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이은대의 글쓰는 삶-34] 나의 경험이 빛이 되길

 

이은대 작가 | press@newsprime.co.kr | 2017.04.06 16:07:57

[프라임경제] 한 번도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TV에서 안타까운 사연들이 소개될 때, 그리고 주변 이웃들의 불행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한 귀로 흘려듣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삶을 타고 났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에게 있는 거라고 철썩 같이 믿으며 살았다.

관심과 배려 따위의 말들은 여유 넘치는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라 여겼으며, 나는 오직 내 인생 하나 반듯하게 세울 궁리만으로도 벅차다는 생각뿐이었다. 누군가를 도운 적도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었다. 이것이 내 삶의 철학이었다.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손 쓸 겨를조차 없었다. 쓰나미는 내 삶을 거침없이 휩쓸었고, 살면서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남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을 때,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꼈다.

'누군가 필요하다…'

힘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도 적지 않았다. 그 모든 말들은 나에게 별 위로가 되지 못했다. 절실했던 것은, 진짜 내 심정에 공감해줄 수 있는 마음이었다. 나와 같은 아픔, 나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울어줄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해준 적이 없었는데, 어이없게도 '함께'라는 말이 간절히 그리웠다.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개인적으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사람도 많고,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별다른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갈수록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오직 '공감'에 있었다.

돈에 대한 욕심, 사람에 대한 집착,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 성공에 대한 갈망, 건강을 잃은 아픔 등 거의 모든 상담의 내용들이 내가 겪은 일들이었다. 태풍의 한 가운데 놓여 좌절과 절망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모든 이야기들이 지금은 누군가의 무거운 삶에 희망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양극을 경험한다.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도 만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그 숱한 고생을 한 덕분에 지금의 삶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고생 끝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의 삶이 안정적일 수 있는 이유는 고생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란 사실이다.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 강한 이유는, 앞으로 남은 내 삶에서 언제든 더한 고통의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며, 어떤 역경을 만나더라도 그것이 나를 통해 타인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공감을 낳는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나의 아픔은 타인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씨앗이 된다. 나를 들여다보는 생각, 그리고 나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의 진짜 가치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의 포기는 세상 어딘가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절망으로 이어진다. 굳이 극복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험으로 축적시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강한 이야기'를 갖게 된다. 사건과 변화, 그리고 삶의 교훈으로 이어지는 '아픔의 본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은대 작가 / <내가 글을 쓰는 이유>,<최고다 내 인생>,<아픔공부> 저자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