벤 홈페이지에는 전국 각 역에서 판매하는 스시와 어패류 벤토가 무려 250종 올라와 있다.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대상이 없는 스시대국의 면모다. 

스시는 기본적으로 상미시간이 짧아 제조지역에서만 유통되는 음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외지의 미식가를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고 선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서일본 지역을 여행할 때 '우미노사치(海の幸·바다의 행복)' 벤토를 한번 먹어보자. 

신선한 해산물이 여행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줄 것이다. 가격대비 만족도도 높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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