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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용역(用役), 나쁜 말 아니지만…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3.22 10:39:31
[프라임경제] 용역은 영어로 'service'인데요,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닙니다. 경제학에서는 토지·자본·노동이라는 각 생산요소나 정부 등이 재(財)를 생산하거나 또는 직접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봉사활동을 의미하죠.

도급, 외주, 하청 등의 비정규직을 용역이란 말로 통칭하다 보니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요. 용역이란 개념은 아웃소싱(outsourcing)으로 접목되는데 이 때문에 아웃소싱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고 있습니다.

용역이란 말은 일제강점기 때 시작됐는데요, 당시 근대 건축기술이 일본에 의해 도입됐는데 국내엔 근대 건축에 대한 용어나 개념이 없어 대부분 일본식 표기나 용어를 사용했죠.

현재까지도 건설현장에서 쓰는 시다바리(したばり), 아시바(あしば), 오비끼(おおびき) 등 대부분이 일본말입니다.

용역이란 말도 이때부터 생겼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을 가져다 사용한다는 의미죠. 이전에도 공사를 하면 인부들을 고용했지만, 일제강점기엔 고용이 아닌 말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으로 여겼죠.

건설현장에서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그러다 보니 용역은 현재의 서비스나 아웃소싱처럼 협력의 개념이 아니라 필요할 때 데려다 사용한다는 노예와 같은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용역은 건설 인부의 용어로 주로 사용됐다가 6·25전쟁이 끝나고 이승만, 이기붕 정권의 부정선거 등에 용역깡패 등으로 사용되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또 5공 시대를 거치며 재개발 붐으로 철거용역이 등장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용역이란 단어는 악화일로를 걷게 됐고, 국민들에게 용역이란 '나쁜 것'이란 의미로 남게 됐죠.

지금도 용역이란 말은 용역회사, 용역입찰 등으로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모든 곳에 사용되는데요. 아웃소싱기업들도 용역이란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HR서비스기업, 인재서비스 기업 등의 표기를 쓰지만 국민들의 뇌리엔 여전히 '용역회사'로 오인되고 있습니다.

이름만 바꿔도 많은 것이 바뀝니다. 때밀이를 세신사 혹은 목욕관리사, 청소부를 환경미화원으로 명칭을 바꿔 부르자 그들의 근로의욕과 일에 대한 자긍심이 생겨났습니다.

아웃소싱업계는 이에 용역을 '인력 아웃소싱'으로 용어를 바꾸자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도급도 '위탁경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아웃소싱기업을 더 이상 사람을 데려다 쓰는 '용역'회사가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매칭시켜주는 '인력 아웃소싱' 기업으로 불러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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