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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내고객인 상담사 먼저 보호해야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국장 | qman1003@naver.com | 2017.04.04 15:07:11

[프라임경제] 가끔 컨택센터에 대해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상담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챙기지 못했던 것에 대해 협회 담당자로서 죄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언론에 노출된 소식만 놓고 본다면 마치 컨택센터가 강제수용소 같다. 능력에 부치는 직원들을 고객의 총알받이로 사지에 밀어 넣는 곳, 화난 고객에게 욕만 먹는 곳, 그리고 임금을 착취하는 곳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은 지금 40만여명 상담사들이 누군가를 도우며, 가족과 함께 생계를 꾸려나가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침소봉대해서 왜곡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상담사들은 누군가를 힘들게 하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함부로 대할까? 그들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가? 그들도 가족이 있으며 또 다른 우리의 가족이기도 하다.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만큼 죄를 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함부로 폭언과 욕설, 성희롱을 일삼는 몇 안 되는 자들이 못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명단을 신용정보처럼 센터끼리 공유할 수만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행안부와 방통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사람들이 더는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의 여죄는 서울시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민원인들로부터 받는 언어폭력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2012년 7월부터 폭언·욕설·성희롱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악성 민원인들에 대해 법적 고발조치 등 강경 대응함으로써 '고객'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에서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숨었던 범죄인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

이 당시만 해도 민원인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고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업을 안 하려고 하면 모를까 감히 누가 고객을 상대로 겁도 없이 고발할 수 있었겠는가.

서울시의 고발로 그자들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힘입어 폭언·욕설·성희롱을 일삼는 자들을 고발하는 기업이 늘기는 했다.

아직도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사내고객인 상담사들을 보호하는 것을 주저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더는 상담사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 상담사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업무중지권을 줘야 한다. 즉 상담사들이 더는 통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욕설이나 성희롱을 하는 예비 범법자의 경우에는 언제든 상담사 스스로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둘째, 심의를 통해 예비 범법자로 확인된 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ARS를 통해 상담사에게 욕설이나 성희롱을 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것을 경고한다.

폭언과 욕설에 대해 세 번 경고했음에도 멈추지 않으면 고발하고, 성희롱에 대해서는 한 번만 성희롱해도 고발하는 등 조처를 해야 한다.

셋째, 상담사들이 기업에 이바지한 만큼 충분한 임금을 지급한다. 기업에 대면부서에 못지않은 이바지를 하고 있음에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평가해서 일한 만큼 월급을 줬으면 한다.

윤홍균이 지은 '자존감 수업'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직장은 힘든 곳이다. 그래서 월급을 준다. 그것도 날짜를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준다. 안 그러면 남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이 그렇게 달콤한 곳이고 가치 있는 곳이라면 우리에게 돈을 줄 리 없다. 미안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돈을  준다. 물론 행복을 안겨줄 때도 있다. 힘들 때마다 힘이 되는 동료도 직장에 있다."

먹고 사는 일인데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힘들 때 힘이 되는 동료가 있고 우리를 보호하려고 애쓰는 기업도 있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가족도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모두 힘내서 컨택센터가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센터가 되는 그날까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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