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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票心 말고 民心 먼저

기업부담 연 12조3000억, 기존 근로자 급여 13% 줄어

이준영 기자 | ljy02@newsprime.co.kr | 2017.03.29 17:56:33
[프라임경제] 재계와 노동계의 오랜 쟁점인 '근로시간 단축'이 조기 대선정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 노사정위원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이 오랫동안 머리를 맞댔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

이에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근로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으로 장시간 근로를 줄이는 것에 대해 반대여론은 많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협의와 완충장치 없이 갑작스런 단축은 국내 산업 근간을 무너뜨리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창출, 정시퇴근(칼퇴) 보장, '저녁 있는 삶'을 외치며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지만 현장에선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움직임도 있다.

강제 근로단절, 일하고 싶어도 못해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한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합쳐 1명의 근로자가 일주일에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 6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갑자기 52시간으로 단축하게 되면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생산제조업체들의 타격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생계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근로시간단축에 따른 피해는 중소기업이 대부분 부담할 것으로 분석됐다. ⓒ 뉴스1


주 5일 근무가 자리 잡은 대기업보다 중소업체들은 당장 인건비 부담과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일손이 말라버려 경영이 힘들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단체장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저임금에 묶인 이들 근로자들의 연장, 휴일수당 등이 줄고 일주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수 없게 되면 당장의 생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면 기업 부담이 연 12조3000억이 늘며, 이 중 70%가량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11만~19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경우 기존 근로자의 급여는 1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 임금 감소 역시 고려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감소폭은 4.4%로 대기업 3.6%에 비해 더 높아 영세사업장은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의 무시한 졸속 추진…포퓰리즘 남발?

앞서 노사정은 지난 2015년 합의에서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상황을 반영해 1주 근로시간 한도를 5~8년에 걸쳐 점차 줄여 최종 52시간으로 단축하는데 합의했다. 또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간사단 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달 내에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여야 환노위원들은 근로자 근로시간 규정을 어겼을 때 형사처벌과 관련해 300인 이상 대기업은 2년간, 300인 이하 기업은 4년간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그러나 큰 틀에서의 근로시간 단축에만 공감했을 뿐 △300인 이하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8시간 4년간 허용 △휴일근로 할증률 50% 혹은 100% 적용 △탄력근로제 확대 등 특례조항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여야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세부 쟁점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달 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대선 공약이다. 표심을 의식한 대전주자들의 '근로시간 단축' 공약에 4당 합의가 이뤄져 법안이 소위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선정국에서 바로 국회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진단도 따른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여야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표심만 보고 민심은 보지 않는다"며 "이렇게 갑작스레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산업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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