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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식량 무기화' 발빠른 대응책 절실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 press@newsprime.co.kr | 2017.04.06 17:07:38

[프라임경제] 인류가 바라는 미래는 어떤 것인가. 테러와 질병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고, 더욱 건강한 식량을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한다.

인류가 가장 견뎌내기 힘든 고통 중의 하나는 배고픔과 영양실조가 아닐까. 연세가 좀 있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훈련소 시절 배고픔이 무언지 잘 안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어서 남의 담 안 넘는 놈 없다'는 굶주림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극한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등 식량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표현들이 다수 있다. 

소위 베이비붐 전후 세대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 대 가을 추수 이후부터 봄에 보리 수확 전까지의 기간에 극심한 가난과 굶주림으로 허덕였던 시기를 표현한 '보릿고개'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보릿고개 고통에 시달린 것은 그 당시 식량 생산량 증가에 비해 베이비붐 세대 및 그 이후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전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돌파하는 2050년 경에도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보릿고개를 잘 극복한 것은 것은 농업기술의 발달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현재와 같이 음식을 풍요롭게 먹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곡물, 채소, 과일, 가축의 꾸준한 품종개량과 함께 화학비료 보급, 기계화, 생명공학기술의 활용 그리고 안정적 농산물 수입 등의 여러 요소가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농업적 현실과 식량상황을 살펴보자. FAO 통계(2012)에 따르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6%로 OECD전체 32개 회원국 중 28위로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 곡물자급률 1~3위 나라는 호주(170%), 프랑스(164%), 미국(150%)의 순이다. 식량을 자체 해결하기에 우리나라는 작물을 재배할 경작지가 매우 부족하며, 토양이 척박하고 농가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가 현재 식량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수출국의 곡물생산이 매우 안정적이며 식량 및 사료용 수입이 원할하게 이뤄져온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식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원하는 곡물을 무한정 사올 수 없는 때가 닥칠지도 모른다. 

향후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을 대비해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미래에 닥칠 문제를 지금 부터 슬기롭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어려운 농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작물개량으로 황금쌀(Golden Rice)이 여기에 해당된다.

황금쌀은 베타카로틴과 철분함량이 높아 매년 50만명 이상이 실명에 이르고 200만명이 사망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비타민A 부족현상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생명공학기술의 농업적 이용은 그 잠재적 활용성이 매우 크다.

일부 反GMO 운동가들이 생명공학작물(GMO)의 안전성이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GMO 만큼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안전성 심사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농산물도 없다.

WHO 등 전 세계 보건당국, 과학전문가와 정부기관들도 식품 및 건강과 관련해 그 안전성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GMO를 반대하는 이들은 아직도 GMO는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우려 확산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GMO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논문의 수가 무려 1000건 이상 되는 것만 보더라도 이들의 주장은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反GMO운동가들이 자극적이고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으로 일반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먹을거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우리의 식탁을 더욱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농업관련 과학기술의 개발에 정진할 때라고 생각한다. 품종개량 및 농업관련 기술개발을 위해 열심히 일선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사기를 꺾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호일 前 농업생명공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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