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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文 화법, 세일러문의 거친 정치버전?

절제된 언행 비서실장에서 대선 주자 변신 와중 주화입마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4.12 10:55:34

[프라임경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내 후보 경선 이후에도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을 전부 흡수하지 못하고 이 중 일부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에게 뺏기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는 여러 역학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말 문제도 한몫을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처음에는 더문캠 인사들의 각종 말실수 정도로 치부되던 것이 결국은 문 후보의 용인, 혹은 묵인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된 것.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구설수에 오른 사례는 뜯어보면 적잖이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 인권단체인 '반올림'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김대중 납치 사건에 비유해 논란을 자초했다. 역시 삼고초려로 문재인 진영에 합류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18 민주화운동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하며 논란의 불씨를 더 지폈다.

이런 발언 논란에 기민하고 엄정하게 문 후보가 직접 대처한 경우는 삼성 반올림 실언 때가 유일하다.

일명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의 잡음 촉발과 봉합 과정에서 문 후보식 발언법의 답답함이 정점을 찍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문제를 먼저 일으킨 것은 어찌보면 추미애 대표라는 지적도 나오나, 일단 갈등 과정에서의 친노-친문 진영 패권주의가 극대화됐다는 비판도 만만찮기 때문.

우선 추 대표가 측근인 김민석 특보단장을 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문제는 임종석 문 후보 비서실장이 일방적 선대위 구성에 유감을 표하며 재조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

이는 중앙당에서 최고대변인 명의로 "후보 비서실장은 입이 없어야 하는 자리"라는 훈계성 성명을 내는 갈등을 낳았고, 급기야 추 대표가 물밑에서 임 실장 경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졌다.

문재인 후보는 10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어 "어제를 끝으로 인선이나 자리를 놓고 어떤 잡음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당부를 드린다”라며 유야무야 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이유가 무엇이든 통합과 화합에 찬물 끼얹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오늘 이후로 용광로 선대위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 통합과 화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직접 나서서 치우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추 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추미애 위원장께도 각별히 부탁드린다. 선대위원장단과 송영길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책임자들과 상의해서 소외감을 느끼는 분이 한분도 없도록 잘 챙겨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사정을 악화시켜온 발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8원 기부금, 문자 폭탄 등 지지층들의 행동을 막아달라'고 강하게 비판한 안 지사의 요구에 문 후보는 나중에 '경선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 같은 것'이라는 평가를 하며 비껴갔다.

아울러 '적폐' 발언으로 보수 정당과 안철수 진영의 지지층을 모두 계몽의 대상, 2등 국민쯤으로 보는 내심을 비쳤다는 논란도 문 후보 스스로가 빚은 사건이다. 이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상대방 지지층의 선택도 존중해달라"고까지 쓴소리를 했다.

이런 상황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보였던 문 후보의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지적을 낳는다. 그럼에도 엄정한 태도의 문 후보는 이를 상쇄시키는 효과를 냈었다. 백원우 전 의원이 MB를 향해 "살인자"라고 외친 상황에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여 사태를 정리한 것도 문 후보였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거칠지는 않되 더 강한 화법으로 상대를 헤집고 있다.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노무현식 태도, 다 해봤다는 전지적 시점의 MB 화법, 유사시엔 상황을 벗어나는 박근혜식 유체이탈 화법을 모두 선보인다는 강도높은 비난마저 나오는 것.

그래도 '박근혜 화법'에 비유하는 건 좀 심하다는 애정어린 시선이 앞선다. 그러나 이들 역시 문 후보가 '착한 아이 컴플렉스(시사저널의 전문가 발언 인용 보도)'의 일정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문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착한 아이로 노무현정부 그리고 정권 교체 이후 당 사정을 감싸고 보좌해야 한다는 컴플렉스를 극복, 홀로서기 정치를 하려 변신한 것은 좋았으나 일종의 주화입마에 빠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노 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은 문 후보가 직접 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친노-친문에서 맡아주는 측면이 있다. 안 지사가 "질리게 한다"고 더문캠과 그 지지층을 비판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런 터에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치 않겠어"라는 '세일러문'이나 다소 문제가 있어도 결론이 옳다는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대사로 유명한 '천사소녀 네티'처럼 문 후보가 사고하고 말하며 행동한다는 시선도 보인다.

통신비 인하에 만전을 기하겠다거나 사드 배치를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11일 내놓은 점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는 기존의 강하고 타협 없는 태도, 더 나아가 민생은 관심이 없고 정권 교체에만 매달린다는 인상을 바꿔야 한다는 주변의 경고음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후보의 언어적 불상사가 계속되지 않으리라는 확신과 지지표를 선뜻 내놓을 수 있는 표심 변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이들 일부 징후로만 봐서는 불명확하다. 

이는 12일 이후 줄줄이 잡혀있는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 더해 '노명박근혜 화법=문재인식 화법'이라거나 '자기가 악당과 싸우는 세일러문인 줄 안다'는 화법 논란을 빨리 종결짓자는 주문이 당 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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