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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등 국민' 신천지 괴롭히는 정치권 '귀태'들에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4.11 09:49:04

[프라임경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넌 이들의 후손이 건국한 나라가 미국이지만, 초기에는 종교에 따른 탄압과 차별이 존재했다. 바로 가톨릭(천주교) 문제다.

초기 미국 건국의 중심 지도자들은 영국과의 대립과 항쟁 속에서 건국된 새 나라가 다양한 출신 성분을 가진 이들을 받아들여 세워진 태생적 한계로 무너질 수도 있다고 봤다.

따라서 태생이 어디든, 배경이 어떻든 과거와 단절하고 새 조국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이것은 옳고 현명한 처사였다. 다만 그 여파로 로마 교황에 복종하는 시스템을 가진 천주교가 경원시되는 현상이 생겼다. 

언제고 종교 문제를 들며 교황청이라는 세력을 배경 삼아 연방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쯤으로 의구심을 샀던 것이다. 이 결과 초창기 미국에서 천주교도들은 커뮤니티에 편입되는 속도가 오히려 유대교도들보다도 더 늦었다고 알려졌다.

이런 '2등 국민'을 차별하고 감시하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없지 않다.  

'안철수=신천지' 등식이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은 대선 정국을 휘젓고 있다. 특정 종교인들이 강원 지역 경선 당시 조직적으로 입당했다는 것이 골자인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세간의 인식이 좋지 않은 신흥 종교와 연결지어 이미지 훼손을 하려는 네거티브 정치 공작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조직폭력배 연루설에 이어 종교 문제까지 터지자 국민의당에서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눈치다. 관련 루머가 인터넷상에서 7일 저녁부터 8일 중 급격히 확산되자 8일 김형구부대변인을 내세워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논평 수위가 제법 높다. '문재인 후보 측의 네거티브가 참으로 매섭다'고 상대 후보 진영을 적시하며 정치적 공세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제는 조폭, 오늘은 신천지, 내일은 외계인이라고 할 것인가?'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의혹과 문제점이 보이면 이를 거론할 수도 있고, 사과나 해명, 혹은 고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할 수도 있다. 검증을 통해 다른 후보의 실체를 알리고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하는 것은 정강정책을 논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각 정치집단의 선거 전략이자 권리다. 

그러나 공당의 부대변인이 이런 강한 반박을 할 정도로, 또 그럼에도 진화되고 정제된 수준의 의혹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을 만큼 신천지 이슈는 뜨거운 감자다.

왜 그런가? 이것은 태생적으로 건강한 검증, 후보 자질의 가늠 잣대일 수가 없는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바로 신천지 의혹을 특정 후보 집단에서 활용하는 순간 이는 후보 검증의 정상적 패턴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궤도를 이탈하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는 대선 전략이라는 궤도 자체에 오르지 못할 저급한 정치공학의 전술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특정 정당에서 이를 기획해 터뜨리거나, 혹은 이 확산을 대단히 즐기지는 않는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논평을 통해 상대를 지목하고 나설 만큼 그 의혹을 널리 퍼뜨리는 데에는 특정 후보 지지층이 대단히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또 그런 차원에서는 더문캠이 간접적 반사효과를 본다고 못 볼 것이 아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안희정 충남지사식 표현을 빌리면 "왜 이런 상황에 대해 문 후보는 지지자들을 말리지 않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신천지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고, 불교나 기독교 어느 종교와의 유착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수는 있다. 이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는 헌정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를 어느 정파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신천지 의혹이라고 할 정도로 시끄러운 이슈를 뻔히 가져다 쓰거나 그 반사효과를 어떤 식으로든 본다면, 이는 문제다.

첫째, 지난 번 반기문 전 국제연합 사무총장과 신천지 논란이 터졌던 적도 있지만 그 일과 이번 안철수 후보 관련 논란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의 경우 신천지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이가 반 전 총장과 함께 촬영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됐다. 이는 특정 진영에 특정 종교가 조직적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 충분한 정황(한편, 신천지 측에서는 이 일명 후계자는 후계자가 아니며, 그가 신천지 활동으로 반 전 총장과 외국에서 만난 게 아니라 평화운동단체의 활동상 벌인 일이므로 교단과 분리해야 한다고 해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원도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일어난 일부 신자들의 움직임에 국한된 일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과 특정 종교의 유착 등으로 의심하고 몰아가기에는 '기본적 동력원'이 부족하다. '스파크' 엔진 가져다 놓고 '그랜저'를 굴리려는 무모함이랄까?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바로 사이비 논란을 바탕에 깔고 상대방이 이중의 문제에 말려들어 허우적대는 야비한 싸움의 과실을 따먹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신천지 신자는 아니다, 거기와 연관성 없다, 연결짓지 말라'는 십자가 밟기식의 강제 자백을 하게끔 상대를 몰아붙이는 행위다.

이는 상대 정치인에게 정치적 욕심을 위해 인간 본성을 바닥까지 떨어지게 강요하는 행동이다.

사이비란 무엇인가? 인류가 수천년을 종교 생활을 해왔으나 역설적으로,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논의할 수 있는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신앙의 자유'를 선언하는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특정 종교가 백주대낮 TV에 '아무개 후보 사이비 종교 연루설 부정'이라는 자막이 뜨도록 몰아가는, 혹은 이를 뻔히 보면서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신천지가 교세를 확장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 논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검찰 등 사정당국에서 이렇다 할 문제점을 밝혀낸 적은 없다. 물론 정권이 바뀌어도 종교적인 문제가 사회 전반에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범죄정보를 다루는 사정당국의 부서들이 할 일이지, 공당에서 혹은 그 지지층들이 가십 비슷하게 상대방을 헤집는 데 아무렇지도 않게 활용할 가벼운 소재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엄연히 '공안' 차원의 일인데, 지금 이 루머 확산 사태를 보면 분명 이를 도외시하거나 고의로 무시하고 움직이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없지 않아 보인다.

천주교도들이 초기 미국에서 상당히 의심을 살 만한 정황으로 고생했듯, 신천지 문제도 언젠가는 유야무야 제도권 내에 편입되리라 본다. 한때 왜색불교, 사이비 의혹 등에 시달린 SGI가 이제 자리를 잡아 좋은 일도 많이 한다고 일각에서는 칭찬을 듣는 전례까지 있지 않은가?

이런 점들을 고려치 않고, 남의 종교를 선거 국면에 도구쯤으로 생각하고 다루는 특정 후보 지지층들 일각의 태도, 그리고 이를 말리고 엄정하게 접근하자 호소할 생각을 전혀 않는 특정 후보 진영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특히 전자, 일명 친노에서 시작돼 지금은 친문을 자처하는 이들 중 일부, 정치적 올바름을 자부하며 상대를 도륙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평범한 이들이 더 문제다.

이게 적폐이고 정치적 구태가 아니고 뭔가?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 자체가 없이 누군가를 '2등 국민'으로 격하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공학적 접근을 한다면 그 자체가 정치적 '귀태'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 적폐, 부패, 사이비 신천지들은 모두 어디 섬에라도 가져다 놓을 것인가? 2등 국민 빼고 귀태들만 모시고 국정을 논할 게 아니라면 지금 좀 말려달라. 다시 안 지사 문제로 돌아가 얘기하자면, 그런 호소에 문 후보는 '양념'이라고 눙치고 넘어갔었다. 신천지 건은 그렇게 양념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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